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배터리 실적 부진, '캐즘'? 장기불황 전조?...LG엔솔·SK온·삼성SDI ‘경쟁력’ 더 키워야
[이슈] 배터리 실적 부진, '캐즘'? 장기불황 전조?...LG엔솔·SK온·삼성SDI ‘경쟁력’ 더 키워야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4.04.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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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곤두박질'...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75.2% 떨어져
SK온·삼성SDI도 1분기 먹구름..."메탈 가격 하락세 등 요인"
"배터리 업계 당분간 어렵다"...기술 개발하며 경쟁력 키워야
"캐즘, 경쟁력 저하 아닌 시장 탓하는 것"...배터리사 '연구개발'만이 살길

K-배터리 업계가 심상치 않습니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배터리 대표 3인방이 역성장하는 등 심각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져있습니다. 실적 부진에 대한 진단은 엇갈립니다. 단기적 침체 현상으로 보는 전문가들이 있는가 하면 장기 불황을 우려하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습니다.

즉 한편에서는 지금의 실적 부진은 ‘캐즘(Chasm·대중화 전 일시적 둔화시기)’이라며 극복 가능한 단기 침체 현상으로 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캐즘은 핑계에 불과하다’고 비판하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실적 부진이 K-배터리 업계의 '현재 성적표'라며 경쟁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습니다. 불황 장기화에 대비해 현재는 규모를 키워가는 게 아닌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더 절실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지적입니다.

LG에너지솔루션 1분기 실적 발표 자료

◆ '실적 곤두박질'...LG에너지솔루션, 영업이익 75.2% 떨어져 
올 1분기 실적을 보면 국내 배터리 업계가 현재 어떤 상황에 직면해 있는지 적나라하게 드러납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 25일 연결기준 1분기 매출 6조 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9.9%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무려 75.2%나 떨어졌습니다. 당기순이익은 2121억원으로 62.3% 줄어들었습니다. 영업이익의 경우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영향으로 1889억을 세액 공제(AMPC)를 받았는데, 이를 빼면 사실상 316억원 적자입니다. 작년 2분기 이후 3분기 연속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겁니다. 2023년 1분기엔 IRA세액 공제를 반영하지 않은 상태에서도 5329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바 있습니다.

이창실 부사장(CFO)은 이와 관련해 "EV용 원통형을 중심으로 전략 고객사향 물량에 적극 대응해 소형 배터리 매출은 두 자릿수 이상 확대됐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자동차용 파우치 배터리는 전방 수요 약세 영향으로 지난 분기에 이어 고객사의 보수적인 재고 정책이 지속되며 출하량 이 감소했고 작년 하반기 동안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던 메탈가가 판가에 반영된 결과 매출도 전 분기 대비 하락했다"고 설명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분기별 실적 그래프

이외에도 가동률이 저조한 폴란드 법인에서 발생하는 고정비 부담도 영업이익 부진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쳤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은 "유럽의 경기 불황과 보조금 축소, 중국 업체들과의 경쟁 심화 등 복합적인 영향으로 수요가 감소했다"면서 "4분기부턴 폴란드 공장 가동률을 하향 조정했다"고 전했습니다. 메탈 가격 하락도 이미 작년부터 예상했던 일입니다. 회사는 작년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당사 계약은 메탈을 포함한 주요 원재료 각각의 변화가 판가에 반영되는 연동 구조인만큼 메탈 가격 하락으로 인해 2분기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매출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문제는 메탈가격 하락 영향과 폴란드 법인 고정비 발생에 따른 부담이 계속된다는 점입니다. 이 부사장은 올 2분기 전망에 대해 "리튬과 같은 주요 메탈가 하락에 따른 판가 영향은 아직 남아 있는 게 사실이다"면서 "유럽을 중심으로 여러 고객 수요 회복에도 다소 시간이 걸리는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다만 "미국의 전략 고객사의 신차 출시 등에 따른 JV물량 증가가 있기 때문에 2분기 매출은 1분기 대비 증가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당초 LG에너지솔루션이 기대했던 수준에는 못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폴란드 고정비 역시 상반기까지는 불가피하게 회사 수익성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폴란드 법인 가동률을 개선해 나갈 것" 이라고 전했습니다. 

[사진=삼성SDI]

◆ SK온·삼성SDI도 1분기 먹구름..."메탈 가격 하락세 등 요인"
오는 29일과 30일, 각각 1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는 SK온과 삼성SDI도 '빨간불'에 직면해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의 전망치에 따르면 삼성SDI의 1분기 매출은 5조 1911억원, 영업이익은 2281억원 입니다. 작년에는 매출 5조 3548억원, 영업이익 3754억원을 올린 바 있습니다. 최근 ‘위기’를 감지한 삼성 전 계열사의 임원들이 주6일 출근을 시작한 가운데 삼성SDI도 예외는 아닌 상황입니다. 

