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등급법 가시화에도 우리금융 "대규모 M&A는 신중히"
내부등급법 가시화에도 우리금융 "대규모 M&A는 신중히"
  • 김수현 기자
  • 승인 2020.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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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등급법 도입시 추가 출자 여력 확보
-우리금융 지주사 체제 다질지 관심
-다만, 손태승 회장은 M&A에 신중
-시장 상황 예의주시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집중

우리금융그룹(회장 손태승)의 오랜 바람이던 내부등급법 도입이 가시화되고 있다. 내부등급법이 승인되면 금융사의 자본 확충 여력이 넓어진다.

따라서 우리금융은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다. 그렇다고 서두르진 않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고, 자본을 마련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해서다. 

◆ 출자 여력 확보해 지주사 체제 다지기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4월 우리금융 내부등급법 승인을 위한 현장실사를 마무리하고 취합 자료 등을 토대로 서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리스크 관리 부서에서 관련 자료, 승인 시기, 승인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상반기 중 승인 날 거란 전망도 있으나 금감원의 입장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승인 시기는 미정이지만, 일반적으로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같은 경우 분기별로 보기 때문에 승인 결정 이후 다음 분기에야 금융사에 적용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내부등급법을 사용하는 은행이 지주사로 전환하면 자산 위험도를 내부등급법으로 사용하는 특례조항이 2016년 말 사라졌다.

따라서 우리금융은 지난해 1월 지주사 전환 뒤 5대 금융그룹 중 유일하게 표준등급법을 적용해왔다. 이로 인해 회계상의 불리함도 적지 않았다.

표준등급법은 위험가중자산을 산출할 때 바젤위원회가 정한 기준을 적용한다. 이에 반해 내부등급법은 금융기관의 자체 신용평가모형을 이용한다.

즉, 각 금융사 고유의 측정법을 활용하는 내부등급법과 다르게 표준등급법을 적용하면 보다 세밀하고 정교한 기준으로 평가를 받게 된다.

이런 이유로 지난해 말 우리금융 BIS비율은 타 지주들에 비해 약 2%가량 낮았다. 만약 현 기준으로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우리금융의 BIS비율은 최대 2%포인트 상승할 전망이다.

이를 환산하면 우리금융에 약 2조원의 추가 출자 여력이 확보되는 것이다. 자본 확충 여력이 넓어지는 만큼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우리금융은 비은행권 M&A 추진에 속도를 낼 수 있다.

우리금융은 지주사 출범 이후 낮은 BIS비율 탓에 소규모 M&A만 진행해왔다. 그러나 올해부터는 지주사 체제의 기둥인 증권사와 보험사 등의 대규모 M&A를 추진할 것으로 관측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사진제공=우리금융그룹)

◆ 아직은 시장 상황 예의주시 할 시기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보험사, 증권사, 캐피탈사 등 보다 큰 규모의 M&A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러나 코로나19 등으로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고, 외형 확장을 위한 적기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금융은 조금 더 장기적인 안목에서 M&A를 추진할 방침이다. 조급한 행동으로 실수를 범하기보다 신중한 태도로 오래도록 금융사의 명운을 함께 할 기회를 잡겠다는 의미다.

최근 불거진 KDB생명 인수전 전략적 투자자 참여, 아주캐피탈 인수 추진 가능성 등에 대한 이슈와도 거리가 멀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당장 무조건적인 외형 확장을 추진하진 않을 것”이라며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합리적인 가격에 좋은 매물을 인수할 수 있도록 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아주캐피탈 우선매수청구권 행사와 관련해선 옵션 행사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공동운영사인 웰투시인베스트먼트가 먼저 지분 매각을 결의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고 덧붙였다.

KDB생명 인수와 관련해서는 “사실무근”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 같은 손 회장의 신중한 태도는 이미 실질적인 성과로 입증된 바 있다. 지난해 비은행 계열사 인수를 통한 M&A 전략은 수익 개선으로 구체화됐다.

금감원 집계 결과 우리금융그룹이 비은행 종속기업으로부터 거둬들인 순이익은 727억7100만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70억5400만원 늘어난 수치다.

1년 전 순이익은 –42억8300만원이었지만, 단숨에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 우리금융은 M&A를 거쳐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을 자회사 편입했다.

이어 우리카드, 우리종금 자회사 편입도 완료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우리금융이 보유하고 있는 종속기업은 카드사, 종금사, 자산운용사, 신탁사 등이 보강된다. 총 11곳이다.

자회사를 통한 순이익도 반영되면서 비은행 부문의 이익 비중이 확대되는 결과도 이끌었다. 특히 자산운용사 편입 효과로 전년 동기 대비 약 16% 증가한 3140억 원의 비이자이익을 기록했다.

보다 차분한 행보로 내실을 갖추며 성장하겠다는 우리금융의 의지는 금감원이 강조하는 바와도 결을 같이 한다.

최근 윤석헌 금감원장은 "외형 확대를 자제하고 충당금과 내부유보를 늘리는 등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대비해 손실흡수 능력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내 금융사가 배당 확대를 자제하고, 외형 확장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미다. 우리금융 측도 “비은행권 확대는 중장기적 전략인 만큼 차분히 추진하고, 코로나19 극복에 집중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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