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외국인 주식 순매수 이어질까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외국인 주식 순매수 이어질까
  • 박민규
  • 승인 2016.0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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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지속될지 관건
[팍스경제TV 박민규 기자] (이 기사는 11일 팍스경제TV 골드메이커에 방송된 내용입니다.)



앵커: 원·달러 환율이 1100원 선 아래로 내려가면서 그 배경과 영향에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우선 최근 환율의 움직임부터 한번 살펴보도록 하죠.

기자: 지난 10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1095.4원을 기록하며 전일보다 10.7원 하락했는데요, 지난해 5월22일 1090.1원 이후 종가 기준으로 1년 2개월여 만에 1100원대가 깨졌습니다.

지난해 말부터 오름세를 탔던 원·달러 환율은 올 들어 지난 2월25일 1241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로 돌아섰는데요, 지난 5월 이후 다시 상승세를 타는 듯했지만 하반기 들어 급락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최근의 원·달러 환율 움직임은 방향뿐 아니라 속도 면에서도 이례적이라는 평가인데요, 특히 달러 가치가 오르는 상황에서 원·달러 환율 하락하는 이변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달러 가치를 대표하는 주요 6개국(G6) 달러지수는 영국이 유럽연합(EU) 탈퇴(브렉시트)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지난 6월23일 93.2에서 8월10일 95.6으로 2.5% 올랐습니다. 통상 원화와 달러 간에 역의 관계가 형성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원·달러 환율은 2.5% 오른 1180원 안팎을 기록해야 정상입니다. 그러나 이 기간 중 원·달러 환율은 1150.3원에서 1095.4원으로 오히려 4.8% 하락했는데요, 달러 가치가 상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원화 가치가 하락하지 않고 덩달아 오른 것입니다.


원화 가치 상승 속도도 빨랐는데요, 지난 6월23일부터 8월10일까지 달러에 대한 주요국 통화의 절상률을 비교해 보면 원화는 달러 대비 6.7% 절상된 브라질 헤알화 다음으로 높은 5% 절상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글로벌 외환시장에서 주목 받고 있는 일본 엔화(4.8%)보다 더 높은 절상률인데요, 지난해 말 대비로 보면 원화는 7.3% 절상돼 브라질 헤알화(26.6%)·일본 엔화(18.7%)·러시아 루블화(11.7%)·말레이시아 링깃화(7.7%) 다음으로 통화 가치가 많이 올랐습니다.

앵커: 이처럼 최근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는 배경은 어디에 있다고 봐야 할까요?

기자: 기본적으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와 유동성을 기반으로 형성된 원화 강세 압력 때문인데요, 올 2분기 미국 노동생산성 하락 등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의 금리인상 경계감이 완화된 상황에서 브렉시트 이후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이 축소되면서 풍부한 유동성이 신흥시장으로 유입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 위험자산에 속하는 원화에 대한 투자 수요가 커졌고 이로 인해 원·달러 환율이 하락한 것입니다. 최근 주요국 통화 가치 변동에서 신흥국의 통화 가치 상승 폭이 큰 점이 이를 뒷받침하는데요, 한마디로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글로벌 투자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확대와 동전의 양면 관계에 있습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기업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 유입을 부추기고 있는데요, 외국인 주식 순매수 확대에 따른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 공급 우위와 지난 8일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한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안정적)로 한단계 올리면서 금리 매력이 커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입니다.

이 밖에도 한국은행이 금리인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환율 조작국 지명 위험을 의식하고 있다는 점도 역외 세력이 원화에 대한 투기적 공격을 하는 데 일조한 것으로 보입니다.

문제는 원·달러 환율 하락이 한국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털) 개선 때문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지난달 수출이 전년 동기보다 10.2% 줄며 지난해 1월부터 19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간 데다 내수 역시 자동차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서 소비를 중심으로 부진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앵커: 시장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이 어디까지 내려갈까 하는 점일 텐데요, 어떤 전망들이 나오고 있나요?

