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무불이행 3년 지나면 사실상 ‘재기불능’…사회뇌관 우려
채무불이행 3년 지나면 사실상 ‘재기불능’…사회뇌관 우려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9.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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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채무불이행자, 다시 말해 신용불량자가 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신용 회복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나와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상대적으로 위험한 가계대출에 대한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는데요. 

관련해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채무불이행자의 절반 정도가 신용 회복에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채무불이행자가 된 이후 3년이 지나면 회생 불능이 된다는 조사가 나왔다고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한국은행이 가계차주 정보(나이스평가정보)를 활용해 2014년 이후 채무불이행자의 신용 회복 이력을 추적한 것인데요. 한은이 이 같은 전수조사 분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채무불이행자가 무엇인지부터 살펴봐야 할 것 같은데요. 쉽게 말해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후 갚지 못한 사람을 말합니다. 90일 이상 연체금액이 50만원을 초과하거나 50만원 이하 2건 이상을 연체한 이를 지칭합니다. 통상 신용불량자로 불렸지만, 2005년부터 채무불이행자로 그 용어가 대체됐습니다.

조사 결과는 우리나라 채무불이행자의 현주소를 가감없이 드러내고 있습니다. 일단 기간이 지날수록 신용을 회복할 가능성은 급격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년6개월 기간 중 신용이 회복된 이들 가운데 채무불이행 발생 1년 이내에 회복한 비중은 60.5%였는데요. 

하지만 1~2년은 21.8%, 2~3년은 15.4%으로 각각 낮아졌고, 3년 이상은 2.3%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 채무 소송 관련 변호사는 “채무자들은 3년이 지날 때까지 노력했는 데도 빚을 못 갚으면 포기해버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주로 어떤 사례가 있나요?

김정남 기자) 네. 채무 소송을 진행한 적이 있는 한 변호사를 통해 이런저런 사례를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겁니다. 서울에서 치킨집을 하던 한 자영업자 A씨 사례인데요. A씨는 최근 사업을 접었습니다. 골목길에 위치한 동네 치킨집이었던 탓인지 장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인데다. 그런데 결국 쌓인 건 빚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점포 인테리어비에, 재료비에, 인건비에 돈이 여기저기 많이 들었기 때문인데요.A씨가 처음부터 빚 갚을 의지가 없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다만 주변에 도와줄 수 있는 이도 없었고 실제로 가진 재산을 탕진했던 탓에 한 번 자포자기를 한 뒤 계속 채무를 갚지 않았다고 합니다. A씨는 그렇게 채무불이행자, 즉 신용불량자 낙인이 찍혔고요. 시간이 지나도 빚을 도저히 갚지 못하면 자포자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전문가들의 얘기입니다.

앵커) 실제 자영업자의 신용 회복이 어렵다는 통계도 있다고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자영업자들이 요즘 우후죽순 급증하고 있는데요. 최근 3년반 정도를 살펴보면, 자영업자의 신용 회복률은 40.9%에 불과했습니다. 이는 통상 직장에서 월급 받고 다니는 임금근로자가 50.2%를 기록한 것보다 10%포인트 가까이 낮은 것입니다. 그만큼 회생이 쉽지 않다는 것이죠.

또 주목할 만한 게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릴 경우인데요. 이 역시 은행보다 더 회생하기 어렵습니다.

저축은행, 신용카드, 대부업, 할부·리스 등의 대출을 가진 차주의 신용 회복률은 41.9%에 그쳤는데요. 이는 은행(43.8%)과 상호금융(57.7%) 등보다 크게 낮은 수준입니다. 아울러 다중채무자의 경우 신용 회복률이 34.9%로 비(非)다중채무자(63.0%)와 비교해 훨씬 낮았습니다.

앵커) 오늘 자영업자 대출 규모가 521조 원으로 집계됐다는 자료도 나왔는데요. 아무래도 제2 금융권은 이자도 좀 더 높다보니 더 힘들어지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위험해지는 채무불이행자, 무엇이 문제인가요

김정남 기자) 올해 6월말 현재 채무불이행자 수는 104만1000명입니다. 2013년 이후 105만명 안팎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결코 적지 않은 수치입니다. 이들이 가진 부채 규모는 29조7000억원에 달합니다.

통상 지칭되는 신용불량자는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만만치 않은 제약을 받습니다. 신규 대출 혹은 카드 발급 같은 모든 형태의 신용 거래를 할 수 없을 뿐더러 재산 압류 등도 당할 수 있습니다. 신용을 회복해도 연체 기록이 장기간 남아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이는 우리 경제를 넘어 사회 전반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는 데요. 가뜩이나 최근 금융당국의 규제 여파에 따른 ‘풍선효과’로 제2금융권 대출이 급증하고 있고, 원치 않는 은퇴에 직면한 베이비부머 세대가 자영업 시장에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죠. 채무불이행자가 추후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뜻입니다.

앵커)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지는 가계부채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도 80조원을 돌파했다고요.

김정남 기자) 네. 취약차주는 3개 이상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받은 다중채무자이면서 저소득자(하위 30%) 또는 저신용자(7~10등급)인 차주를 말합니다. 아무래도 채무불이행의 늪에 빠질 수 있는 계층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취약차주의 대출 규모가 올해 6월말 기준으로 80조4000억원으로 집계됐습니다. 80조원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취약차주의 금융기관별 대출 비중은 저축은행 같은 제2금융권이 67.3%로 은행(32.7%)의 2.1배 수준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상호금융이 27.2%로 가장 높았고요. △여전사(15.1%) △대부업(10.2%) △저축은행(8.1%) △보험사(5.0%) 등의 순으로 파악됐습니다.

앵커) 가계부채 위험 신호가 이렇게 나오는데, 최근 금리가 오를 가능성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금리가 높아지면 채무불이행자들의 상황은 더 악화되는 것 아닌가요?

김정남 기자) 네. 바로 어제였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화정책회의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다음달부터 보유하고 있는 자산을 매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매달 100억달러 규모인데요.

이건 곧 양적긴축을 뜻합니다. 미국 연준은 2008년도 글로벌 금융위기와 함께 각종 자산을 직점 매입하면서 시중에 돈을 뿌리는 양적완화 카드를 꺼냈는데요. 그 이후 9년 만에 양적긴축에 나선 겁니다. 양적긴축은 시중에 뿌려져 있는 돈을 직접 걷어가는 게 골자입니다. 그 충격파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데, 이 역시 초유의 ‘금융 실험’이어서 불확실성은 높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이 선제적으로 양적긴축에 나설 경우 아직 양적완화를 진행 중인 유럽과 일본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관심사입니다.

주목할 점은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인데요. 중장기적으로 금리 상승 압력이 강해질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입니다. 특히 14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가 더 위험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가계부채 문제가 불거지면, 당장 민간소비 혹은 건설경기 등의 경로로 실물경제에도 직격탄이 불가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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