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잇단 법정공방에 골머리"…아시아나항공 재매각 '험로' 예고
[비즈이슈] "잇단 법정공방에 골머리"…아시아나항공 재매각 '험로' 예고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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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산 VS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두고 소송전 돌입
균등 감자 추진에 2대 주주 금호석화·일반 소액주주들 반기
'법적 소송 검토' 공세…재매각 작업 차질 우려

아시아나항공의 '새 주인' 찾기가 만만치 않다. 앞서 인수 계약이 결렬된 HDC현대산업개발과의 계약금 다툼이 법정공방으로 비화된 데다,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균등감자 추진 소식에 2대 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기타 소액주주들까지 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잇단 법정 다툼이 아시아나항공의 체질개선 과정에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재매각 추진 작업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산 VS 아시아나항공, 계약금 소송 시작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로고.[자료제공: 각 사.]
HDC현대산업개발·아시아나항공 로고.[자료제공: 각 사.]

새 주인을 찾아 나선 아시아나항공의 앞길에 험로가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 '노딜'에 대한 책임 소재를 두고 벌어진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간 갈등이 결국 법정 공방으로 치달았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인수 불발의 계약 당사자인 현산을 상대로 계약금 몰취(박탈)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다. 질권(담보) 설정으로 묶여있는 계약금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질권을 해지해달라는 취지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2조1772억원 규모의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고 금호산업으로부터 아시아나항공 주식(구주)을 3228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에 각각 2177억과 323억원을 계약금으로 냈다. 하지만 계약금이 에스크로 계좌에 질권 설정돼 있어 아시아나항공과 금호산업 모두 계약금을 인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에스크로 계좌는 은행의 감시를 받으며 일방이 돈을 빼낼 수 없도록 한 특수계좌다. 

계약금을 둘러싼 양측의 법정공방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아시아나항공 인수협상은 올해 9월 현산의 재실사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최종 무산됐다. 하지만 인수 무산 직후에도 책임소재 등을 두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이어지면서 이는 결국 계약금 반환 문제로까지 비화했다. 

 

◆균등 감자 추진에 주주들 반기…'법적 소송 검토' 공세

[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A350.[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새 주인을 찾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은 또 있다. 균등감자 논란을 잠재우는 일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3일 3대 1 비율의 균등 무상감자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소액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들의 주식을 똑같이 줄이는 균등감자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액면가액의 기명식 보통주식 3주가 동일 액면금액의 보통주의 1주의 비율로 병합된다. 자본금은 감자에 따라 1조1161억원에서 3720억원으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균등감자 추진 배경에 대해서는 대주주 지분은 매각결정과 동시에 채권은행에 담보로 제공됐고, 여기에 2019년 4월 매각결정 이후 대주주가 회사경영에 전혀 관여하고 있지 않은 점, 거래종결을 앞둔 M&A가 코로나19로 무산된 점 등이 고려됐다는 게 아시아나항공 측의 설명이다. 

균등감자 추진 소식에 2대주주인 금호석유화학과 일반 소액주주들은 반기를 들고 나섰다. 그도 그럴 것이 통상 부실기업이 구조조정에 들어가면 대주주의 경영책임을 묻는다는 취지로 '대주주 차등감자'를 시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2016년 현대상선 구조조정 당시 대주주였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7대 1 차등감자를 결정했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아시아나항공 측 "경영정상화 위한 불가피한 과정"…재매각 작업 차질 가능성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하지만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의 균등감자 추진은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대주주)의 경영실패 책임을 일반 주주들에게 전가하는 것을 의미한다는 게 주주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무엇보다 2대 주주인 금호석화는 애초 아시아나항공이 매각 절차를 밟게 된 것이 금호그룹과 경영진의 경영 실패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이에 균등 무상감자를 저지하기 위해 법적 소송을 포함한 여러 대응 방안들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 소액 주주들의 반발도 거세다. 통상적으로 감자가 결정되면 기업의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하락세가 이어지기 때문에 소액 주주들의 피해가 기정사실화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한편으로는 균등감자에 대한 우려가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이는 경영정상화를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라며 "현재는 (균등감자를) 반대하는 일반 주주들에 대한 설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 추진 작업에 차질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채권단은 아시아나항공을 산은 주도 관리체제에 편입시킨 뒤 시장 상황을 봐서 재매각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업계 불황이 지속되면서 아시아나항공의 체질개선 작업 또한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게 된 상황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채권단이 향후 아시아나항공의 재매각을 염두에 두고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 작업에 힘을 쏟고 있지만 현산과의 법정 다툼이 예상보다 길어질 수 있고, 또 항공사들의 경영환경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어 재매각 가능성이 이전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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