기자: 원·달러 환율 하락이 글로벌 자금의 위험자산 선호 확대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결국 위험자산 선호 확대의 근본 원인인 미 연준의 금리인상 지연이 언제까지 갈지가 원·달러 환율 하락의 기간 및 폭을 좌우할 전망입니다. 오는 25~27일 예정된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신중한 금리 정상화 기조를 다시 한번 강조한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은 원·달러 환율 올 3분기 중 1060원 선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내다봤는데요, 미 연준의 신중한 금리 정상화 기조가 이어지는 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확대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 것입니다.

원·달러 환율 하락이 한국 수출경기 및 수출기업의 채산성 악화에 미치는 영향도 눈여겨봐야 하는데요, 한국 경기침체 우려가 커질 경우 외국인이 원화 매도에 나서면서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멈추게 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타격이 크지 않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반면 원·달러 환율 하락에 제동을 걸거나 상승세로 반전시킬 수 있는 변수도 있는데요, 첫번째는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다음달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는 경우입니다. 이는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흐름을 반전시키며 원·달러 환율의 급격한 상승을 불러올 수 있습니다.

오는 10월 예정된 이탈리아 헌법 개정 국민투표가 부결되며 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 가능성이 부각되는 경우도 고려해 볼 수 있는데요, 이탈리아 은행으로부터 야기된 유럽연합 은행 부실 문제 역시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와 함께 오는 11월 예정된 미국 대선도 글로벌 불확실성을 높이며 원·달러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인데요, 국내 변수로는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의지를 주목해야 합니다. 지금처럼 소극적 금리인하 정책이 아닌 경기침체에 대한 적극적인 경기부양 의지를 보인다면 원·달러 환율 하락을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최근 원·달러 환율 하락은 아직까지는 단기적 현상이고 추세로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입니다.

앵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해서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반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데요, 이 부분은 어떻게 봐야 할까요?

기자: 지난 3월2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외국인은 코스피에서 11조4000억원을 순매수했습니다. 지난 6월부터 살펴보면 두달여 만에 5조9000억원을 사들였는데요, 이런 외국인의 순매수 행진이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시장의 가장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원·달러 환율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그 이유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는 현상 그 자체보다는 이를 초래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확대가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수를 결정하는 직접적인 요인이기 때문입니다. 즉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확대의 결과로 나타난 현상일 뿐이지 그 원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따라서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 여건이 이어지는 한 외국인의 한국 주식 순매수도 멈추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입니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인한 한국 수출 경쟁력 약화도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데요, 원·달러 환율이 1060원 선까지 내려간다고 해도 엔·달러 환율이 100엔 안팎으로 머문다면 수출가격 경쟁력 약화로 인해 한국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크지 않을 전망입니다. 이 경우 원·엔 환율은 100엔당 106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이는 지난해 연평균 934원보다 13.5% 높은 수준입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원·엔 환율 변수가 한국 경제이 미치는 분수령은 1000원 선을 밑돌 경우였습니다. 즉 원·엔 환율이 1000원대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은 이상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입니다.

무엇보다 이달 말 잭슨홀 콘퍼런스에서 재닛 옐런 연준 의장이 어떤 연설을 할지와 내달 석유수출국기구(OPEC) 임시 총회에서 산유량 동결 합의 여부, 오는 10월 이탈리아 헌법 국민투표, 11월 미국 대선 등을 주목해야 하겠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의 설명을 들어보겠습니다.

(인터뷰)이상재 유진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 최근 원·달러 환율이 하락함으로써 외국인들의 한국 주식 순매수가 반전될 수 있다, 종료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지만 원·달러 환율의 하락 배경에는 글로벌 불안요인 해소에 따른 글로벌 투자자금의 위험자산 선호가 있습니다. 따라서 원·달러 환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투자자의 한국 주식 순매수 행진이 반전된다, 종료된다라고 보기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여집니다.

앵커: 종합해 보면 원·달러 환율 하락 자체보다는 이를 초래한 여건, 즉 글로벌 위험자산 선호가 반전될지가 관건이다라고 볼 수 있겠네요. 관련 변수들을 잘 살펴봐야 하겠습니다.


박민규 기자 yushin@ais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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