SK온도 어렵긴 마찬가지입니다. SK온의 지난해 매출은 12조8972억원, 영업적자 5818억원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1년 출범 이후 3년 연속 적자입니다. 올 1분기도 이 같은 기조가 계속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합니다. 그나마 긍정적인 것은 지난해 분기 적자 폭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입니다. 1분기 영업적자는 5818억원인데 4분기에는 186억원으로 상당 부분 줄어들었습니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 25일 임직원들에게 "통상 제조업은 첫 5년은 손해가 나기 마련"이라며 "SK온은 이 시기를 이겨내고 성공하는 극소수 기업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사진=SK온]

양사 모두 전방 수요 부진과 메탈 가격 하락세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은 탓입니다. 배터리 업계 가격은 각 사가 만드는 배터리 품질과 별개로 현재의 리튬과 니켈, 망간 등 메탈 가격의 영향을 받도록 구조화 돼 있습니다. 한 마디로 과거에 고점에 사들인 원자재로 만든 배터리를 그 가격분으로 판매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지금 하락한 가격으로 판매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여기에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둔화, 자동차 업계의 전기차 판매 정체도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시장 조사 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TOP 10 배터리 제조사별 배터리 사용량'은 2023년 기준 글로벌 1위는 CATL이, 2위는 BYD, 3위는 LG에너지솔루션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SK온은 4위, 삼성SDI는 7위에 머물고 있습니다. K-배터리 업계의 사용량 역시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중국 업체(CATL,BYD, CALB) 등의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23일 코엑스에서 열리는 '제37회 세계전기자동차 학술대회 및 전시회(EVS37)'에 참가하는 삼성SDI의 전시회 부스
[사진=삼성SDI]

◆ "배터리 업계 당분간 어렵다"...기술 개발하며 경쟁력 키워야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한 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습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이 어려움이 3~4년은 지속됩니다. 전기차와 배터리는 실과 바늘 관계여서 성장도 쇠퇴도 함께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현재는 캐즘이라고 볼 수 있고 숨고르기 기간이라고 보면 된다"면서 "부진이 이어지는 기간 동안에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강세가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 기간 배터리 업계가 경쟁력 고민을 깊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전기차의 가격도 낮춰지고 가성비도 좋아져야 한다며 특히 "전기차의 가격이 내연기관차와 똑같아 져야 한다"고 했습니다. 김 교수는 "전기차의 가격에서 40%를 배터리가 차지하고 있다"며 "배터리 성능의 가성비를 어떻게 높여주느냐가 전기차의 가성비를 높이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적어도 3~4년 정도 뒤에나 전기차 가성비가 본격적으로 올라설 것으로 보고 있는 겁니다.

개발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 교수는 "중국 CTAL 쪽은 리튬 LFP 배터리 이후로 나트륨 이온 배터리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리튬을 뺀 저가 배터리를 이미 상용화해서 적용할 정도로 난이도가 높아졌는데 우리나라는 NCM 기반이기 때문에, 코발트 프리 기반으로 가거나, 리튬 황배터리나 리튬 메탈배터리 같은 차세대 배터리 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는 또 "우리나라 배터리 업계가 준비하고 있는 LFP배터리는 ESS(에너지저장장치)용이지 자동차용은 아니다"라면서 "자동차용이 나오려면 2026년 초반 정도는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런 가운데 CATL은 최근 1회 충전으로 1000km를 주행할 수 있는 FLP 배터리를 출시했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 "캐즘, 경쟁력 저하 아닌 시장 탓하는 것"...배터리사 '연구개발'만이 살길
"지금은 캐즘이 아니라 배터리 업계 경쟁력 자체가 밀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캐즘이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시장 탓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교수는 "중국, 미국를 비롯해 테슬라마저도 발표하면서 캐즘이라는 말을 쓰지 않고 있다"면서 "가격 경쟁력과 옥석이 가려지고 있는 시기로 볼 수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습니다.

박 교수는 지금 배터리 업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규모를 키워가는 게 아닌 '선도할 수 있는 연구개발(R&D)을 더 절실하게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지금부터 부단히 연구개발에 투자해도 업계를 선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했습니다. 그럼에도 "지금은 투자 말고는 대안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는 "고에너지 밀도든 고출력 이차전지가 됐든, 차세대 배터리가 됐든 가격과 성능 놓은 제품군 개발 투자를 늘려야 할 때"라고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박 교수는 불황 장기화 우려도 내비쳤습니다. 그는 배터리 업계가 단기적 불황을 딛고 빛을 보는 게 아닌 "장기적 불황에 빠질 수 있다"고 했습니다. 현재 배터리 업계가 북미 등 해외 생산라인을 구축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예측할 수 없는 시장 상황에서 보수적인 관점보다는 여전히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는 "자동차 시장에서 연간 1억대가 팔리던 시절도 오히려 과거였다"면서 "자동차 시장은 매년 5% 이상 성장하는 그런 시장이 아니다"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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