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원유 ETN'에 소비자경보 최고등급 '위험' 첫 발령
금감원 '원유 ETN'에 소비자경보 최고등급 '위험' 첫 발령
  • 장민선 기자
  • 승인 2020.04.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사진=팍스경제TV]
[사진=팍스경제TV]

금융감독원이 9일 금융상품인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상장지수증권)'에 대해 소비자경보를 발령했다.

이 상품은 유가가 오르면 수익을 내는 것이 특징으로, 이번 경보는 금감원이 2012년 6월 소비자경보 제도를 도입한 이후 최고 등급인 '위험' 경보를 발령하는 첫 사례다. 등급은 사안의 심각성 등을 고려해 주의, 경고, 위험 3단계로 운영된다.

금감원은 "레버리지 WTI원유 선물 ETN의 지표 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이례적으로 폭등했는데도 유가 반등을 기대하는 투자자가 대거 몰려 피해가 예상됨에 따라 소비자경보를 발령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거래소와 발행사가 큰 괴리율에 따른 손실 위험을 알리고 있음에도 거래량과 괴리율이 폭증하는 등 위험이 확대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투자하면 큰 손실을 볼 수 있어 긴급히 최고 등급의 소비자경보를 발령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사우디아라비아·러시아 간 원유 분쟁으로 국제 유가가 급락하자 향후 유가 상승을 예상하는 투자자들이 차입 규모가 큰 레버리지 유가 연계 상품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증권·신한금융투자·NH투자증권·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가 판매한 레버리지 ETN 상품의 월간 개인 순매수 금액은 지난 1월 278억원에서 2월 702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3월 3천800억원으로 급증했다.

그러자 유동성공급자(LP)의 유동성 공급 기능이 원활히 작동하지 못해 순자산 가치를 보여주는 지표가치와 시장가격 간 괴리율이 큰 폭으로 벌어져 과대평가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통상 LP는 괴리율이 6%를 초과하지 않도록 매도호가나 매수호가를 제출하고 있는데 투자자들의 ETN 매수 급증으로 보유물량이 모두 소진돼 유동성 공급 기능을 할 수 없게 됐고, 이 때문에 전날 종가 기준으로 주요 레버리지 ETN 상품 괴리율은 35.6~95.4%로 비정상적 수준을 보였다.

금감원은 "괴리율이 크게 확대된 상황에서 레버리지 ETN에 투자하면 기초자산인 원유 가격이 상승해도 기대수익을 실현할 수 없고 오히려 시장가격이 지표가치에 수렴해 정상화되는 경우 큰 투자 손실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ETN 상환 시 시장가격이 아닌 지표가치를 기준으로 상환되므로 지표가치보다 높게 매수한 투자자는 상환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관계기관, ETN 발행사 등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 내 ETN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며 "상품 관련 이상 징후를 지속해서 모니터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