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 코드'가 불러올 바람, 어디로 부나?
'스튜어드십 코드'가 불러올 바람, 어디로 부나?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7.08.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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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이슈 : 세계파이낸스 장영일 기자

[팍스경제TV 오진석 기자]

 (앵커) 스튜어드십 코드가 무엇인가요?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란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는 집사(Steward)처럼, 기관투자가가 고객 돈을 제대로 운용하는 데 필요한 행동지침을 뜻합니다.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등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기관투자가들의 의결권 행사지침을 말하는데요, 기관투자가의 역할을 단순히 주식 보유와 그에 따른 의결권 행사에 한정하지 않고 기업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한 기업의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이를 바탕으로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적으로 합니다.

 기관투자자들이 단순히 투자할 기업을 선택하고 주가가 오르기만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기업과 활발하게 대화함으로써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끌어내기 위함입니다. 이러한 활동은 기업의 배당을 확대하고 지배구조 개선을 통해 주주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앵커) 스튜어드십 코드의 직접적 효과는 어떤 건가요?

(기자)  2010년부터 2013년까지 스튜어드십 코드를 먼저 도입했던 해외 6개국 사례를 보면 이들 국가에서 배당성향이 빠르게 증가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도 기업 지배구조 단점이 개선되고 배당증가 효과가 나타나면 국내증시 디스카운트 현상이 점차 해소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 이유는?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는 2010년 영국이 처음 도입했습니다. 영국이 처음으로 코드를 도입한 것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주주, 특히 기관투자가의 무관심에서 비롯됐다는 판단에 따른 것입니다. 즉 기관투자가가 금융회사 경영진의 잘못된 위험 관리를 견제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에서입니다. 현재까지 네덜란드, 캐나다, 스위스, 이탈리아 등 10여개 국가가 도입해 운용 중이며, 아시아에서는 일본, 말레이시아, 홍콩, 대만 등이 운용하고 있어요. 

한국은 작년 삼성물산과 제일기획의 합병 과정에서 지분 10%를 가진 국민연금이 제역할을 다하지 않았다는 지적에서 새정부의 핵심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앵커) 우리나라 국민연금이 제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하는데 다른 기금들은 어떤가요?

(기자) 스튜어드십 코드와 별개로 이미 주요 연기금은 주주 행동주의의 원칙에 입각해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미국 최대 연기금인 캘리포니아 공무원연금 캘퍼스(CalPERS)와 블랙록(BlackRock)이 대표적이다. 캘퍼스는 캘리포니아 주정부 공무원들의 연금을 운용하는데 규모만 3000억달러(약 338조원)가 넘습니다.

캘퍼스는 ‘기업지배구조와 지속가능성 원칙’을 제정하고 이에 맞춰서 1000개 이상 투자 기업의 경영 활동에 관여하고 있다. 투자 기업 가운데 지배구조나 경영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은 별도로 관리하기도 합니다.

미국의 자산운용사인 뱅가드, 영국 최대 보험사 아비바, 프랑스 금융그룹 BNP 파리바 등도 적극적으로 투자 기업의 경영 활동에 관여하고 있고요. 

 

(앵커)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은 어떻게 되가고 있습니까?

(기자) 현재까지 참여 계획서를 제출한 기관은 자산운용사 9곳과 자문사 3곳, 증권사 2곳, PEF 등 총 43곳입니다. 민간 연기금을 운용할 개별 자산운용사 선정시 코드 참여 기관에 가산점을 주는 등 인센티브가 늘어난 게 주효했다는 평가입니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이 자산운용사로는 처음으로 기관투자자의 의결권 행사를 강화하는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했습니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빅4'에 해당하는 한투운용이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하면서 업계의 활발한 참여가 전망되는 가운데 기관투자자 의결권 강화가 가져올 기업 경영 침해 문제 등이 다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밖에 미래에셋운용과 삼성운용, KB운용 등 국내 빅4에 해당하는 자산운용사들 역시 4분기부터 스튜어드십 코드를 도입할 예정입니다.

 

(앵커) 가장 큰 손인 국민연금은 어떻습니까?

(기자) 지지부진한 상태입니다. 국민연금은 스튜어드십 코드 관련 연구용역 입찰을 진행했으나 두 차례나 유찰돼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 의지 자체를 의심받았다.

새정부가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한 날 국민연금은 ‘국민연금 책임투자와 스튜어드십 코드에 관한 연구’의 수행기관으로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을 선정했고요. 5개월 정도의 연구용역 기간을 고려하면 빨라야 내년 상반기 도입이 가능하다는 계산입니다.

 

(앵커) 국민연금이 이렇게 늦어지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국민연금기금을 총괄하는 이사장과 기금운용본부장(CIO) 모두 공석인 상태입니다. 수장이 없으니 진행이 안되는 것이죠.

기금 규모만 500조원을 넘고 국내 주식시장에 90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자하는 국민연금의 참여여부는 우정사업본부나 공무원연금 등 기타 연기금들의 동참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의 자금을 위탁받아 운용하는 자산운용사들의 참여에도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에 더욱 신중해지고 있고요.

금융당국과 정부가 기관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를 독려하고 있지만 국민연금은 도입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자신들의 동참여부가 미칠 영향력을 고려해야 하니까요.

실제로 국민연금이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국내 10대그룹 계열 상장사 수만 58곳으로 이들의 적극적인 의결권 행사는 기업들의 자율 경영 침해 논란의 소지는 물론, 지난 정권의 삼성그룹 합병 문제 등에서 불거진 정부의 입김 논란 등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앵커) 같은 이유로 스튜어드십 도입에 신중해야 된다는 목소리도 있던데요

(기자) 일각에선 국민연금은 공공기관인 동시에 공적연금이기 때문에 주주권 행사가 정치적 영향력에 노출될 수 있어 국민연금의 자산운용 목표인 투자자의 이익 극대화가 아니라 다른 목적을 위해 코드가 활용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지배구조 선진화를 촉진할 수 있어 누구도 반대할 수 없는 중요한 항목이지만 실제 기업 현실과 맞물려 운영되는 과정은 이상과 다를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옵니다. 영국이 준공적기관 성격의 재무보고위원회가 작년부터 개별 기관투자가의 코드 이행 평가 결과를 공개하고 있는 것처럼 코드 이행을 점검할 제3의 중립적인 독립기관이 꼭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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