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남매의 난' 끝낸 한진家, 3남매 엇갈린 행보
[비즈 이슈] '남매의 난' 끝낸 한진家, 3남매 엇갈린 행보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5.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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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연합 해체·산은 지원군 가세…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탄탄대로'
조현민 부사장도 보폭 확대…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권 포기 수순?

'한진가 3남매(조현아·원태·현민)'의 엇갈린 행보.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은 조원태 회장은 국영은행인 산업은행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오빠인 조 회장의 편에 섰던 막내 조현민 부사장도 새로 둥지를 튼 한진에서 자신의 강점인 마케팅 능력을 바탕으로 경영 보폭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경영권 분쟁에 불씨를 당겼던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걸음에는 제동이 걸렸다. 최근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잇달아 매도하면서 점차 그룹 내 입지를 잃어가는 모습이다.

 

◆ 3자연합 해체·산은 지원군 가세…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탄탄대로'

[사진: 한진그룹 제공]
(왼쪽부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조현민 한진 부사장.[사진: 한진그룹 제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한진칼 경영권을 노렸던 '3자연합(KCGI·반도건설·조현아)'이 공식 해체 되면서 탄탄대로를 걷게 됐다. 

조 회장은 지난 2019년 4월 선친인 조양호 회장이 갑작스럽게 별세하면서 16일 만에 회장으로 선임됐다. 이후 조현아 전 부사장은 KCGI, 반도건설과 '반(反)조원태' 성격의 3자연합을 구성해 조 회장의 퇴진을 요구했다. 

하지만 지난해 초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3자연합이 제안한 이사 선임 안건이 모두 부결되고,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은 가결됐다.

물론, 이 과정에서 3자연합이 지분율을 45.23%까지 끌어올리면서 조 회장을 위협하기도 했지만,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산업은행이 조 회장의 '우군'으로 전격 등판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됐다.

조 회장 쪽으로 판세가 기울자 3자연합은 지난해 말 법원에 산업은행의 한진칼 유상증자 참여를 막기 위한 제기한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소송을 냈다. 하지만 이 역시 기각됐다.

동력을 잃은 이들은 지난 3월에 열린 한진칼 주총에서 주주제안서를 내지 않고 모든 안건에 기권표를 던졌고, 조 회장과 3자연합 간 경영권 분쟁은 조 회장의 승리로 마침표를 찍게 됐다.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한 조 회장은 현재 아시아나항공과의 통합 작업에 몰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두 항공사 통합을 위해 가장 중요한 '마지막 관문'인 공정위의 기업 결합 심사가 남아있다"며 "올해 안에 긍정적인 결과를 얻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 조현민 부사장도 보폭 확대…조현아 전 부사장은 경영권 포기 수순?

[사진: 대한항공 제공]
[사진: 대한항공 제공]

조원태 회장의 동생이자 우군이었던 조현민 한진 미래성장전략 및 마케팅 총괄 부사장도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다.

조 부사장은 과거 '물컵 갑질'로 논란을 일으킨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지난해 한진에 새로 둥지를 틀고, 오빠인 조 회장을 도와 그룹을 재건하는 데 힘을 보태고 있다.  

특히 조 부사장은 자신의 강점인 마케팅 능력을 토대로 게임 기획에 나섰다. 실제 그는 진에어에서 전무와 부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e스포츠팀을 공식 후원했을 정도로 게임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강점을 토대로 최근 '택배왕 아일랜드'라는 모바일 게임도 선보였다. 게임을 통해 고객들의 택배 물류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겠다는 취지에서다. 해당 게임은 택배 분류와 상차(짐 쌓기), 배송 업무까지 택배 프로세스를 그대로 따온 것이 특징이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조현민 부사장이 '게임광'이라는 것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라며 "물류 업계 최초로 게임이 출시되면서 '신선하다'는 반응이 많지만, 한편에선 기존 택배·물류사업에 집중하기 보단, 게임 유저들을 통해 돈을 번다는 좋지 않은 시각도 있다"고 귀띔했다. 

반면 조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들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조 전 부사장은 최근 지주사인 한진칼 주식을 잇달아 매도하고 나섰다. 지난 3월부터 최근까지 매도한 한진칼 주식은 총 21만2500주로, 이는 약 120억원 규모에 달한다. 이로써 조 전 부사장의 한진칼 지분율은 지난해 말 5.79%에서 5월 기준 5.43%로 줄어들었다. 

이는 고(故) 조양호 전 회장 지분 상속에 따른 상속세 납부에 필요한 자금 마련을 위한 행보로 분석되지만, 재계에서는 사실상 조 전 부사장이 경영권 포기 수순을 밟는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다른 관계자는 "조현아 전 부사장이 사실상 '땅콩회항' 사태 이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현금 사정이 좋지 않아 부담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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