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금호그룹 재건 '빨간불'
[비즈이슈]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금호그룹 재건 '빨간불'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0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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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항공 매각 결렬…'아시아나항공'·'금호고속' 채권단 관리 체제로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 지배구조…계열사 간 영향 불가피
자산 및 자회사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계약금 반환소송 문제 남아

금호아시아나그룹 재건에 빨간불이 켜졌다.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M&A)이 '노딜(거래무산)'로 종료됐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아시아나항공이 그룹 자금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돼 온 까닭에 매각 무산 여파가 고스란히 그룹 전반으로 전해질 것이란 비관 섞인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박삼구 회장이 품었던 그룹 재건의 꿈도 결국 수포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매각 무산으로 '아시아나항공'·'금호고속' 채권단 관리 체제로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A350 항공기.[자료제공: 아시아나항공]

15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아시아나항공과 HDC현대산업개발(이하 HDC현산)의 인수·합병(M&A)이 노딜로 종결되면서 아시아나항공과 함께 금호그룹의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는 금호고속이 다시금 채권단 관리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 아시아나항공이 채권단의 관리를 받게 된 것은 지난 2014년 산은 주도 채권단과 맺은 자율협약졸업한 지 6년 만이다.

채권단은 새 주인을 찾지 못한 아시아나항공에 2조원 가량의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을 투입하고, 이를 통해 경영이 정상화되면 재매각을 추진할 방침이다. 특히 채권단은 지난해와 올해 각각 지원한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 최대주주로 올라 경영정상화와 분리매각 방식을 통해 재매각 추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최고운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노딜 가능성은 이미 3개월 전부터 예견돼 왔고, 플랜B가 없었던 것도 아니다"라며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와 항공 업황 역시 코로나19가 아니더라도 이미 지난 수년에 걸쳐 악화돼 왔던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체질개선까지는 인내심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매각 무산 후폭풍…'금호산업'·'금호고속'으로 번질까

박삼구 회장.[자료제공: 금호아시아나]
박삼구 회장.[자료제공: 금호아시아나]

매각 결렬에 따른 후폭풍은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일단, 이번 노딜의 불똥이 아시아나항공의 최대주주인 금호산업을 비롯해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금호고속으로까지 튈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는 관측한다.

금호그룹은 '금호고속→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아시아나항공의 위기가 연쇄적으로 금호산업·금호고속의 위기를 불러올 수 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지주사인 금호고속의 재무상황은 좋지 않다. 지난해 말 기준 부채는 1조3000억원에 달한다. 작년 한 해 영업이익이 266억원이었던 것을 감안했을 때,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지난해 금호산업의 지분 45%를 담보로 산업은행에서 대출받은 1300억원에 대한 만기일도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왔다. 뿐만 아니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탑승률 저하 문제가 발생하면서 수익성 지표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

금호산업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매각 대금이 유입될 것을 고려해 중장기적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신규 사업 등 투자 계획을 세운 바 있다. 하지만 매각이 무산되면서 투자 중단에 따른 장기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 실정이다. 앞서 매각 진행 당시 아시아나항공의 구주 지분 가치는 3200억원으로 평가됐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되면서 금호산업이나 금호고속에 대한 우려가 생겨나고 있는데 큰 걱정할 필요가 없고, 본질적인 현금흐름이나 영업상황에도 전혀 영향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호산업의 본질 가치도 전혀 변한 게 없는 데다, 금호고속도 코로나19로 어렵긴 하지만 운송업 등에 대한 정부 지원에 힘입어 곧 좋아질 거라고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 금호그룹, 자산 및 자회사 매각으로 유동성 확보…그룹 재건 '산 넘어 산'

금호아시아나그룹 로고.[자료제공: 금호아시아나]
금호아시아나그룹 로고.[자료제공: 금호아시아나]

금호그룹이 내부적으로 자구안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업계에서는 그룹이 현재 보유하고 있는 자산 및 자회사 등에 초점을 맞춰 매각을 진행해 유동성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금호그룹이 유동성 확보를 위해 매각할 수 있는 자산으로는 금호고속 소유의 광주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가 우선적으로 거론된다. 복합쇼핑몰로 활용되며 광주 도심 핵심 부지로써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목포와 여수, 순천, 해남 등 도내 10여개 터미널 부지도 매각 리스트에 오르고 있다.

이 외에 금호리조트도 매각 대상으로 거론된다. 금호리조트는 용인아시아나CC를 보유하고 있는 알짜 계열사로 아시아나항공이 실질적인 최대주주다. 앞서 최대현 산은 부행장이 지난 11일 "골프장을 포함한 리조트 등 여러 부분도 컨설팅의 범주에 넣어 고민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한 뒤 매각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그룹이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나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또 남았다. 바로 HDC현산과 금호산업 간 2500억원대 계약금 반환소송 건이다. 두 회사는 이번 매각 무산 책임이 상대방에 있다고 주장하며 계약금 반환 등에 대한 소송전을 준비 중이다.

특히 HDC현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본건 계약의 거래종결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매도인 측의 선행조건 미충족에 따른 것"이라며 인수 무산에 대한 책임이 채권단과 금호아시아나에 있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아울러 HDC현산은 "아시아나항공 및 금호산업의 계약해제 및 계약금에 대한 질권해지에 필요한 절차 이행통지에 대해 법적인 차원에서 검토한 후 관련 대응을 진행할 것"이라며 향후 치열한 법적공방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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