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기업들, 너도나도 'ESG' 조직 신설…현주소는?
[비즈 이슈] 기업들, 너도나도 'ESG' 조직 신설…현주소는?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 잇달아 전담 조직 시스템화 
기존 조직 확대·전문 인력 부족…'구색 맞추기' 지적도

국내 기업들이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전담 조직을 잇달아 신설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기업의 역할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ESG가 기업의 경영 활동에 있어 '떼려야 뗄 수 없는'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아가고 있어서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이 같은 움직임이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ESG 조직 신설이 급하게 이뤄진 경향이 있는 데다 인적 구성도 미흡한 구석이 엿보이기 때문이다.

해당 조직들이 ESG 경영 전문가나 다양한 분야의 인사로 이뤄지기 보단 기존의 경영관련 위원회를 확대 개편하거나 겸직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조직 운영 실효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 삼성, 현대차, LG, SK  등 대기업 잇달아 전담 조직 시스템화 

[사진: 각 사 제공]
국내 주요 기업들이 ESG를 경영에 본격 도입했다. [사진: 각 사 제공]

국내 주요 기업들이 ESG를 경영에 본격 도입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일부 기업들을 중심으로 상징적인 의미에서 ESG 경영을 강조했다면, 올 들어서는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관련 인재들을 영입하는 등 점차 시스템을 갖춰나가고 있는 모습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경영지원실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로 격상했다. 이와 함께 전사 차원 협의기구인 지속가능경영협의회를 최고재무책임자(CFO) 주관으로 확대 개편했다. 

현대자동차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바꿔 ESG 관련 역할을 맡겼다. LG그룹도 이사회 내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고, ESG 경영의 최고 심의 기구로 운영키로 했다.

SK그룹은 일찌감치 ESG를 경영에 도입했다. 지주회사인 SK㈜가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하면서 대표이사 평가 권한까지 부여했다. 이 밖에 ㈜한화도 ESG 가치 창출을 위해 이사회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고, 삼성생명과 삼성화재, 포스코 등도 ESG 위원회를 만들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에 처음 ESG 개념이 등장한 이후 국내 대부분의 기업들이 환경·사회문제·지배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이를 실제 경영활동에 반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존 조직 확대·전문 인력 부족…'구색 맞추기' 지적도

[사진: 픽사베이 제공]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ESG위원회를 설치한 일부 기업들의 경우 급하게 조직 구성에 나선 탓에 인력풀이 넓지 못한 실정이다. [사진: 픽사베이 제공]

다만, 일각에서는 국내 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이 '구색 맞추기'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ESG위원회를 설치한 일부 기업들의 경우 급하게 조직 구성에 나선 탓에 인력풀이 넓지 못한 실정이다. 무엇보다 ESG 경영 전문가나 다양한 분야의 인사를 사외이사로 선임해야함에도 기존 사외이사들 위주로 조직을 구성하고 있어 '보여주기 식'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키우고 있다. 

4대그룹 한 관계자는 "솔직히 ESG위원회를 구성하고, 위원장을 선출하는 과정에서 독립성이 보장돼야 하는데 이 부분에는 의문이 든다"면서 "또 구성원에도 크게 변화가 없다 보니 직원들 입장에선 이 조직이 제 역할을 할지, 나아가 회사가 ESG 경영을 잘하고 있는 건지 직접 체감이 되진 않는다"고 귀띔했다. 

이 때문에 기업 내부에서도 조직 운영 실효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들마다 'ESG 경영'을 외치고 있지만, 이에 대한 개념과 명확한 기준, 그리고 관련 법 체계가 자리 잡지 않은 상황에서 다들 너무 조직을 만드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며 "기업들마다 신설하고 있는 ESG위원회 같은 경우도 지속가능성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없다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일부 대기업에 국한돼 있다는 점도 문제다. 현재 기업의 수주와 납품, 투자유치, 마케팅 등 기업활동 전반에 ESG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일부 대기업의 영역으로만 인식되던 ESG 경영은 이제 중소기업을 포함한 모든 기업이 이행해야 하는 필수 영역이 됐다. 

실제 전국경제인엽합회가 조사한 '그룹 ESG 경영 사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위 10대 그룹은 ESG 경영 강화를 위해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ESG위원회를 설치하거나 기존 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운영 중이다.  

이와 달리, 일부 대기업과 중견기업, 그리고 중소기업들은 조직 신설 등 ESG 경영을 추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정이다. 기업 규모가 크지 않은 데다, 대기업과는 달리 상대적으로 자금과 인력이 부족해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에 이들 기업은 ESG 전담 조직이 전무할 뿐만 아니라, 기존 사업부에서 ESG 관련 업무를 겸하면서 내부 직원들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00대 기업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일부 대기업은 인력에 여유가 있어 ESG 경영이다 뭐다 빠른 대응이 가능하겠지만, 우리 같은 경우는 현재 추진 중인 사업에 대응할 인력 조차 부족하기 때문에 (ESG 경영은)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은 느낌이 든다"고 꼬집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