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감세안…美기업 ‘환영’ vs 韓기업 ‘우려’
트럼프 감세안…美기업 ‘환영’ vs 韓기업 ‘우려’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2.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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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트럼프노믹스의 핵심이죠. 대규모 감세안이 미국 의회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기쁨을 감추지 못했는데요.

트럼프식 감세안의 내용은 무엇인지, 우리 기업과 시장에 미칠 영향은 어떤지,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와 말씀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미국 세제개편안이 의회를 통과했다고요. ‘부자감세’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요. 감면안의 핵심을 짚어주신다면?

김정남 기자) 핵심은 법인세 인하입니다. 최고세율이 현행 35%에서 21%로 대폭 인하되는 건데요.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최고세율 22%보다도 낮습니다. 

미국은 현재 OECD 국가들 중 법인세가 가장 높습니다. 미국이 법인세를 인하한 것은 지난 1986년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이후 31년 만입니다.

미국의 세제개편은 철저히 미국에서 우호적인 기업환경을 맞추는 데 맞춰져 있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은 “미국을 다시 기업하기 가장 좋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일이 세제개편”이라고 말했을 정도입니다.

트럼프 대통령도 “이번 법안 통과는 많은 기업이 돌아오는 것을 의미한다”면서 “기업들이 이제 이 나라로 몰려들고 있는데 이것은 일자리를 의미한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당장 미국 기업들이 화답했다고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사실 세금처럼 민감한 이슈가 없거든요. 제가 몇 년 전에 국회 등에서 세금 취재를 할 때를 떠올려보면, 1%포인트 변동도 정말 쉽지 않습니다. 당장 내는 돈이 바뀌는 문제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번 감면안은 법인세율이 14%포인트나 낮아진 것 아니겠습니까. 미국 기업 입장에서는 내는 세금이 줄어드니 너무 신이 나겠죠. 

당장 미국 최대 케이블 업체 컴캐스트는 10만명의 직원들에게 한화로 100만원이 넘는 1000달러의 보너스를 지급했고요. 향후 5년 동안 인프라 투자 등에 500억 달러를 쓸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항공기 제조업체 보잉은 직원 및 자선단체 기부 등에 3억 달러를 쓰겠다고 밝혔고요. 미국 최대 통신사 AT&T도 미국 직원 20만명에게 특별 보너스 1000달러를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앵커) 그런데 얼마 전 우리나라는 법인세를 올리지 않았나요. 법인세 역전 우려가 나오던데?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얼마 전이죠. 한국은 내년부터 과세표준 3000억원 초과 기업을 대상으로 법인세율을 최고 22%에서 25%로 상향하기로 했지요. 미국보다 법인세 최고세율이 4%포인트 더 높아지는 법인세 역전 현상이 일어난 겁니다.

사실 법인세 인하는 전세계적인 흐름입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33.3%인 법인세율을 5년간 25%까지 단계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몇 달 전에 발표한 적이 있고요. 영국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최근 10년간 총 11%포인트 낮췄습니다.

물론 기업들이 투자할 때 법인세율만 놓고 고려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법인세율이 높은 상태로 오래 지속된다면 아무래도 투자 둔화 부담은 분명히 있을 겁니다. 세제 혜택을 무시할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이렇게 된 마당에 우리 정부는 법인세율은 올렸지만 외국기업의 투자 유치를 위한 다양한 당근을 마련할 필요는 있어 보입니다.

앵커) 아무래도 미국에 진출해 있는 우리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 같습니다. 법인세만이 문제인 건 아니라고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세원잠식남용방지세(Base Erosion and Anti-Abuse Tax)’ 때문에 미국에서 사업하는 우리 기업들은 비상이 걸렸습니다.

세원잠식남용방지세는 영문 앞글자를 따서 ‘BEAT세(稅)’라고도 부르는데요. ‘beat(때리다)’라는 이름처럼, 국경을 넘는 해외 관계사 거래를 통해 세금을 피하는 사업행태에 대해 세금을 적극적으로 부과하는 조세제도입니다. 트럼프 정부가 연방 법인세를 대폭 인하하지 않았습니가. 그렇게 하면 아무래도 세수가 줄어들텐데, 그걸 만회하려는 세금이 바로 이 비트세입니다.

비트세는 구글 등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이 아일랜드 등 해외 관계사로 로열티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국에서 돈이 빠져나가는 걸 막겠다는 취지로 도입이 됐습니다. 

하지만 한국 기업들에게 직격탄인 건 마찬가지입니다. 3년 평균 매출액이 5억달러(약 5400억원) 이상인 미국 법인은 모두 BEAT세의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한국의 주요 미국법인들이 대부분 BEAT세의 영향권에 들어간다는 뜻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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