픽업·트럭 관세도 사라진다…클러치·운전대 등은 예외 유지
韓과 FTA 발효 앞둔 GCC, 日·中과도 FTA추진 논의 지속
우리나라와 걸프협력회의(Gulf Cooperation Council·GCC) 간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시기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한-GCC FTA가 발효되면 한국과 중동 간 통상산업협력 확대에 커다란 활력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양측 간 FTA는 지난 2023년 말 타결돼 협정문이 지난해 9월 마무리된 상태다. 현재는 정식서명을 위한 준비 과정을 진행 중이다. 정식 서명 후 국회 비준 동의와 발효 절차가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정식 서명 준비와 더불어 국회 비준 요청 시 필요한 '경제 영향평가'를 함께 조사하고 있는 상황. GCC 측 역시 회원국별 내부 비준 절차가 남아 있어 한-GCC FTA 발효 윤곽은 올 하반기는 돼야 더 명확해질 것으로 관측된다.
GCC는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오만 등 6개국이 참여하는 관세동맹 형태의 경제협력체다. 한-GCC FTA는 우리나라가 체결한 25번째 자유무역협정이다. 2008년 7월 서울에서 1차 협상 개시 이후 2010년 협상 중단을 거쳐 2022년 재개된 뒤 2023년 12월 최종 타결됐다. 중간 중단 기간을 포함하면 15년 만에 타결한 협정으로 이제 '발효'라는 종착지에 다다른 상태다.
◆ 전차·장갑차 부품 관세 20년 걸쳐 철폐…수출길 넓어진다
양측 간 협정문은 지난해 9월 준비됐다. 우리 정부가 GCC 측과 공동 검토해 영문본을 먼저 확정했고 올해 2월 한글본까지 마무리했다. 협정문에는 양측이 어떤 품목에 대해 관세를 없앨 것인지, 그대로 관세를 매길 것인지 등이 상세하게 기재돼 있다. 양측이 오랜 기간 치열하게 협상한 성적표와도 같다. 우리나라는 GCC가 한국에 수출하는 천연가스와 석유제품, 알루미늄, 홍차와 같은 품목 약 90%에 대해 관세를 매기지 않기로 했다. GCC는 한국의 수출 품목인 자동차, 차량 부품, 기계류, 화학제품, 반도체 웨이서퍼 소자를 비롯해 일부 무기류의 관세 철폐를 양허했다. GCC는 우리나라 수출 품목을 기본 5% 관세에서 발효 시 즉각 무관세로 전환하거나 최대 20년에 걸쳐 관세를 철폐하는 형태로 양허 품목을 결정했다.
우리나라의 수출 효자인 'K-방산 제품류'도 관세 철폐 목록에 대거 포함됐다. 곡사포와 박격포 등 '포병 무기류'와 로켓발사기, 화염방사기, 수류탄, 어뢰관 및 유사 발사기는 5년에 걸쳐 관세가 사라진다. 산탄총과 소총(rifle), 리볼버(revolver)와 피스톨(pistol), 수중총, 총구장전 화기, 수렵용·스포츠 사격용 탄약 부분품과 부속품, 탄약과 탄약 부속품류, 군모와 베레모, 군용 헬멧 등도 5% 관세에서 즉각 철폐 또는 최대 15년에 걸쳐 무관세로 전환된다. 구명정을 포함한 모든 종류의 전함과 군함에 대해선 기존과 동일한 무관세가 적용된다. 무기용 망원조준기와 잠망경 관련 품목도 포함된다. 전차와 장갑차량 부품류는 기존 5% 관세를 20년에 걸쳐 철폐한다.
◆ 픽업·트럭 관세도 사라진다…클러치·운전대 등은 예외 유지
최근 현대자동차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와 중동 첫 생산 거점(Hyundai Motor Manufacturing Middle East, HMMME) 공장을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만들고 있다. 연간 5만 대 규모의 현지조립형 생산기지로 중동을 넘어 북아프리카까지 겨냥한 거점을 만들겠다는 포부다. 본격 착공이 시작된 만큼 이에 따른 차량 관련 관세 변화도 주목된다. GCC 측은 이번 협정으로 한국이 기존 5% 관세로 수출하던 덤프차, 화물자동차, 소형 트럭용, 트랙터용, 픽업 자동차 등에 대해 20년에 걸쳐 관세를 물리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제동 장치, 기어박스, 방열기, 클러치, 운전대, 로드 휠(road wheel) 등 차량 관련 품목에 대해선 미양허(Exclusion)를 유지해 5%의 관세가 유지된다.
중동의 건설기계 판매 확대를 추진 중인 HD현대 건설기계 부문(HD현대사이트솔루션·HD현대건설기계·HD현대인프라코어)의 중동 국가 시장 확대도 기대된다. 이번 협정문에 굴착기 제품 영역도 부분관세 대상에 포함됐다. 'TR'로 규정된 품목은 협정 발효 즉시 기준 세율의 50%가 인하된다. ▲무한궤도 ▲그레이더(grader) ▲로드롤러(road roller) ▲360도 회전 상부구조를 가진 기계 ▲항타기·항발기 ▲버켓 등이 부분관세 및 양허 품목에 들어갔다. 특히 사우디에선 네옴시티(Neom City)와 디리야(Diriyah) 등 대형 건설 프로젝트가 진행 중인 만큼 국내 중동 수출 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하지만 관세 품목이 워낙 다양한 상품 코드(HS)로 돼 있어 언급된 품목으로만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
◆ 韓과 FTA 발효 앞둔 GCC, 日·中과도 FTA추진 논의 지속
반면 철강제품과 원자재 관련 수출 품목과 관련해선 이번 FTA에선 대부분 관세 유예를 얻어내지 못했다. 페로실리코망간, 주철 웨이스트와 스크랩, 합금강, 잉곳, 코일 관련 상품, L·E형강, 스테인리스강 봉, 형강, 레일 등 각종 철강 원자재와 관련한 품목은 대부분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다. 정부도 GCC의 최대 수출 품목인 원유에 대한 관세에 대해서는 미양허 조치했다.
한편 GCC는 한국 외에도 중국과 일본과도 FTA 협상을 벌이고 있다. 최근 분주히 움직이고 있는 쪽은 일본이다. 지난 1일 자심 모하메드 알부다이위(Jasem Mohamed Albudaiwi) GCC 사무총장은 리야드 사무국 본부에서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성 장관과 접견했다. 앞서 지난해 12월에는 사우디아라비아 주재 일본 대사가 자심 모하메드 걸프협력회의(GCC) 사무총장을 만나 FTA의 조속 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우리나라보다 더 앞서 GCC 측과 협상을 시작했지만 아직 타결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 우리나라가 GCC와 정식 FTA를 발효하게 되면 GCC 입장에선 한국이 세 번째로 FTA를 맺은 국가로 기록된다.
[팍스경제TV 배석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