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림그룹, 시공능력평가 10위권 2개사 투트랙 전략... "사업 분할은 소문일 뿐"
대림그룹, 시공능력평가 10위권 2개사 투트랙 전략... "사업 분할은 소문일 뿐"
  • 김홍모 기자
  • 승인 2020.0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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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호‧고려개발 합병… 연매출 2조 '대림건설' 탄생
대림산업, 의료용 신소재 산업 육성…6200억원에 美사업 인수
대림그룹 CI [사진제공-대림산업]

대림그룹의 자회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절차가 오는 7월 최종 마무리되는 가운데 대림그룹은 대림건설과 대림산업으로 시공능력평가 10위권 내 2개사를 보유하게 됐다.

지난해 시공능력평가에서 3위를 차지한 대림산업과 시공능력평가 16위 수준으로 평가 받는 대림건설을 바탕으로 투트랙 전략을 펼친다는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대림산업이 하이앤드 브랜드 '아크로'를 중심으로 한 주택사업, 대규모 재건축·재개발과 해외 디벨로퍼 역량 강화에, 대림건설은 중소규모 주택사업과 토목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업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 삼호‧고려개발 합병… 연매출 2조 '대림건설' 탄생

대림그룹의 건설계열사인 삼호와 고려개발이 합병한다. 삼호와 고려개발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각각 열고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오는 5월 임시주주총회를 개최하고 7월 1일 합병절차를 최종 마무리할 계획이다. 합병회사의 사명은 '대림건설'로 결정했다.
 
대림그룹은 이번 합병이 건설시장의 환경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그룹의 신성장 동력으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는 디벨로퍼 사업을 위해서이며, 삼호와 고려개발은 대기업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건설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합병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핵심사업 중심으로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두 업체의 전문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해 디벨로퍼 사업 추진을 위한 대형 건설사로 재도약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대림은 석유화학 및 건설사업에서 보유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세계 곳곳에서 석유화학‧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분야에서 다양한 디벨로퍼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호와 고려개발의 합병비율은 1대 0.451이다. 지난해 삼호의 매출액은 1조2799억원, 자산은 8517억원이다. 고려개발 매출액은 6849억원, 자산은 6134억원이다. 합병 후 대림건설은 매출 1조9649억원, 자산 1조4651억원이 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16위 수준이다.  

회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 중심 시장인 수도권 도시정비사업, 데이터센터, 대형 SOC 사업, 글로벌 디벨로퍼 사업 등 신시장을 개척해 2025년 영업이익 10위권으로 도약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1956년 설립된 삼호는 시공능력평가 순위 30위다. 70년대 삼호가든을 포함해 서울 강남권에서 다양한 주택사업을 진행해 주택 분야에서 경쟁력이 있다. 최근 자동차 매매센터‧호텔 등 건축사업 전반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고려개발은 65년 창업해 시공능력평가 순위 54위다. 고속도로‧고속철도‧교량 항만 등 토목 분야 특화업체다. 중견 건설업체 중 드물게 민자 SOC 사업에 주관사로 참여한 실적이 있다.  

브라질 카리플렉스 공장 [사진제공-대림산업]

◆ 첨단 신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첫 발걸음을 뗀 대림산업

대림산업은 첨단 신소재 산업 육성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지난달 9일 석유화학기업인 미국 크레이튼사 카리플렉스 사업부를 5억3천만달러(약 6천2백억원)에 인수했다.

대림산업은 카리플렉스의 브라질 생산 공장과 네덜란드 R&D센터를 포함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미국·독일·벨기에·일본·싱가포르 등의 글로벌 판매 조직 및 인력과 영업권도 확보하게 됐다.

카리플렉스 사업부가 생산하는 라텍스는 글로벌 합성고무 수술용 장갑시장 1위 제품으로, 대림산업은 해외 기술 및 수입 의존도가 높은 의료용 소재 국산화를 통해서 의료용 신소재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술개발을 통한 원천기술을 확보하는 한편, 국내에 생산공장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메탈로센 촉매 등 독자적으로 개발한 기술과 카리플렉스의 음이온 촉매 기반의 합성고무 생산 기술을 융합하여 의료기기, 우주항공, 기능성 타이어 등 첨단 산업분야에 적용 가능한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사업확장을 가속화한다는 전략이다.

김상우 대림산업 부회장은 “카리플렉스 인수는 석유화학 에너지 디벨로퍼 사업을 집중 육성하고 있는 이해욱 회장의 전략이 만들어 낸 가시적인 성과”라며 “첨단 신소재 산업 육성을 위한 대림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 [사진제공-대림산업]

◆ 대림산업, 사업분야 분할 의혹..."가능성 없다

최근 대림산업은 자산 매각이나 유화 사업 분할의 시나리오 등을 통해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이라는 의혹에 휩싸였다. 

실적이 부진한 유화사업을 따로 떼어 내고 삼호, 고려개발 등 건설 부문 계열사를 흡수 합병하면 건설 사업 강화를 통해 높은 밸류에이션을 받을 수 있고, 경영 효율화까지 이룰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기대감에 주가도 2주만에 60%가량 급등하기도 했다. 다만 대립산업은 이러한 의혹에 대해 부인하고 있다.

대림그룹은 비상장사인 대림코퍼레이션이 지주사, 대림산업이 중간 지주사 역할을 하는 구조다. 

이해욱 대림산업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대림코퍼레이션 지분 62.3%를 보유 중이고 대림코퍼레이션은 특수관계인 포함 대림산업 지분 23.12%를 들고 있다. 

그리고 대림산업이 삼호, 고려개발, 대림에너지, 대림자동차, 글래드호텔앤리조트 등 계열사를 거느리는 수직적 지배구조를 갖추고 있다.

대림산업 내부적으로 보면 사업 부문은 크게 건설(토목·주택·플랜트), 제조, 에너지, 기타(관광·레저·부동산 투자) 등으로 나뉜다. 지난해 매출 비중을 보면 주택이 54.6%(이하 매출액 조정 전 기준), 토목이 16.7%, 플랜트 9.8%로 건설 부문 비중이 80% 이상 압도적 비중을 차지한다. 제조 부문은 석유화학과 모터사이클, 자동차부품, 콘크리트 등인데 매출 비중이 15.9%다.

대림산업은 석유화학 사업에서 합성수지·포장재 등을 제조하는 필름사업부를 분할해 대림에프앤씨를 설립했고, 대림코퍼레이션은 지난해 폴리머 사업 부문을 물적분할해 대림피앤피를 세운 바 있다.

석유화학 사업 부문의 분할과 대규모 인수, 건설 부문 계열사 합병 등이 이어지면서 시장에서는 대림그룹이 지주사 대림코퍼레이션을 중심으로 크게 건설 부문과 석유화학 부문으로 재편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림산업과 대림건설을 하나로 합치고, 대림산업의 석유화학 사업은 따로 분리시켜 카리플렉스, 대림에프앤씨, 대림피앤피와 합병하는 그림이다.

회사측은 이 같은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대림산업 측은 "대림산업과 대림건설은 인력 규모, 급여 등에서 차이가 크고 사업 영역도 대림산업은 대규모 재건축·재개발, 대림건설은 중소규모 주택사업 등으로 나뉘기 때문에 합병으로 인한 시너지가 낮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석유화학 사업 역시 규모가 상당해 분할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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