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용접 등은 로봇이, 조선소 관제는 디지털로 스마트하게"...첨단 기술 입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르포] "용접 등은 로봇이, 조선소 관제는 디지털로 스마트하게"...첨단 기술 입힌 '한화오션' 거제 사업장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3.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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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 표정엔 자신감 넘쳐..."1년 뒤면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150만 평 규모의 조선소 실시간 관제... '스마트 야드'로 한눈에
배만 만드는 곳 아냐, 연구센터 집적..."친환경·기술 집약 요충지"

27일 오전 8시 30분께. 한화오션 로고를 단 대형버스 3대가 한화오션 경남 거제사업장 안으로 속속 들어왔습니다. 버스 탑승자들은 거제사업장을 취재하기 위해 현장을 찾은 기자들과 한화오션 관계자들. 이날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을 취재하기 위해 서울과 부산 등 각 지역에서 모인 기자 수만 대략 100여 명에 달합니다. 한화오션 측은 거제사업장을 이처럼 대규모의 기자단에게 소개하는 것은 처음이라고 했습니다. 

거제사업장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높이 103m 달하는 거대한 골리앗 크레인. 크레인 중앙에는 '한화' 문구가 선명했습니다. 앞서 버스에서 가장 먼저 기자들에게 나눠 준 것은 '안전모'였습니다. 취재 중 혹시 모를 안전사고에 대비하기 위한 겁니다. "안전을 두고 무엇과도 타협하지 않는다"는 현장 구호와 "누구도 다쳐선 안 된다"는 안전모 문구가 사업장의 분위기를 극명하게 보여주었습니다. 

정인섭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총괄 사장도 취재를 앞둔 기자들에게 '안전'과 '보안' 사항을 유념해 줄 것을 거듭 당부하기도 했습니다. 보안 부분은 특별히 '방산'을 두고 한 말이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크게 ▲상선건조구역과 ▲에너지플랜트 건조구역 ▲특수선 건조구역 등으로 구분됩니다. 이 중 특수선 건조구역은 잠수함이나 군함이 만들어지는 곳. 한화오션은 독보적인 건조 기술로 '잠수함' 명가로 꼽히지만, 이 구역은 보안상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 전경 [사진=한화오션]

◆ 직원들 표정엔 자신감 넘쳐..."1년 뒤면 더 많이 달라져 있을 것"

한화오션이 이날 취재진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것은 잠수함도, 거대한 조선소의 풍경도 아니었습니다. 핵심은 따로 있었습니다. 로봇이 용접하고, VR 장비를 착용한 채로 사람이 도장을 연마하고, 스마트 야드로 조선소 전체를 디지털과 데이터 수치로 관제하는 그런 조선소 모습. 과거의 노동 집약적 조선소 풍경이 아닌, 로봇과 디지털, 친환경 기술이 접목돼 스마트 현장으로 변모하는 미래형 해양산업의 스마트한 현장을 알리고 싶었던 겁니다. 한화오션 직원들 표정에는 자부심과 자신감이 묻어있었습니다. 누군가는 "1년 뒤면 더 많은 게 달라질 것"이라고 했습니다.

실제 현장 용접은 로봇과 자동화 설비를 이미 활용 중이었습니다. 사용자가 컨트롤러를 작동하자 노란색 협동로봇이 시뻘건 불꽃을 뿜으며 용접을 시작했습니다. 한화오션 로봇연구팀이 자체 개발·생산한 소형 '탑재론지 용접로봇'은 무게 약 17kg으로 작업자가 들고 움직이며 적용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이 로봇은 '외업 블록 용접' 작업에 투입할 목적으로 개발됐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 현재 4대가 운용 중이며 향후 한화로보틱스와도 협업할 예정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화오션은 거제사업장 현장 전반에 걸쳐 자동화 라인을 만들고 있습니다.

무레일 EGW(Electro Gas Welding) 용접 장치도 작업 효율을 높여준 대표 제품 가운데 하나입니다. 장치 하단 자석이 철판에 바짝 부착시키는 역할을 하면 스스로 경로를 추적해 용접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바퀴는 철판과 맞닿아 있지만 자석은 붙지 않도록 설계한 것도 특징입니다. 곡부위 용접은 물론 철판 두께 50mm도 가능해 타사가 만든 장비들보다 기술면에서 앞서 있다고 자신했습니다. 한화오션은 수직 용접 현장에 무레일 EGW 장비를 대량 투입한다는 계획입니다. 현재까지 110대를 투입했는데 생산능률 향상은 물론 용접사의 작업 만족도도 매우 높다고 한화오션 관계자는 설명했습니다. 여기에 비용까지 절감돼 1석 3조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화오션이 개발·생산해 용접, 가공 등 주요 공정에 활용 중인 로봇은 10여 개 분야 80여 작업에 이릅니다.

