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유사시 한강 긴급복구 교량이 하나뿐?...서울시, 전시동원업체 지정 후 훈련도 안 해
[단독] 유사시 한강 긴급복구 교량이 하나뿐?...서울시, 전시동원업체 지정 후 훈련도 안 해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2.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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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사시 한강 교량 무너져도 긴급 복구 능력 미비
-서울시, 전시동원업체 지정해 놓고 훈련도 안 해
-동원업체 사용할 민간비축 교량도 1개 밖에 없어
서울시가 2009년 민간 비축 교량 구입 후 처음으로 지난해 진행한 '민·관·군 합동 긴급복구 훈련' 현장 모습이다.
[사진=배석원 기자]

미사일 발사 및 포사격 등 북한의 무력도발이 잇따르는 가운데 유사시 한강 다리가 파괴됐을 때 긴급 복구할 수 있는 능력이 미비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현재 동작·마포·한남·잠실대교 등 한강을 가로지르는 교량은 모두 31개입니다. 이 중 국토교통 시행계획(건설분야)에 따라 유사시 긴급복구 대상 교량은 양화·마포·원효·한강·반포·한남·잠실·천호·동작·동호·영동대교 등 11개인데요. 일부는 군의 작전 계획에 따라 육군 수도방위사령부가 관할하고 나머지는 서울시가 긴급(전시)동원업체와 함께 복구조치에 나서는 것으로 돼있습니다. 긴급복구 작업은 3단계로, 서울시 교량안전과가 동원업체에 복구지시를 내리면 동원업체가 자재를 운반해 곧장 복구에 나서는 방식입니다.

한강상 교량 규모별 긴급복구 계획도 [사진=배석원 기자]

문제는 유사시 동원업체가 실질적인 교량복구 능력을 확보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팍스경제TV 취재진이 단독 입수한 서울시의 ‘교량별 복구업체 지정 명단’에 따르면 동원업체는 ▲DL이엔씨 ▲대우건설 ▲현대엔지니어링 ▲롯데건설 ▲GS건설 ▲대우산업개발 ▲반도건설 ▲쌍용건설 ▲한라 ▲두산건설 ▲아이에스동서 ▲SK건설 ▲현대건설 ▲KCC건설 ▲삼성물산 ▲DL건설 ▲효성중공업 ▲동부건설 등 18개사입니다.
 
국토교통부가 사전 조사를 진행했을 때 자발적으로 긴급복구·전시동원에 동의한 기업들입니다. 해당 기업별로 담당 교량이 정해져 있고 정·부로 구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들 기업이 교량 복구 훈련을 직접 수행한 적은 한 번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시 충무훈련의 일환으로 행주대교 일대에서 ‘한강상 교량 민·관·군 합동 긴급 복구훈련’을 실시했습니다. 하지만 동원업체가 직접 교량 설치 훈련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1113공병단이 사전에 열흘 간 설치 연습을 진행한 뒤 서울시와 동원업체 등 앞에서 시연하는 형태로 진행됐습니다. 

당시 공개한 훈련 목표는 ‘한강상 교량파괴시 상황별 대처 및 수습 능력 향상’. 지난해까진 군부대가 먼저 시범을 보이고 올해부턴 동원업체가 직접 설치하는 형태로 진행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해 훈련 때도 직접 동원업체체가 설치하는 과정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서울시 안전총괄실 관계자는 “올해 훈련은 지난 8월 수도방위사령부 예하 부대에서 진행했지만 군부대의 기술 전수 교육 형태로 이뤄졌다”고 밝혔습니다. 동원업체가 실제로 설치를 진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이냐는 데 대해선 “조립능력과 기술이 부족한 것 같다”며 말을 흐렸습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군부대 시범 교육만 이뤄진 겁니다. 올해부터 전시동원업체 주도 하에 훈련을 진행하고 군부대가 이를 평가한다는 당초 계획이 불발된 것입니다. 서울시와 동원업체간의 시각에도 차이가 났습니다. 서울시는 ‘복구 훈련’이라고 했지만 일부 참여 기업 관계자는 “훈련이라기보다는 견학에 더 가까웠다”고 했습니다.

지난해 진행한 한강상 교량 합동 훈련 개요 [사진=배석원 기자]

상황이 이런 데는 서울시 탓이 큽니다. 유사시 지정된 동원업체에게 복구 지시를 내리도록 하는 내부 체계는 만들고 있지만 정작 실제 훈련은 진행한 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동원업체가 복구용으로 활용하는 것은 L.S.T(Long Span Turss Bridge) 교량입니다. 트러스트 형상의 단일부재를 연속적으로 핀과 볼트 등을 활용해 설치할 수 있는 다리로, 최대 길이는 70m 폭은 4.2m 하중은 55~60톤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군에서 사용하는 M2, 장간조립교와 유사하지만 길이가 10m정도 더 깁니다. 21명이 투입돼 조립할 경우 설치 시간은 72시간 정도 소요됩니다.

서울시는 2009년 14억원을 들여 이 교량을 구매했지만 수년간 이 자재를 활용해 훈련한 적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도 훈련을 진행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잘 모르겠다”며 명확하게 답을 하지 못했습니다. 지난해 11월, 교량 구입 12년 만에 ‘한강상 교량 민·관·군 합동 긴급 복구훈련’ 때 처음 활용된 과정을 보면 서울시의 안일함이 단적으로 드러납니다. 당시 서울시가 먼저 LST교량의 활용을 제안한 것이 아니라 수도방위사령부가 이 교량의 존재를 확인하고 공동 훈련을 하자고 나선 것이라고 합니다. 서울시의 무관심 속에 잠자고 있던 비축자재를 동원업체는 배제된 채 군부대가 나서서 만들었던 겁니다. 

서울시의 한강상 교량 합동 훈련 통한 개선 및 발전사항 [사진=배석원 기자]

비축 교량 수가 적은 것도 문제입니다. 서울시가 보유한 70M LST교량도 1기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유사시 긴급하게 복구 소요가 발생하더라도 1개 밖에 복구하지 못하는 실정인 겁니다. 서울시 교량안전과 관계자는 “교량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은 갖고 있지만 구매 시기나 예산 등이 확정된 상항은 아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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