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코로나·미중 분쟁·총수 부재"…삼중고 직면한 삼성 
[비즈이슈] "코로나·미중 분쟁·총수 부재"…삼중고 직면한 삼성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0.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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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관련 2건의 재판 진행…총수 부재로 인한 경영 차질 우려
글로벌 반도체 시장 판도 '흔들'…성장 동력 상실로 '반도체 초격차 전략' 차질 전망

 

삼성이 '삼중고(三重苦)'에 직면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미중 무역분쟁 등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는 대외 악재들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2일부터는 이재용 부회장 관련 재판이 연이어 진행될 예정으로 리더십 부재로 인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첩첩산중 형국으로 이 부회장이 강조하고 추진해 온 삼성의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용 부회장 재판 22일 시작…'사법리스크' 확대 우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제공: 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자료제공: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은 이달에만 두 개의 재판을 동시에 받는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부장판사 임정엽)는 22일 오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연다. 이 부회장과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 미래전략실 실장(부회장), 김종중 전 삼성 미래전략실 전략팀장(사장), 최치훈 삼성물산 이사회 의장 등 삼성그룹 전현직 임직원 10명도 함께 재판을 받는다. 

다만, 공판준비기일은 공소사실에 대한 피고인 측 입장을 확인하고 향후 심리 계획 등을 논의하는 절차이기 때문에 피고인의 법정 출석 의무는 없다. 이에 따라 이 부회장 등 삼성그룹 관계자들은 출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나흘 뒤인 26일에는 일시 중단됐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도 다시 열린다. 이번 재판은 지난 1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편향 재판' 등을 이유로 기피신청을 해 9개월 간 중단됐으나, 고법과 대법원이 연이어 검찰의 요청을 기각하면서 재개됐다. 이 재판에서는 대법원에서 인정한 이 부회장의 뇌물죄에 대한 양형이 결정될 전망이다. 

이 부회장이 당분간 두 가지 재판을 동시에 받게 되면서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 등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전략적 결정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삼성은 물론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도 적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재계 안팎에서 나온다. 

앞서 지난 2017년 이 부회장의 법정 구속이 결정됐을 때도 삼성은 글로벌 경영 차질 등 상당한 후유증을 겪었다. 무엇보다 총수 부재 장기화로 인해 적시에 이뤄져야 할 투자 관련 의사결정이 보류되면서 미래 먹거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로 삼성의 대규모 M&A는 '국정농단 사건' 기소 전 '하만'을 9조원 이상에 인수한 것이 마지막이었다. 

 

◆글로벌 반도체시장도 요동…'반도체 초격차 전략'에 차질 불가피

[자료제공: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20~21일 베트남 하노이 인근에 위치한
   삼성 복합단지를 찾아 스마트폰 생산공장 등을 점검하는 모습. [자료제공: 삼성전자]

올 들어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여파 속에서도 경영 보폭을 넓혀가는 중이었다. 특히 두 개의 재판을 앞두고서도 네덜란드, 스위스에 이어 베트남까지 이달 들어서만 두 차례의 해외출장을 떠나며 글로벌 경영에 박차를 가해왔다.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한 이 부회장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삼성의 발목을 잡을 변수는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미국의 중국 화웨이 제재, 미중 무역분쟁 격화로 인해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무엇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시장은 미국 엔비디아의 영국의 반도체 설계기업 ARM 인수 등 빅딜이 잇따르면서 판도가 격변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글로벌 경쟁 기업들은 기술 개발, 업체 간 합종연횡에 나서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며 시장 쟁탈전에 대비하고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함께 경쟁하고 있는 국내 기업 SK하이닉스도 공격적인 투자로 영향력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미국 반도체 강자인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부문을 90억 달러(한화 약 10조3000억원)에 인수했다. 이는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금액인 80억 달러를 뛰어넘은 것으로, 국내 M&A 역사상 최대 규모다. 특히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가 이번 인수합병을 발판으로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시장에서 삼성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설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반면 삼성은 또다시 사법리스크에 휩싸이게 되면서 자체적으로 추진 중인 반도체 초격차 전략에도 적잖은 타격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은 지난해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는 등 삼성의 주력인 반도체 경쟁력을 유지할 '초격차'를 연일 강조해왔다. 

재계 한 관계자는 "가뜩이나 반도체 패권 다툼이 격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총수 부재가 길어지면 결국 투자가 어려워지고,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 구조도 갖추기 어려워진다"며 "햇수로 5년간 이어진 사법리스크에 따른 피해는 우리나라 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인 삼성뿐 아니라 대한민국 경제 전체의 몫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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