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확 드러내놓고 하자" 제의했다가 조명균 설득에 수긍도
[판문점=뉴시스] 남북이 2년1개월 만에 마주 앉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북한은 여전히 우리 측의 비핵화 요구에 강한 거부반응을 나타넀다.
이에 따라 이번 회담에서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와 남북군사당국회담이라는 나름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되기는 했지만 남북관계 정상화와 한반도 비핵화로 가는 길은 여전히 험로라는 지적이 나온다.
북측 대표단 단장을 맡은 리선권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위원장은 이날 저녁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고위급 회담을 마친 뒤 공동보도문을 낭독하는 자리에서 작심한 듯 우리 측의 비핵화 대화 재개 요구에 대한 불만을 쏟아넀다.
리 위원장은 공동보도문을 낭독한 직후 "믿음의 도장, 협조의 도장, 희망의 도장을 찍었다", "북과 남, 해외에 사는 온겨레에게 새해 첫 선물을 안겨주는 회담" 등의 말로 고위급 회담 성과를 치켜세웠다.
그러나 곧바로 "그런데 회담장과는 달리 남측 언론에서는 그 무슨 비핵화 문제를 갖고 회담이 진행되고 있다는 얼토당토 않는 여론을 확산시켰다. 무엇 때문에 이런 소리를 내돌리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주장하며 남측을 향한 포문을 열었다.
리 위원장은 "우리가 보유한 원자탄, 수소탄, 대륙간탄도 로켓트를 비롯한 모든 최첨단 전략 무기는 철두철미하게 미국을 겨냥한 것이지 우리 동족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 중국과 러시아를 겨냥한 것도 아니다"라며 "북남 사이 관계가 아닌 이 문제를 북남 사이에 박아넣고 여론을 흘리며 불미스러운 처사를 빚어내는 것은 (남북관계에) 기필코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우리 측 수석대표인 조명균 통일부 장관이 "남측 언론에서 한반도 비핵화 문제에 관심을 갖는 것은 우리 남측 국민들의 관심을 반영한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귀측이 상호존중과 이해의 정신에서 잘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싶다"고 상황 정리를 시도했다.
하지만 리 위원장은 "북남 관계에 잘못된 여론을 확산시키지 않아야 한다"며 굽히지 않았다. 나아가 북한이 이미 지난 3일 서해 군 통신선을 복원했는데도 남측이 뒤늦게 이날에야 그 사실을 공개했다고 주장하며 또 다시 불만을 토로했다.
리 위원장의 이같은 반응은 이날 전체회의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오전 10시 양측 대표단 전원이 참석한 전체회의에서 우리 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상호 존중의 토대 위에서 협력하면서 한반도에서 상호 긴장을 고조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조속히 비핵화 등 평화정착을 위한 대화 재개가 필요하다"고 요구했다.
문재인 정부는 끊임없는 남북 대화 노력을 통해 북한 스스로 핵무기 보다 평화와 협력이 번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해 비핵화의 길로 나오게 한다는 구상을 견지해 왔다.
북측은 우리 측이 던진 비핵화 대화 재개 요구에 특별한 언급이나 반응은 없었다고 한다. 정작 비핵화 요구를 들은 자리에서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다가 약 10시간이나 지난 뒤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격정을 쏟아낸 것이다.
이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의중이 반영된 행동으로 풀이된다. 통상 남북회담은 여러 차례 정회 시간을 가지며 각자 청와대와 평양 주석궁에 진행 상황을 보고하고 명령을 받아 온 뒤 다시 협상에 임하곤 한다.
이에 따라 우리 측이 요구한 비핵화 대화 재개와 관련한 보고를 들은 김 위원장이 불만을 표시했고 그 결과 리 위원장이 공동보도문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이같은 반응을 보였을 것이란 해석이 제기된다.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북한의 기존 입장에 조금의 변화도 없음이 확인된 만큼 북한 핵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이번 회담에서 조금의 진전도 이루지 못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이 2월 설 명절을 계기로 우리 측이 거듭 제안한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호응하지 않은 점도 이번 회담의 한계로 지적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