디지털 생산센터에서 한화오션 직원이 근무하는 모습 [사진=한화오션]

◆ 150만 평 규모의 조선소 실시간 관제... '스마트 야드'로 한눈에

"한화오션 스마트야드의 구축 목표는 한 마디로 계획 중심의 안전한 생산체계 구축입니다. 스마트 팩토리보단 더 큰 개념입니다. 스마트시티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의 총 부지 면적은 490만 제곱미터(㎡). 150만 평에 달합니다. 이 거대한 조선소를 한눈에 살필 수 있도록 '스마트 야드'를 구축한 겁니다. 스마트 야드를 통제하는 곳은 '디지털 생산센터'. 이 센터는 2021년 조선업계 최초로 설립된 곳입니다. 거제사업장 전체를 디지털화한 화면으로 작업자 현황부터 건조현황, 크레인 가동 여부, 시운전 중인 선박 상태 등까지 실시간으로 확인 할 수 있습니다. 관제탑 역할을 하는 겁니다. 드론이 촬영한 현장 그림은 화면에 최신화됩니다. 스마트 야드연구팀 관계자 "스마트 야드 실증센터를 통해 데이터를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이를 분석, 예측해 의사 결정에 필요한 유용한 정보를 빠르게 전달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순도 스마트야드 연구팀장은 "사물인터넷(IoT), 빅데이터, AI(인공지능) 이런 단어들이 이제는 조선소에서도 친숙한 단어가 되고 있고 그 중심의 한화오션의 스마트 야드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스마트 야드를 통해 조선소 어딘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바로 확인해 조치할 수 있고 기상 악화 등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상황은 시뮬레이션 기능으로 대응책 마련도 가능하다는 설명입니다. 한화오션은 스마트 야드를 통해 ▲연결화 ▲자동화 ▲지능화를 구축한다는 구상입니다. 현재는 LTE를 쓰고 있지만 향후에는 5G망 도입을 검토하고 있고 이는 KT와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한화오션 에너지시스템실험센터 [사진=한화오션]

◆ 배만 만드는 곳 아냐, 연구센터 집적..."친환경·기술 집약 요충지"

한화오션 1도크는 선박 건조가 한창이었습니다. 대형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4척을 동시 건조 중이었습니다. 1도크의 길이는 530m, 폭 131m, 깊이 14.5m로 도크 규모만 세계 최대 입니다. 이 거대한 도크를 LNG 운반선 4척이 메웠습니다. 건조 중인 4척의 뱃값만 1조원이 훨씬 넘는다고 한화오션 측은 전했습니다. 선박 수주 잔량 99척 중 65척은 LNG운반선이 차지한 상태. 2도크도 내년부턴 LNG운반선 연속 건조에 들어간다는 계획입니다. 1년 전만 해도 1도크는 초대형 유조선 건조가 주를 이뤘습니다. 그간 기술 발전 노력이 빛을 보고 있단 목소리도 나옵니다.

한화오션 거제사업장은 배만 만드는 곳은 아닙니다. 에너지시스템 실증센터와 슬로싱 연구센터, 스마트 야드 실증센터, 생산혁신연구센터 등 각종 연구센터가 밀집한 거대 연구단지와도 같습니다. 이중 에너지시스템 실험센터는 2015년 전 세계 조선소 중 최초로 만들어진 극저온 연구시설로 한화오션의 핵심 시설 중 한 곳입니다. 국내 조선업계 중 최초의 LNG 및 극저온 가스 취급 인증 시설은 물론, 자체 개발품과 기술 검증을 위한 연구 시설을 갖추고 있다고 한화오션은 설파했습니다.

조두현 친환경에너지연구센터 에너지시스템연구팀장 "BOG(증발가스) 재액화 시스템에 대해서 당사는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고 자부한다"면서 "이 시스템인 PRS(Partial Re-liquefacation System, PRS) 등 관련 기술을 지금까지 당사가 건조한 120척의 LNG운반선에 적용해 왔다"고 말했습니다.

슬로싱 모션 플랫폼 모습 [사진=한화오션]

선박 화물창 안전은 '슬로싱 연구센터'가 검증하고 있습니다. 이 연구센터가 하는 일은 쉽게 말하면 화물 탱크 안에 든 내용물이 항해 중 출렁임에 의해 파손되거나 변형되지 않도록 취약점을 찾아내 보완하는 연구를 하는 겁니다. 실제 크기보단 작은 모형 화물창을 만들어 물을 채우고 수백 회 흔들림과 반동을 주며 출렁임 테스트를 이어갑니다. 무인자동화 시스템으로 24시간 실험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습니다. 때문에 이곳에서 근무하는 인원은 단 3명에 불과합니다.

한화오션 측은 "거제사업장은 고도화된 기술력과 설비로 친환경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친환경 선박 연구와 개발이 이뤄지는 요람"이라며 "이 같은 경쟁력으로 미래 조선 시장 주도권을 확보해 나가겠다"는 전략입니다. 2040년까지 매출 30조원 이상, 영업이익 5조원 이상을 달성하겠다는 포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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