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돋보기] '승부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하이닉스·도시바 이어 인텔에 베팅
[CEO돋보기] '승부사' 최태원 SK그룹 회장, 하이닉스·도시바 이어 인텔에 베팅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0.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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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인텔의 낸드 메모리 사업 10.3조에 인수
최태원 회장, '반도체' 3번째 베팅…통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또 한번 통 큰 투자를 단행했다. 지난 2012년 SK하이닉스 인수, 2018년 도시바 메모리 인수에 이어 이번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결정했다.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반도체 사업 강화를 위한 최 회장의 선제적이고 과감한 투자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도 그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재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SK하이닉스, 인텔의 낸드 메모리 사업 10.3조에 인수

SK하이닉스 로고.[자료제공: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 로고.[자료제공: 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미국 인텔(Intel)의 낸드 사업부문을 인수한다고 20일 밝혔다. 인수 대상은 인텔의 낸드 SSD, 낸드(NAND) 단품과 웨이퍼 비즈니스, 중국 다롄(Dalian) 팹 등이며, 인수 총액은 90억 달러(한화 10조3104억원)이다. 다만, 인텔의 옵테인 사업은 이번 인수 대상에서 제외된다.

SK하이닉스와 인텔은 2021년 말까지 주요 국가의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규제 승인을 얻은 후 SK하이닉스는 우선 70억달러(약 8조원)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 SSD 사업(SSD 관련 IP 및 인력 등)과 중국 다롄팹 자산을 SK하이닉스로 이전한다.

이후 인수 계약 완료가 예상되는 2025년 3월에 SK하이닉스는 20억달러(약 2조3000억원)를 지급하고 인텔의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 관련 IP, R&D 인력 및 다롄팹 운영 인력 등 잔여 자산을 인수한다. 인텔은 계약에 따라 최종 거래 종결 시점까지 다롄팹 메모리 생산 시설에서 낸드 웨이퍼를 생산하며 낸드플래시 웨이퍼 설계와 생산관련 IP를 보유한다.

이번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로 빅데이터 시대를 맞아 급성장하고 있는 낸드플래시 분야에서 기업용 SSD 등 솔루션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선두권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회사 측은 기대하고 있다.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도 이날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발표한 뒤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낸드플래시 부문 경쟁력 강화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 사장은 "2022년 기업가치 100조원 달성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하게 됐다"며 "안정적인 성과를 내고 있는 D램 사업만큼 낸드 사업이 성장한다면 목표 달성은 반드시 앞당겨질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D램'과 '낸드'라는 든든한 두 날개로 활짝 펴고 4차 산업혁명의 중심으로 비상해나가자"고 주문했다.

 

◆최태원 회장, '반도체' 3번째 베팅…통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자료제공:SK그룹]
최태원 SK그룹 회장.[자료제공:SK그룹]

재계에선 이번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배경에도 최태원 회장의 통 큰 결단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앞서 최 회장은 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강화를 위해 반도체 소재기업 등을 잇따라 인수하는 등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왔다.

2012년 하이닉스 인수를 시작으로 2015년 11월에는 OCI 머티리얼즈를 인수해 SK머티리얼즈를 출범시켰고, 2017년 8월에는 반도체용 웨이퍼 제작 업체인 SK실트론의 운영을 시작했다. 이어 2018년에는 도시바 메모리 지분 인수에 성공하면서 반도체를 그룹의 중심 축으로 성장시켰다.

시장에선 이번에도 최 회장의 승부수가 통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일단 업계 안팎에선 긍정적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가 SK그룹의 '반도체 수직계열화' 강화 뿐만 아니라, 글로벌 반도체 시장 경쟁력을 보다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 자리를 공고히 하고 있지만, 낸드플래시 분야는 상대적으로 열세에 놓여있다. 이에 SK하이닉스가 업계 6위인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를 마무리 지을 경우, 글로벌 낸드 시장 점유율이 20%에 달하게 되면서 삼성전자에 뒤를 이어 2위 기업으로 도약하게 될 전망이다. 지난해 기준 글로벌 낸드 시장에서 인텔은 점유율 9.5%로 업계 6위를, SK하이닉스는 점유율 9.9% 로 업계 5위를 각각 차지한 바 있다.

김태진 SK증권 연구원은 "이번 인수가 단기적으로는 부채 비율에 따른 재무 부담이 이어지겠지만, 장기적으로 판단할 때 2021년 메모리 업황 반전 시기에 맞춰 인텔 메모리 인수 완료와 중국 다렌 공장의 최적화 과정이 끝난다면 큰 폭의 수혜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이어 "인텔 OPM메모리 외부 수주를 받을 경우에는 당장 수익성을 보장받을 수 있고 자체적으로 메모리 생산을 진행해도 늦어도 하반기에는 수익 실현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태원 회장 특유의 승부사적인 기질이 유감없이 발휘됐다"고 평가하면서 "그간 SK그룹이 유망한 기업을 골라 사들여 운 좋게 성장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과거 SK하이닉스 인수 과정에서 보인 과감한 결단과 이를 통해 SK를 글로벌 기업으로 키워낸 것만 봐도 이번 투자 또한 의미있는 결과물 창출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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