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쎈뉴스] 한-일 경제 갈등...정부는 '강공'...재계는 '답답'
[빡쎈뉴스] 한-일 경제 갈등...정부는 '강공'...재계는 '답답'
  • 조준혁 기자
  • 승인 2019.07.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팍스경제TV 조준혁 기자] 

[앵커]

한-일간 외교 문제가 경제 마찰까지 확산되면서 대한민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졌습니다.

일본발 소재 및 부품 수출규제가 장기화될 것으로 점쳐지면서 재계와 기업 모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입니다.

우리 정부는 일본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뚜렷한 해법은 내놓지 않는 상황이고, 재계 역시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조준혁 기자의 보도입니다.

[기자]

일본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로 직격탄을 맞게 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한민국 경제를 떠받치는 반도체 수출의 주역인 만큼, 일본의 수출규제 보복에 가장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모두 대한민국 정부와 일본 정부의 다툼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며 조심스런 모습입니다.

하지만, 두 기업의 경영진 행보는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우려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지난 7일 일본으로 떠나 5박 6일 만에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이어 지난 16일에는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총괄 사장 역시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이재용 부회장이 급한 불은 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삼성전자가 장기적인 대응책 모색에 팔을 걷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일본에서 돌아오자마자 경영진에게 수출규제 확대에 대한 ‘컨틴전시 플랜’을 준비하라고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동섭 사장 역시 현 상황의 돌파구 마련을 위해 일본의 원자재 협력사 방문길에 나섰고, 귀국 후 자체적인 대책 마련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일본은 우리 정부에 제3국을 포함하는 중재위원회 참여 요구를 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강경모드로 일관 중입니다.

일본 역시 우리 정부가 제시한 한-일 기업 1+1 기금 제시안을 거절하며 타협의 뜻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처럼 한국과 일본 정부 모두 한걸음은 커녕 반걸음도 물러서지 않는 대결 국면을 계속하다 보니, 애꿎은 기업들만 속이 탄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이상호 / 전경련 산하 한국경제연구원 산업혁신팀장 : "기업들은 최근에 미-중 무역 전쟁이라든지, 경쟁력 자체가 저하되고 있는 상황에서 돈 벌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과의 강대강 구도는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을 주지 않습니다. 기업들의 어려움을 감안해서 (정부가) 원만하게 냉정을 찾고 정치적 타협을 모색하는게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정부 간 마찰로 인한 피해에 대해 재계가 단일한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점도 꼬인 실타래를 푸는데 한계가 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재계를 대표했던 전경련이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계속된 '패싱'에 설 자리를 잃으면서 대응책 마련의 선택도 제한됐다는 지적입니다.

전경련은 일본 최대 규모의 경제단체인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와 지난 1983년부터 지속적으로 관계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면서, 전경련이 구축한 일본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도 협상 테이블을 좁게 하는 요인이란 겁니다.

앞서 지난 10일 청와대는 경제단체들과 기업 총수들을 모으는 과정에서도 전경련을 패싱 했고, 여당 신임 원내대표조차 재계 방문을 이어가면서 전경련은 끝내 외면했습니다.

[조동근 /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일본하고 물밑대화라든지 정치적인 부딪힘이 최소화되려면 민간에서 (해결)해야 합니다. 민간에서 가장 좋은 채널은 (한국의) 전경련하고 (일본의) 경단련입니다. 이렇게 가면 공멸하는데 우리가 숨을 고르고 냉정하게 생각하자고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교를 놓으려면 선수가 있어야 합니다. 그 선수가 전경련이어야 되겠죠. (그런데 정부가) 전경련을 패싱하면서 중요한 선택지를 버린 겁니다. 우리가 활용해야 하는 무기를 버린 겁니다."]

아울러 통합적 대응 부재로 인해 기업 각자가 해결책 마련을 위해 나서는 모습이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단 분석도 있습니다.

우리에게는 긴장과 초조함을 줄 수 있지만, 반대로 상대에게는 여유를 제공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단 겁니다.

이렇다 보니 개별적 대응이 이어질 경우 큰 성과를 얻기에는 한계가 있단 지적도 있습니다.

가장 먼저 일본을 다녀온 이재용 부회장이 명확한 성과를 공개하지 않는 것 역시 이 같은 맥락에서라는 이야기입니다.

[조동근/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 : "(문제 해결을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 흩어져서 하나씩 하면 아무것도 되지 않습니다. 협회를 만드는 이유가 있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흩어져서 가면 일본에 괜히 선수를 빼앗깁니다. 묵직하게 묶어서 이러한 생각들이 있다고 전달할 카운터파트가 해체되다 보니 이빨 대신 잇몸으로 (기업들이) 나서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각자 가는 것인데 (성과는 없이) 반복만 될 뿐입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 마찰 배경에는 한-일간 역사 문제가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런 만큼 조속한 갈등 해결은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정부 대응과는 별도로 민간이 힘을 모아 투 트랙 전략에 나설 수 있도록 이제는 정부도 재계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빡쎈뉴스 조준혁입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