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타임스퀘어와 쪽방촌 재개발... 그 사이에 남겨진 영등포 집창촌
[르포] 타임스퀘어와 쪽방촌 재개발... 그 사이에 남겨진 영등포 집창촌
  • 김홍모 기자
  • 승인 2020.01.2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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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등포역 일대 대대적 정비…집창촌 영업 포기하도록 유도하지만 효과 '글쎄?'
재개발 소식만 수십년...30년간 낙후된 시설에서 생활하는 주민들

[팍스경제TV 김홍모 기자]

서울 영등포구 집창촌 전경 (사진제공-팍스경제tv)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원순 서울시장이 20일 영등포역 대회의실에서 만났다.

이곳에서 김현미 장관과 박원순 시장은 '영등포 쪽방촌 주거환경 개선 및 도시 정비를 위한 공공주택사업'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영등포 쪽방촌을 공공주택사업을 통해 2023년까지 확 바꾼다는 계획이 골자였다.

영등포역은 설립일을 기준으로 국내 최초의 민자역사이다. 

허름했던 전철역은 롯데백화점 자본을 통해 1991년 지금과 같은 백화점 형태의 모습을 갖추게 된다.

이후 1999년 증축과 2010년 리모델링을 거쳐 현재와 같은 화려한 모습으로 탈바꿈한다.

1986년 민자사업자가 설립, 사업 추진 5년만에 결실을 맺었는데, 개장으로 치면 서울역 민자역사보다는 2년 늦어서 '설립일 기준 국내 최초 민자역사'란 수식어가 붙는다.

영등포 민자역사가 들어온 뒤 19년 뒤에는 역 맞은편에 서울을 대표하는 대형 복합 쇼핑몰인 타임스퀘어가 들어서면서 영등포 일대는 말 그대로 '천지개벽'한다.

타임스퀘어는 2009년 9월 16일 오픈 이후 일 평균 21만 명이 다녀가는 서울 서남부권의 명소로 자리 잡았다.

경방과 신세계사 손을 잡고 세운 타임스퀘어는 두 건물 넓이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의 1.5배 규모에 달한다. 

■ 도로를 경계로 마주한 롯데백화점 vs 타임스퀘어...그 사이에는?

영등포역 교차로를 기준으로 영등포시장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도로가 있다. 

그 도로를 기준으로 오른쪽에는 롯데백화점이 그리고 왼쪽에는 타임스퀘어가 위풍당당한 모습을 뽐내며 많은 시민들의 발걸을은 이끌고 있다.

그리고 롯데백화점과 타임스퀘어라는 엄청난 덩치를 자랑하는 대형 건물 사이에는 좁은 골목을 따라 두꺼운 커튼 사이로 빨간불이 새어나오는 영등포 집창촌이 남아 있다.

영등포 집창촌은 서울 시내 다른 집창촌과 비교할 때 유독 정비 사업의 속도가 더디다. 

용산역 집창촌은 완전히 사라졌고, 청량리는 그 자리에 최고 65층 높이 주상복합 단지인 `청량리역 롯데캐슬 SKY-L65`가 지난 7월 성공적으로 분양을 마치고 공사에 들어간 상태다.

하지만 영등포 집창촌 골목은 과거와 같이 버젓이 영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여전히 운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영등포 집창촌에 변화의 기회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기업인 경방은 쇼핑몰을 개발할 때 집창촌 지역까지 포함하려 했지만 실패했다. 

성매매 업소들은 한 업소당 건물주가 여럿이거나 임차인이 재임대하는 방식으로 소유관계가 복잡한 경우가 많아 재개발을 위한 중지를 모으기 쉽지 않아서다.

집창촌 정비를 위해 서울시와 영등포구가 택한 기본 전략은 자연 도태다. 

집창촌 인근에 문화 시설과 청년 시설을 지어 거리를 밝게 하고 유동 인구를 늘려 성매매 업소들이 영업하기 힘들게 하겠다는 것으로 집창촌 건너편에 있는 대선제분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대표적이다.

문화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대선제분의 개장 시기는 2019년 8월이었다. 

차일피일 미루어지던 것이 2019년 12월 5일 영등포구청에 착공 신고서를 제출하고 첫 삽을 뜨기 시작했다. 

개장은 2020년 9월로 예정되어 있다.

낡은 건물이 붙어 있는 서울 영등포구 집창촌 건너편 대형 쇼핑몰 타임스퀘어 건물이 우뚝 솟아 있다. (사진제공-팍스경제tv)

■ 달라진 영등포 하지만 집창촌 주변 모습은 그대로...'기대 보다는 회의'

집창촌만 남겨 놓은 채 영등포 낙후지역은 확 달라졌고, 또 앞으로 달라질 예정이다. 

타임스퀘어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쪽방촌은 주상복합단지로 새롭게 사람들을 맞이할 준비를 한다.

반대로 집창촌 구역은 수십년 간 그러했듯 변함없이 매일 밤 조용히 일어나 다들 일어나는 시간에 눈을 감는 일상이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

인근 부동산 업자는 "홍등가 쪽 여기 사업하는 사람들이 사서 개발한다고 한지 30년이 넘었어요. 주위가 재개발돼도 반가운 것도 없고 매매가 돼야지..." 라며 집창촌 일대의 변화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모습이다.

도로 건넛편 쪽방촌 공공주택사업 이야기를 들은 인근 거주민은 그나마 여전히 재개발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분위기.

몇몇 주민들은 "여기도 재개발 안 해요?? 여기는 그전부터 재개발한다고 그러고 있었는데..."라며 집창촌 일대가 달라지길 기대하는 간절한 바람을 전한다.

기대와 함께 서운한 목소리를 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기다리고 기다렸지만 정작 주변만 바뀌고 자신들의 터전은 달라지는 것이 없다며 아쉬움을 토로한다.

"서운하죠. 여기 한다고 하더니 왜... 그래서 집이 이 모양 이 꼴이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있는데... 재개발한다고 얘기를 들은 지 10년이 넘었어요. 그럼 여기 색시촌은? 재개발해야죠. 여기 서울에서 너무 낙후돼있잖아요. 재개발돼야지 저쪽이랑 너무 차이가 나요."

'기대 반, 아쉬움 반'을 전한 주민은 말을 끝내고, 깊은 한숨을 내쉰다. 

그 한숨 속에는 기대보다는 '되겠냐?'라는 지금까지의 실망감과 회의감이 더 짙게 묻어있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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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주골 2020-01-22 07:29:02
우리는 언제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