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현대중공업 보안사고 감점 받았다면 선정 결과 모른다"
대우조선해양 넘어 정치권·시민사회까지 감사 촉구 목소리 높아
공정거래위원회가 26일 전원회의를 열어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 결합에 대한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합니다. 이런 가운데 대우조선해양이 최근 감사원에 방위사업청(이하 방사청)이 진행한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사업과 관련해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한 것으로 두고 세간의 관심이 쏠렸습니다. 감사청구서의 핵심은 KDDX 사업 선정 과정에서 위법성 여부가 없었는지, 있다면 바로 잡아달라는 겁니다. 감사 대상으로 지목한 것은 방사청입니다.
KDDX 사업은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총 6척을 건조하는 사업으로 우리 해군의 핵심전력으로 운용할 전투함을 확보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사업 규모는 7조원 규모로 알려져 있습니다. 2020년 5월, 방사청은 KDDX 기본 설계 참여 업체를 모집했고 이 과정에서 현대중공업(현 HD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경쟁을 펼쳐 현대중공업이 선정된 바 있습니다. 최종 점수 차는 0.0565점. 그야말로 간발의 차입니다.
통상 구축함 건조 진행 과정은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건조 순으로 이어집니다. 어떤 기업이 제안한 설계도가 채택되느냐에 따라 선박 건조 시 큰 이점으로 작용됩니다. 방사청은 올해 말까지 기본설계 과정을 마무리한 뒤 2024년부터는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를 추진할 예정입니다.
◆ 대우조선해양이 바라는 세 가지..."공정성·페널티·입찰 재검토"
조선업계 관계자 등에 따르면 통상 기본설계에 선정된 기업이 상세설계까지 이어가는데 유리하다는 평가입니다. 설계 과정은 입찰에 참여한 조선사 간에는 중요한 경쟁 지점입니다. 이후 실제 선박 건조에 돌입했을 땐 경쟁에 참여한 조선사 간 협의에 따라 1번, 2번 함 등으로 선박을 나눠 건조하기도 하는데 이때 설계 과정에서 채택된 기업의 설계도를 갖고 건조에 나서야 하기 때문입니다. 도크와 설비 등에서 최적화 우위를 점할 수 있는 겁니다.
대우조선해양이 국민감사청구를 통해 바라는 점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됩니다. ▲KDDX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적법·위법성 여부를 다시 살펴서 사업의 공정성을 바로 잡겠다는 취지 ▲현대중공업 직원들의 보안사고 재판 결과에 따른 페널티 조치 ▲KDDX 기본설계 사업 입찰 재검토 여부 등입니다. 지난해 11월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왔음에도 '보안사고'와 관련해 방사청이 어떠한 움직임도 보이지 않고 있다 게 대우조선해양 측의 주장입니다.
대우조선해양은 앞서 지난 19일 국민감사청구서를 제출하면서 "지난 2020년 KDDX 기본설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대우조선해양의 KDDX 개념설계 자료를 몰래 촬영해 빼돌려 현대의 회사 내부 서버에 조직적으로 은닉 관리해 왔음이 해당 사건의 재판 결과로 드러났다”며 “당시 현대중공업을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해 사업자 선정 과정의 공정성이 심각하게 훼손됐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 "2020년 현대중공업 보안사고 감점 받았다면 선정 결과 모른다"
KDDX 사업을 놓고 방사청의 업무 처리에 공정성 시비가 이는 건 2018년 드러난 보안검사 사건 때입니다. 조선업계와 법원 판결 등에 따르면 2018년 국군기무사령부(기무사)는 현대중공업을 대상으로 불시 보안점검을 벌였습니다.
검사 결과 당시 현대중공업 직원 9명이 대우조선해양의 함정 관련 자료를 몰래 촬영해 내부 서버에 공유하고 있던 것으로 드러났고, 해당 자료는 대우조선해양이 군 당국의 요청으로 제작해 2012년 넘긴 KDDX 관련 개념설계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밖에도▲장보고-III 개념설계 중간 추진현황 ▲장보고-III 사업 추진 기본전략 수정안 ▲장보고-I 성능개량 선행연구 최종보고서 등 핵심 내용이 추가로 발견된 것으로 전해집니다. 이 같은 내용은 국민의힘 서일준 의원실도 동일하게 지적하고 있습니다.
울산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이 사건은 지난해 11월 당사자 9명에 대해 모두 유죄판결이 내려졌습니다. 현재 이 판결문은 열람이 제한돼 원본은 법원도서관 등을 통해 확인해야 합니다. 이 중 한 명은 현재 항소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2020년 방사청의 KDDX 선정 과정에선 당시 재판 중인 사항이 평가에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대우조선해양 측은 "당시 선정 과정에서 현대중공업은 보안사고에 대한 감점을 받지 않았다"면서 "당시 보안사고에서 벌점이 부과됐다면 결과는 완전히 달라졌을지도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사진=대우조선해양올바른매각위한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
◆ 대우조선해양 넘어 정치권·시민사회까지 감사 촉구 목소리 높아
대우조선해양 총 임직원 수는 약 8600명 정도입니다. 이 중 특수선본부에서 소속돼 근무하는 인원은 1200명 수준입니다. 'KDDX' 사업은 특수선본부가 오랫동안 준비해 온 사업이었던 만큼 사업부에선 결과에 대한 공정성을 바로 잡아야겠다는 의지가 큰 것으로 전해집니다.
특히 전담부서 입장에선 '불공정 수주'라는 인식이 큽니다. 실제로 감사원에 제출한 성명서에도 'HD현중공업 KDDX사업 불공정수주'라는 문구가 쓰여 있습니다. 2020년 방사청에 이의신청 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에 가처분 신청 등 목소리를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것이 대우조선해양의 설명입니다. 당시 방사청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해양의 개념설계를 기본설계 사업 제안서 작성에 활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현재 이 사안은 대우조선해양만의 문제를 넘어 정치권과 지역사회의 움직임으로까지 확산한 상태입니다. 서일준 의원은 지난 12일 성명을 내고, "대한민국 국민과 영해 방위를 책임질 KDDX 차세대 구축함 개발 사업이 심각한 범죄 행위에 연루되었다는 사실이 법원 판결을 통해 확인됐다"면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책임지는데 최우선이어야 할 국가 방위사업이 더러운 범죄 행위로 얼룩지는 전례를 남기지 않도록 관계 수사기관의 즉각적이고 적극적인 수사는 물론 추가 범죄 여부에 대한 감사원의 조사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대우조선해양의 올바른 매각을 위한 거제범시민대책위원회’도 지난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감사원에서 불법과 비리를 철저하게 감사하고 조처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한편 26일 공정위 전원회의에서 한화와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최종 승인되고 향후 통합 과정이 마무리되면서 이 분쟁은 한화그룹의 소관으로 넘어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