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 몸집 줄이는데 초대형 IB 출범 임박…지각변동 일어나나
국내 증권사 몸집 줄이는데 초대형 IB 출범 임박…지각변동 일어나나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1.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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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부진 등으로 폐업하거나 몸집을 줄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초대형 투자은행을 추진 중인데요. 

은행업계는 이에 대해 많은 우려를 제기하고 나섰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초대형 투자은행을 곧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이로 인해 향후 증권업계가 부진을 털고 재기할 수 있을지, 아니면 새로운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유지은 대표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 부진으로 폐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수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 외국계 증권사 비중이 늘어났다는데?

유지은) 전체 55개 증권사 중 외국계 증권사가 22곳으로 수적으로 40%에 달하는데요. 2010년 말만 해도 증권사 62곳 중 국내 증권사가 41곳, 외국계는 21곳이었습니다. 그동안 국내 증권사는 8곳이 없어지고 외국계는 1곳이 늘어났습니다.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 부진으로 폐업하거나 인수합병(M&A)을 통해 그 수가 줄어든 반면 외국계 증권사의 국내 진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앵커) 그동안 국내 증권사들에 사건사고가 많았던 것이 원인일까?

유지은) 네, 애플투자증권과 두산그룹 계열사인 BNG증권은 영업 악화로 2014년 폐업했고 '주문사고' 사태를 겪은 한맥투자증권도 결국 문을 닫았습니다. 또 실적 악화와 매각 이슈로 현대증권과 아이엠투자증권, 대우증권, 푸르덴셜증권은 각각 KB증권, 메리츠종합증권, 미래에셋대우, 한화투자증권에 합병됐습니다. 동양증권은 '동양 사태'를 겪으며 대만에 매각돼 유안타증권으로 간판을 바꿔 달았습니다.

반면 올해 6월 말에는 중국 본토 증권사 중 처음으로 초상증권이 현지법인 형태로 국내에 진출했고 9월에는 일본계 미즈호증권이 서울지점을 내고 영업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가 회사 수로는 비중이 40%에 달하지만 직원과 영업 규모상으로는 비중이 훨씬 작습니다. 

전체 증권사 임직원 비중은 8.5%에 되지 않고 자산은 27조5천235억원으로 전체 증권사의 6.9%, 자기자본은 5조6천6천666억원으로 11.1%입니다. 상반기 영업이익은 3천270억원으로 전체 증권사의 13.2%, 순이익은 2천552억원으로 13.4%를 차지했습니다.

앵커)외국계 증권사들의 수는 늘었지만 비중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군요. 그런데 이처럼 국내 증권사들이 영업부진을 겪게 된 이유는?

유지은) 국내 증권사들이 전반적으로 지속적인 영업부진을 겪었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시장의 부침에 따라 어려운 시기도 있었고 호황도 있었습니다만 사라진 증권사들은 결국 이 시기를 견뎌내지 못했거나 사고가 있었거나 여러가지 이유가 있었죠. 

국내 증권사는 한동안 신규 설립인가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2008년에 증권사가 대거 신규로 설립인가가 나면서 외국계 포함 53개사에서 61개사로 한꺼번에 늘어났습니다. 시장의 파이는 커지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참가자가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화되었고 초대형IB와 중소형사로 업계가 재편되면서 특화된 장기를 갖기 못하거나 계열사들의 도움을 받지 못한 독립사들이 영업의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앵커) 이런 상황에서 증권사들의 초대형 투자은행 추진이 적절한가?

유지은) 대형 IB 육성을 통한 투자 활성화, 증권사 대형화 유도를 통한 증권업계 재편도 필요한 일이라고 봅니다. 모든 증권사가 유사한 사업구조를 갖고 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제살깎기가 될 수 밖에 없습니다. 대형 IB 육성을 통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고 또 그와 연계되는 상품과 시장들이 활성화되는 생태계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앵커) 증권업계 다양화가 필요하다는 말로 들린다. 그런데 올해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증권업계의 초대형IB 승인 관련 사항이 지적됐다. 어떤 내용들이 있었나?

유지은) 우선 정태옥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기자본 8조원 이상의 증권사는 종합투자계좌(IMA) 업무를 할 수 있는데 원금을 보장해주기 때문에 시중의 부동자금이 몰릴 수 있다"고 우려하며 "초대형IB 인가를 자기자본 기준이 아닌 안전성 기준으로 인가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인가 절차•감독 기능을 두고 뭇매를 맞았습니다. 초대형 IB 업무 범위 확대가 감독보다 정책이 앞선 잘못된 사례라며 은행 수준의 자기자본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었습니다. 

업계에서는 증권사의 초대형 IB 인가심사를 더욱 깐깐하게 진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데요. 초대형 IB 제도가 금융 감독보다 산업적 고려가 더 컸다는 지적이 나오고 ‘기왕 하는 김에 은행과 비슷한 수준으로 안전장치를 마련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입니다.

대형 증권사들은 그동안 덩치를 불리는 동시에 대주주 적격성에 미비된 점은 없는지 점검했으나 은행 수준의 자본 규제가 들어오면 단기간 이 기준을 맞추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불완전판매 등에 따른 금융감독원 제재, 대주주 적격성 미비 등의 지적사항이 이미 있었던 터라 더욱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앵커) 은행은 초대형 IB 출범에 부정적인 입장이라고. 그 이유는?

유지은) 은행권은 증권사 기업여신을 은행 고유 업무에 대한 침범으로 여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산업이건 자신의 영역에 새로운 플레이어가 등장하는 것을 반길 리는 없을 테니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것도 당연히 이해는 갑니다만. 

우선 증권사의 기업여신은 규모 면에서 은행권과 경쟁이 되지 않는 규모입니다. 초대형 IB가 확보한 자금가운데 기업여신에 활용하는 자금의 규모는 5-6조원 정도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은행권 기업여신 60조원의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죠. 

또한 기업여신 제공 방식도 은행과는 다릅니다. 증권사의 기업여신은 인수합병(M&A)이나 유상증자 자금 지원, 공모 회사채 발행이 어려운 기업의 사모사채 인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신용공여, 해외 대체투자(AI) 참여, 프라임브로커리지 등 투자은행(IB) 업무와 연계된 것이 대부분입니다. 은행과 같은 형태의 순수 기업여신이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물론 기업 여신이라는 분야에 경쟁이 생길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겠지만 소비자인 기업의 입장에서 볼 때는 다양한 선택권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앵커) 우려의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는데도 정부가 초대형 투자은행을 추진하는 이유는?

유지은) 초대형 IB 사업은 정부가 ‘한국판 골드만삭스’를 육성하기 위해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에 다양한 업무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기로 한 사업입니다. 자본규제를 풀어 증권사의 과감한 투자를 이끌어내자는 것이 초대형 IB의 기본 취지입니다. 초대형 IB로 지정되고 단기금융업 인가를 받으면 자기자본의 200% 한도에서 어음을 발행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달한 돈으로 기업대출 등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수 있게 됩니다. 

은행권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4차 산업 벤쳐산업 등에 대한 자금 공급 기능 확대에 기본 취지가 있습니다. 혁신 기업에 대한 금융 기능을 원할히 하기 위해 충분한 자본 버퍼(Buffer)가 있는 증권사에 조달 수단 하나를 얹어주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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