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파괴' 경제학자 슘페터는 1600만원 TV를 살까?
'창조적 파괴' 경제학자 슘페터는 1600만원 TV를 살까?
  • 오현길
  • 승인 2013.07.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기술 과잉시대, 신기술 강요받는 소비자
스마트폰 3D TV..쓰는 않는 기술만 넘쳐
기술 발전으로 제품·서비스 가격도 상승


[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혼수로 3D TV를 장만한 직장인 최모씨는 결혼한지 반년이 넘도록 한번도 3D 기능을 사용해본적이 없다. 일반 화면도 3D화면으로 구현해준다는 설명에 200만원 넘는 제품을 구입했다. 그는 "디지털방송 전환이다, HD방송이다 말들이 많아서 가장 최신 제품을 구입했지만 결국 헛 돈을 쓴 셈"이라고 말했다.

#출판사에 다니는 이모씨는 얼마전 고향에 계신 부모님의 생신을 맞아 최신 스마트폰을 선물해드렸다. 타지에 살고 있어 자주 찾아뵙지 못해 화면이 크고 영상통화도 가능한 제품으로 골랐다. 하지만 영상통화 때문에 통신비가 평소보다 2배 가량 늘어난 이후에 영상통화는 해본 적 없다.

"산업혁명과 그 결과는 인류의 재앙이다"라고 시작되는 폭탄테러범 '유너보머(Unabomer)'의 선언문이 미국의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에 개재된지 정확히 18년이 흘렀다.

1978년 이후 17년 동안 16건의 연쇄 폭탄테러를 저지른 '공공의적'을 다시금 떠올리는 이유는 기술 발전에 대한 그의 경고가 최근들어 유의미해지고 있다는 느낌 때문이다.

현 시대는 그야말로 기술의 시대다. 지구 반대편 사람들과 영상통화를 하고 지구촌 곳곳을 트위터와 유튜브가 생중계한다. 손에 들린 스마트폰에는 쓰는 기능 보다 안쓰는 기능이 많아졌고, 하루가 멀다하고 무선 정보통신 환경은 빨라지고 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빠른 혁신 속도만큼 새로운 기술을 강요받아야 하는 상황에 처하게 됐다. 주객전도다. 특히 기술혁신은 제품·서비스의 가격 상승과 맞물리면서 자본의 논리가 침범하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살 것인가 말 것인가'가 아닌 '살 것인가 사게될 것인가'가 됐다.

스마트폰과 무선통신은 기술 혁신의 가장 선두에 있다. 기술 과잉도 심각하다. 특히 최근 통신사들이 앞다투어 신기술을 선보이면서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바로 LTE-A가 주인공. 롱텀에볼루션(LTE)이 2011년 첫선을 보였다는 점에서 불과 2년만에 새로운 통신서비스가 등장한 셈이다. 앞서 3세대인 WCDMA가 2005년 본격화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8년 사이에 3번의 기술혁신이 이뤄진 것이다.

그 사이 통신비는 수직상승했다. OECD가 최근 발표한 '2013 커뮤니케이션 아웃룩'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 한국의 월평균 가계통신비 지출액은 148.4달러, 한화로 약 16만7700원에 달한다. OECD국가 가운데 일본(160.5달러)과 미국(153.1달러)에 이어 3번째로 많다.

2004년 정보통신부가 집계한 가구당 평균 무선 통신비는 3만4021원으로 약 9년만에 392.93%나 증가한 셈이다. 물가상승을 고려하더라도 통신비 부담은 그동안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스마트폰 중독도 늘고 있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발표한 ‘2012년 인터넷중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만5세부터 49세 인터넷이용자 중 인터넷중독률은 7.2%, 중독자 수는 220만3000명에 달한다. 10대 중독률이 10.7%로 가장 높았으며 20대는 9%, 유아동(만5~9세)도 7.3%나 기록했다.

대표적인 백색가전인 TV도 기술혁신 속도가 빠른 대표적인 제품군이다. 디지털방송을 기반으로 3D 기능 뿐만 아니라 소재면에서도 브라운관에서 PDP와 LCD, LED를 거쳐 현재 OLED와 곡면 OLED까지 등장했다.

그러나 앞선 TV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컨텐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지상파와 케이블방송사 가운데 3D 전용 방송을 선보이는 곳은 전무하다. 정부에서는 미래부를 통해 3D 콘텐츠 제작 지원에 팔을 걷었지만 아직까지 걸음마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상황은 해외도 마찬가지. 지난해 윔블던 경기를 3D로 생방송했던 BBC는 올해말 3D TV 프로그램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의 ESPN도 3D 채널을 중단한 후 HD로 전환하고 있다.

TV 가격은 수천만원을 호가한지 오래다. 최근 LG전자가 미국에서 출시한 곡면 OLED TV(모델명: 55EA9800)은 1만4999달러, 약 1680만원에 달한다.

기술 혁신으로 창조적 파괴를 주장한 슘페터. 올해로 탄생 130주년이다. 과연 그가 현재 살아있다면 최저임금 5120원과 수천만원대 TV를 보면서 어떤 얘기를 할까?



오현길 기자 ohk0414@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