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공정경제 3법' 통과…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공격 본격화하나
[비즈 이슈] '공정경제 3법' 통과…투기자본의 국내기업 공격 본격화하나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2.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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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재계 보완 촉구
'우려가 현실로'…미국 헤지펀드 "LG 계열분리 계획 반대"

정부·여당이 추진해 온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하자 LG 등 국내 기업을 향한 투기자본의 공격이 가시화하고 있다. 주주권 침해, 투기세력 악용 가능성 등 각종 부작용을 이유로 반대 목소리를 내 온 재계는 "우려가 현실화됐다"며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현재는 공격 타깃이 일부 기업에 국한돼 있지만 향후 수많은 국내 기업이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되는 것 아니냐는 걱정이 커지고 있다.

 

◆ "'공정경제 3법'이 아니라 '기업규제 3법'"…재계 보완 촉구

[사진: 픽사베이 제공]
'공정경제 3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공정경제 3법'이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일부 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 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가리키며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금융그룹 재무 건전성 확보 등을 명분으로 추진됐다.

그간 재계는 '공정경제 3법'에 대해 꾸준히 반대 의견을 내왔다. 특히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선출을 담고 있는 상법 개정안은 기업 경영 활동 위축을 초래할 것이라며 극력 반발했다. 

상법 개정안의 핵심내용은 상장회사가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로 선출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이른바 '3%룰'이다. 현행 상법은 주주총회에서 이사를 먼저 선임한 뒤 이사 중 감사위원을 선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개정된 상법은 감사위원 중 1명 이상을 이사와 분리해 선출하도록 하고,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만 인정한다. 예컨대 기업의 최대 주주가 10%가 넘는 지분을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출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되게 된다. 이 때문에 자연스레 기업은 경영권 공격의 위협에 노출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에 주요 경제단체들은 단기 차익을 노리는 외국계 투자 펀드 등의 공격이 거세질 거라며 상법과 공정거래법, 노동조합법 개정안에 대해 보완 입법을 촉구하고 나섰다. 상법 개정안에 대해서는 "의결권 제한이 주주 권리와 사유재산권을 과도하게 규제해 위헌 소지가 있다"며 시행 시기의 유예, 감사위원 분리선임 시 의결권 행사를 위한 주식 보유기간 최소 1년 이상 규정, 분리 선임된 감사위원의 이사 자격 제외 등을 요구했다.

 

◆ '우려가 현실로'…미국 헤지펀드 "LG 계열분리 계획 반대"

LG 로고.[사진: LG 제공]
LG 로고.[사진: LG 제공]

하지만 최근 '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한 직후 우려했던 투기자본 공격은 현실이 됐다. 실제 최근 미국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화이트박스 어드바이저스가 LG 이사회에 LG그룹의 계열 분리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화이트박스는 서한에서 "최근 발표된 LG의 계열분리 계획은 소액주주들의 가치를 창출하는 데 실패할 것"이라며 "LG는 현재 순자산가치의 69% 수준인 주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또 이들은 "명백히 더 좋은 대안에도 불구하고 이사회는 가족 승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소액주주들을 희생시키는 계획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며 "LG의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반하는 행동을 그만두라"고 촉구했다.

화이트박스는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 출신인 사이먼 왁슬리가 이끌고 있다. 지난 3년간 LG 지분 약 1%를 보유해왔다. 이에 반해 LG 총수일가는 지분 46%를 갖고 있어 사실상 LG 그룹의 경영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하지만, 개정 상법이 시행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LG 최대주주인 구광모 회장은 지분 15.9% 확보하고 있지만, 감사위원 선출 때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마찬가지로 구본준(7.7%), 구본식(4.4%), 구본능(3.0%), 김영식(4.2%) 등 친족들의 의결권도 각각 3%로 제한된다.

이런 상황에서 문제는 화이트박스가 제도를 악용해 다른 외국계 펀드와 연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그간 국내외 투기세력들은 최대주주 및 우호세력과 연합해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을 벌였던 탓에 최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부담을 키워왔다. 이 때문에 LG 역시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화이트박스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게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익명을 요구한 경제단체 한 관계자는 "그동안 기업들이 '공정경제 3법'을 왜 '기업규제 3법'이라고 부를 수밖에 없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투기자본이 투자 수익 극대화만을 노린다면 그나마 다행이겠지만, 경영권 장악에 나서고자 한다면, 이는 LG에서 그치지 않고 다른 기업까지 번질 수 있다. '제2의 엘리엇 사태'가 또다시 일어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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