[박나연의 Q] 포스코 '옥계일반산업단지' 페놀 유출사고, 그 후 10년
[박나연의 Q] 포스코 '옥계일반산업단지' 페놀 유출사고, 그 후 10년
  • 박나연 기자
  • 승인 2023.07.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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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정유해물질 '페놀'...수년 걸친 자연 정화는 사실상 '방치'
충당부채 차곡차곡...공적예산 550억 투입, 이대로 백지화?
포스코그룹 "대체사업 다각도 검토 중"...'도돌이표' 답변만

철학자 칸트는 일찍이 “맥락이 없는 사실은 맹목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실 이면의 ‘진실’에 집중하겠습니다.

포스코가 강원도 옥계일반산업단지에 건설한 마그네슘 제련공장이 페놀 유출 사고로 가동을 중단한 지 10년. 정화작업이 끝나가는 데도 대체 투자 계획이 마련되지 않아 지역사회의 빈축을 사고 있습니다.  

포스코는 지난 2012년 말 977억원을 들여 강원도 강릉시 옥계일반산업단지에 연면적 6만6000㎡의 마그네슘 제련공장을 건립, 연간 1만 톤의 마그네슘 덩어리 생산에 착수했습니다. 하지만 이듬해인 2013년 6월 페놀 유출 사고가 발생, 2014년 5월 19일부터 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현재까지 장기간 환경 정화작업을 벌이는 중입니다.

그런데 10년이 지난 지금 오염된 토양 및 지하수 정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는데도 아직 뚜렷한 대체 투자 계획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로 인해 애초 포스코의 투자 계획에 따라 옥계일반산업단지 내에 국가 및 지방정부 예산 550억원을 들여 조성된 교량, 진입도로, 폐수처리시설, 수도 등 기반 시설이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지경에 놓였습니다. 이에 따라 지역경제에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한때 동판재압연과 광석 리튬 추출 사업을 대체사업으로 추진하는 방안이 나오기도 했지만 검토 단계에서 무산된 바 있습니다. 강릉시에 따르면 산업단지 활성화를 위해 지난해 10월부터 포스코와 실무자간 정례회의를 통해 대체사업에 대한 협의가 진행 중입니다. 올해 초에는 '의료 기기' 관련 사업을 대체사업으로 논의하기도 했지만, 결국 흐지부지됐다는 설명입니다.

2015년 5월 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에서 강릉 옥계면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강릉 페놀유출사건'의 정확한 역학조사와 생계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2015년 5월 11일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빌딩에서 강릉 옥계면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포스코 강릉 페놀유출사건'의 정확한 역학조사와 생계대책 등을 요구하고 있는 모습 [사진=환경운동연합]

◆ 특정유해물질 '페놀'...수년 걸친 자연 정화는 사실상 '방치'

페놀은 피부에 닿으면 발진이 생기고 체내에 들어가면 소화기와 신경계통에 장애를 주는 발암 물질인 만큼 특정유해물질로 규정돼 있습니다. 포스코의 페놀 유출사고로 인해 오염된 토양 면적과 부피는 각각 3만 1419㎡, 13만 3994㎥로 지하수 오염면적과 부피는 11만 6659㎡, 24만 5672㎥에 이릅니다.

포스코는 앞서 2014년 9월 주민 설명회를 열고 '마그네슘 제련 공장 토양, 지하수 정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토양 정화는 2018년 6월까지 4년간 진행하고 지하수는 2025년 9월까지 11년간 자연 정화를 한다는 계획입니다.

당시 포스코의 정화 대책을 두고 환경단체 및 지역사회에서는 "11년 동안 지하수를 자연 정화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11년 동안 오염 물질을 방치하겠다는 의미"라며 "포스코는 환경적 재앙에 해당하는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합당한 대책을 내놔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23Q1 분기보고서]

 충당부채 차곡차곡...공적예산 550억 투입, 이대로 백지화?

'충당부채'란 미래에 지출될 것이 확실하나 그 금액이나 지출 시기 혹은 지출 대상이 확정되지 않은 부채로 ▲과거사건이나 거래의 결과로 현재의무가 존재함 ▲당해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자원이 유출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 ▲그 의무의 이행에 소요되는 금액을 신뢰성 있게 추정할 수 있음 등 세 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경우에 해당합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1분기 분기보고서에는 '강릉시에 위치한 당사의 마그네슘 제련공장 부지 등 일부 토지가 오염되어, 오염된 토지를 복구하기 위한 추정비용의 현재가치를 충당부채로 인식하였습니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강릉시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옥계일반산업단지 내 기반시설 조성을 위해 투입된 국가 및 지방정부 예산은 모두 550억원에 달합니다. 구체적으로는 국비 458억, 도비 25억, 시비 67억입니다. 이같이 막대한 공적예산을 투자한 강릉 옥계산단이 방향을 찾지 못한 채 장기간 표류하는 것은 지역경제에 큰 손실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진=포스코홀딩스]
[사진=포스코홀딩스]

◆ 포스코그룹 "대체사업 다각도 검토 중"...'도돌이표' 답변만

강릉시 관계자는 "포스코 측에 대체사업과 관련해 확정을 서두를 것을 요청은 하고 있지만 여러 사정이 맞물려 늦어지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옥계산단 부지와 그 일대는 수익성이 크게 없는 지역"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사업 시행 전 수익성 측면에서도 고려해야 하는 지점이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올해 초 대체사업과 관련해 '의료 기기' 사업이 논의 선상에 올랐지만 유야무야된 후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태.

포스코그룹은 "강릉시와 지속 소통하면서 지역 특성 및 그룹 신사업 방향에 맞는 사업 아이템을 중심으로 대체 사업을 다각도로 검토 중에 있다"며 "추후 사업이 확정되면 관련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2018년부터 수년째 줄곧 이어져 온 '도돌이표' 식 답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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