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꼬리에 꼬리 무는 ‘둔촌주공’ 갈등...이번엔 ‘마감재 선정 강요’ 논란 불붙어
[이슈] 꼬리에 꼬리 무는 ‘둔촌주공’ 갈등...이번엔 ‘마감재 선정 강요’ 논란 불붙어
  • 이정헌 기자
  • 승인 2022.0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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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공사업단, “조합이 특정업체 마감재 지정...사업 비리 의심돼”
조합, “시공사의 여론조작...사업지 다수는 마감재 조합 투표로 선택”
둔촌주공 사태 어디로 가나...시공사업단 협상 거부, 현 조합 와해 위기

공사비 증액 문제를 둘러싼 조합과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의 갈등으로 지난 15일 재건축 공사가 전면 중단된 ‘둔촌주공’ 사태가 점입가경입니다. 공사비 증액 계약의 유효성을 두고 팽팽한 대립을 이어오던 조합과 사업단이 이번엔 아파트 내부마감재 선정 과정을 두고 또 다시 부딪친 것입니다.

시공단은 “조합이 특정업체의 마감재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비리의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른 바 조합의 '이권 개입설'을 제기한 겁니다. 반면 조합은 "시공사의 여론조작"이라고 반박하는 등 강하게 맞서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최근 일부 조합원들이 ‘둔촌조합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서 자칫 내부 갈등마저 우려되는 등 사태가 정상화로 가기는커녕 오히려 갈수록 꼬여가는 형국입니다. 애먼 조합원들의 속만 시커멓게 타들어가고 있습니다. 

◆ 시공사업단, “조합이 특정업체 마감재 지정...사업 비리 의심돼”

둔촌주공 시공사업단은 지난 22일 "조합이 특정 업체의 마감재를 지정하는 공문을 발송해 특정 업체 사용을 강요하고 있다"며 조합이 발송한 지정업체 명단을 공개했습니다. 공개된 조합의 공문에는 티엔에스, 유로세라믹, 일신석재 등 업체와 브랜드가 명시되거나 "아파트 건설에 필요한 창호에서 LG하우시스가 제조한 제품을 제외하라"는 등의 내용이 담겼습니다.

시공사업단은 "일반적으로 착공 전 조합과 마감재를 확정하는 의사결정이 이뤄지고, 견본주택에 적용하는 과정으로 공사가 시작되면 자재를 발주하고 시공하게 된다"며 "조합은 전임 조합에서 결정하고 견본주택에 적용한 마감재에 대해 승인을 반려하고 특정 업체를 지정하는 공문을 발송해 정상적인 공사 진행을 하지 못하게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어, "조합이 제안한 고급화 공사(특화공사, 마감재공사 등)는 조합의 요청을 적극 수용한다는 내용은 이미 시공사업단에 요청했거나 향후 요청 예정인 마감자재나 업체에 대해서 고급화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업체와 결탁, 이에 소요되는 비용은 향후 총회의결을 통해 조합원들에게 전가하는 전형적인 재건축 사업의 비리가 의심된다"며 우려했습니다. 

사업단은 "공사변경 계약을 부정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공사비가 아니라, 공사변경계약서에 근거된 각종 마감재를 특정업체에 몰아주기 위함으로 판단된다"며 "특정업체의 마감재 이권으로 인해 입주지연 및 공사중단에 따른 유치권 행사 등이 발생한 현재 상황에 우려를 표하며 빠른 사업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습니다.

◆ 조합, “시공사의 여론조작...사업지 다수는 마감재 조합 투표로 선택”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은 사업 파행의 원인으로 불거진 '이권 개입설'에 대해 "시공사의 여론조작"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조합 강정원 자문위원은 지난 21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대부분의 재건축 현장에서 마감재 선택은 조합이 투표로 하고, 마감재 회사를 선정하는 것은 시공사가 입찰로 한다"며 "둔촌주공도 그 절차를 따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마감재 업체를 선정하는 것은 시공사의 권한이고, 이미 업체를 선정해 계약을 맺었는데 이제 와 바꾸라는 것은 무리한 요구로 보일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그렇게 주장할 수 있다"면서도 "1년 전부터 (마감재 변경을) 얘기했고 마감재를 선정할 충분한 시간이 아직도 있다. 시공사가 2019년도에 정한 것을 그대로 하겠다는 것은 몽니를 부리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 둔촌주공 사태 어디로 가나...시공사업단 협상 거부, 현 조합 와해 위기

서울시는 27일 둔촌주공 재건축조합 관계자 면담을 실시했으나, 시공사업단이 “신뢰를 잃은 이상 협상은 불가능하다”며 중재를 거부했습니다.

시공사업단 한 관계자는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협상에 응할 생각이었지만 앞에서는 협의를 논하면서 뒤로는 계약을 해지하겠다며 호반건설, 중흥건설 등 시공업체를 찾아다니는 등 조합은 시공사업단을 수차례나 기망하고 있다”며 “무슨 대화가 가능하겠느냐”고 말했습니다.

시공사업단은 또 이미 9개월 이상 늦춰진 공사기간, 마감재변경·설계변경·자재승인지연 등에 따른 공사기간 연장분, 공사재개시 필요한 장비 및 인력확보에 소요되는 기간에 따른 경제적 손실 모두 조합이 책임지지 않는 한 공사재개는 없다는 점도 서울시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미 유치권 행사까지 하고 있는 만큼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조합과 무리한 협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한편, 일부 둔촌주공아파트 조합원들은 지난 22일 ‘둔촌조합정상화위원회’를 설치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습니다. 인터넷 카페 회원수는 29일 현재 295명이 모였으며, 조합원 안내문을 통해 “시공사업단에게 정식으로 공사재개를 위한 면담을 요청하겠다"며 "조합원들의 권익만을 위해 공사재개 등 사업 정상화를 위한 현안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한, "위원회 소속 법률가들은 집행부, 자문위원, 대의원, 총회 발의자 등 현 사태에 책임이 있는 자들에게 집단 손해배상청구 등 법률 조치를 하기 위한 검토에 착수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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