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팍스경제TV 장가희 기자]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4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으로부터 "대통령 지시사항"이란 말을 듣고 이상화 전 독일 하나은행 프랑크프루트 지점장의 인사 민원을 하나은행에 전달했다고 증언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이날 서울 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심리로 열린 박근혜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최순실씨 재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검찰에 따르면 이 씨는 최 씨가 독일에 체류하며 삼성측의 승마 지원을 받는 과정에서 계좌 개설을 도와주고 최 씨의 영향력으로 인사 혜택을 본 것으로 의심받는 인물이다.
정 전 부위원장은 검찰이 "안종범으로부터 하나은행 유럽 통합본부 문제를 알아보라고 지시받았냐"고 묻자 "총괄 법인을 만든다고 하는데 현재 법인장 이상화를 총괄법인장에 갈 수 있게끔 가능한 지 알아보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검찰이 "안종범이 이런 말을 전하며 '대통령 지시사항'이라고 말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그랬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정 전 부위원장은 이후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에게 전화해 '안 전 수석 지시사항인데 이렇게 해줄 수 있는지 알아봐 달라'고 지시사항을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최 씨가 이상화 씨의 인사 민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요청했고, 이후 안 전 수석과 정 전 부위원장을 통해 이 내용이 하나은행 측에 전달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당시 하나은행의 유럽 총괄법인 설치 계획 자체가 무산 돼 1차 민원은 실패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최 씨가 지난해 1월 '이상화를 본부장으로 승진시켜달라'고 다시 요청했고, 같은 루트를 거쳐 김 회장에게 전달 됐다는 게 특검팀과 검찰의 수사 결과다.
하나은행은 당초 이 씨를 지점장으로 발령 냈다가 지난해 1월 23일 본부장급 자리 2개를 만드는 조직 개편을 거쳐 2월 1일 그를 신설된 글로벌 영업 2본부장으로 승진시켰다.
정 전 부위원장도 검찰이 "안종범 요청을 받고 이상화가 본부장으로 승진 할 수 있게 도와준 적 있느냐"고 묻자 "결과적으로 그렇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 전 부위원장은 "수석이 말하면 저로서는 전달을 안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경제 수석 말씀은 좀 무겁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위치"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