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각한 인사적체…흔들리는 공직사회
심각한 인사적체…흔들리는 공직사회
  • 한수린 기자
  • 승인 2017.09.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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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수린 기자] (앵커) 문재인 정부가 출범 4개월이 지났는데 아직도 조직개편과 공무원 인사가 더디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관가에서는 심각한 인사적체를 호소하며 불만이 쌓이고 있는데요. 세종시에 있는 아주경제 배군득 기자에게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겠습니다. 정부부처 공무원들의 인사적체 얼마나 심각한가요?

(기자) 네. 말씀하셨다시피 새 정부의 조직개편이 답보상태에 빠졌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시동을 걸 새로운 조직이 아직 구성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부처 곳곳에서는 인사적체로 업무 자체가 마비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현재 정부세종청사 입주부처 가운데 조직개편과 인사가 완료된 곳은 농림축산식품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내 통상부문밖에 없습니다. 나머지 부처들은 이달 중 조직개편 마무리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앵커) 인사적체가 고위직으로 올라갈수록 더 심하다던데, 어느 정도인가요?

(기자) 공직사회의 인력구조는 밑에 부분이 작고 중간으로 갈수록 커지다가 마지막 입구가 좁아지는 이른바 ‘호리병 구로’로 불립니다. 이렇다보니 과장급은 포화 상태인데 국장, 실장으로 올라가면 동기들과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한 것이죠.

이 때문에 공직사회는 위로 올라갈수록 빠르게 인사를 순환 시켜주지 않으면 승진이나 부서 이동이 막혀버리게 됩니다.

최근 기획재정부가 이런 인사적체의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1급 인사가 늦어지다보니, 기재부 행정고시 38회 출신들은 아직도 ‘만년 과장’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습니다.

다른 부처 동기들은 모두 국장 승진을 했는데 유독 기재부는 인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승진자들이 대거 누락되는 현상이 수년째 반복되는 상황입니다.

 

(앵커) 이렇게 인사가 밀리게 되면 내부에서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을 텐데요.

(기자) 그렇죠. 관가에서 기재부는 공무원들의 프리미엄과 같은 부처입니다. 출세길이 보장돼 있어 일이 힘들더라도 선호하는 부처이죠. 그런데 워낙 승진이 늦다보니 이제 기재부 프리미엄은 옛말입니다. 오히려 기재부 디스카운트라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입니다.

앞서 만년 과장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이들이 다른 부처에 가면 국장직급 연차입니다. 고용노동부와 교육부는 행시 32회와 33회가 차관을 하고 있습니다. 기재부는 이들이 아직도 국장에 머물고 있죠. 기재부에서는 과장 10년을 채워야 승진이 가능하다는 푸념 섞인 얘기도 자주 들립니다.


(앵커) 인사적체로 새 정부가 내놓은 정부정책도 더딘 상황이라는데요. 어느 정도 입니까?

(기자) 어느 조직이던 인사철이 되면 술렁이는 것은 마찬가지죠. 그런데 공직사회는 인사에 상당히 민감합니다. 인사 주기가 1~2년으로 짧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정권이 바뀌면 1급 고위직부터 새 기조에 맞는 인물들로 조직정비를 해야 하는데 이 부분이 늦어지면서 모든 정책들이 헛바퀴를 돌고 있는 겁니다.

실제로 정부는 얼마 전 국제행사 준비로 실장급 회의를 가졌는데요. 대부분 참석자들이 갈 곳이 정해지지 않아 정책 발표를 꺼리며 눈치를 보는 해프닝도 벌어졌습니다.

국토교통부 실장의 경우 이미 사퇴 지시를 받은 상황이어서 이런 국제행사가 열려도 아무 말도 하지 못하는 ‘종이호랑이’ 신세에 놓였습니다.

관가 안팎에서는 정부가 정책을 힘 있게 추진하려면 인사부터 원활이 이뤄져야 한다는 반응입니다. 새 정부가 추석 전까지 꼬인 실타래를 풀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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