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소멸시효채권 소각...214만명 구제
정부, 소멸시효채권 소각...214만명 구제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7.0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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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이상 연체 채권…소멸시효 완성된 채권 소각
뉴스&이슈 : 세계파이낸스 장영일 기자

[팍스경제TV 오진석 기자]

(앵커)

정부가 국민행복기금과 금융 공공기관이 보유한 소멸시효완성 채권을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후보시절 내건 서민 빚 탕감 공약 중 하나인데요.

세계일보 자매지 세계파이낸스의 장영일 기자와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앵커) 정부가 214만명의 공공 채무를 삭제해준다고 발표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입니까?

(기자) 정부가 금융소외계층의 금융 접근성을 높이고 금융취약계층에게 재기의 기회를 주는 일환으로 추진됐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했고요.

먼저 이번에 소각되는 대상인 소멸시효 완성채권이란 것은 소득이나 재산이 없어서 채무에 대해 변제 능력이 없는 채권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채권자들은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기한을 설정하고 있는데 그 기한 동안 권리를 행사하지 않으면 권리를 포기하겠다는 것으로 간주해 권리를 소멸시키고 있습니다.

일반 채권의 경우 소멸시효가 10년이기 때문에 10년 이상 연체하고 있는 채권은 소멸시효가 완성된 채권으로 부릅니다.

 

(앵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소각 되는 채권 규모가 얼마나 됩니까? 수혜자들도 상당할 듯한데요?

(기자) 이번에 소각되는 채권은 금융공공기관이 가진 16조1000억원(50만명), 국민행복기금이 가지고 있는 5조6000원(73만1000명) 등 약 21조원이고 구제되는 채무자들은 123만명입니다. 여기에 시중은행, 보험사, 카드사 등 민간 금융기관이 가지고 있는 4조원(91만2000명)까지 총 214만명 정도가 구제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공공금융기관은 올 8월까지 소각할 예정이고 민간 금융기관도 업권별로 처리 가능한 채권규모를 파악하고 있으며 올 연말까지 자율적으로 소멸시효 채권을 소각할 예정입니다.

 

(앵커) 정부의 이런 정책이 포퓰리즘이라는 평가도 있는데요. 모럴 해저드 및 정치권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일부에서는 이번 조치에 대해 ‘형평성 문제’와 ‘도덕적 해이’를 들면서 부작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도 주장하고 있는데요. 

정부 주도로 채무를 탕감할 경우 성실하게 빚을 갚고 있는 기존 채무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정치권 주도로 각종 선거 때마다 채무조정, 탕감조치들이 반복될 경우 ‘빚을 갚지 않아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이번 조치의 의미를 잘못 파악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채무를 탕감을 경우 ‘도덕적 해이’가 발생한다는 것인데, 이번에 구제되는 약 200만 명의 대부분은 소상공인이나 청년실업자 등 벼랑 끝에 서 있는 사람들입니다.

국민행복기금에서 10년 이상 장기간 연체된 분들 대부분은 1000만원 이하이거든요. 사실 생계형 부채자들이에요. 그러니까 상환 능력을 상실한 능력인 겁니다. 

(앵커) 모럴 해저드 우려는 크게 하지 않아도 된다. 이 말이군요?

(기자) 네.  오히려 이들이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를 얻는 것이 일부에서 제기하는 ‘도덕적 해이’에 대한 우려보다는 도덕적으로 더 명분이 있습니다.

더욱이 상환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하는 것으로 도덕적 해이와 크게 관련도 없습니다. 이번 조치가 선례가 되어 앞으로 각종 선거 때마다 악용될 것이라는 지적도 합당치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조치는 상환 의무가 없는 채권을 소각할 뿐만 아니라 향후 불법·편법적 추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선거 때마다 ‘부채 탕감’ 구호가 되풀이 될 여지도 없습니다.

(앵커) 금융 기관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습니까?

(기자) 금융권에서는 돌려받을 가능성이 없는 채권을 대책도 없이 계속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취약계층의 재기를 돕는 게 더 의미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민간기관의 대표격인 은행연합회는 이미 빚 탕감 기준 마련을 위한 테스크포스를 꾸렸고, 여신과 보험업계도 논의를 시작해 이르면 이달 말부터 순차적으로 채권 소각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입니다. 특히 금융사들은 이번 채권 소각 작업을 계기로 그간 무분별하게 이뤄졌던 소멸시효 연장 관행도 개선할 예정입니다.

정부도 민간 금융사들의 무분별한 시효 연장 관행 개선을 위한 자율 규제를 운영할 계획이고요. 적절한 시효연장 기준을 통해 상환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채권은 연장 없이 소멸시효를 인정해 줄 예정입니다.

 

(앵커) 앞선 정부에서도 대규모 부채탕감을 해준 사례가 있습니다. 그때의 방안과 비교해 본다면요?

(기자) 네. 역대 정부에서 선심성 빚 탕감 정책이 계속돼 왔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러한 역대 빚 탕감책들이 실패했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정치인들이 표를 얻기 위해 선심성으로 빚을 탕감해줬는데, 본질적인 채무제도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또 빚을 해결해 주면 이런 사람들이 정상적인 경제활동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하는데 일자리도 부족하고 다시 빚을 지게 되는 구조적인 문제도 해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정부의 소득 주도 성장에 따라 중소상공인 육성과 청년에 대한 일자리 정책에 대한 기대도 크고요. 

 

(앵커) 사실 기존에 국민행복기금 통해서 채무변제를 해주고 있기도 했는데요. 채권 소각과 함께 제도 자체도 개선된다고요.

(기자) 국민행복기금도 기존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보유한 장기 부실채권을 저렴한 가격에 사와 상환능력이 부족한 채무자들에 대해 채무의 일부를 변제해준 뒤 장기간에 걸쳐 상환토록 지원하는 역할을 했지만 새 정부는 한 발 더 나아가 국민행복기금이 보유한 소액·장기연체 채권자의 채무를 변제해주기로 했고 금융사들이 무분별하게 소멸시효를 연장해오던 관행도 개선키로 했습니다. 또 선진국과 달리 너무 채권자 중심으로 제도가 운용되는 측면이 있는데요.

돈을 빌려주거나 투자한 사람들도 투자한 돈을 회수하지 못하는 손실을 감안하고 선택한 것입니다. 그러면 채권자도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 공평하죠.

우리는 채무자에게만 모든 부담을 지우는 시스템이거든요. 그런 점에서 소멸시효채권에 대한 개선책은 반가운 소식입니다.

(앵커) 소멸시효 채권중 대부업체의 채권 규모를 파악하기 어려워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기자) 대부업체가 갖고 있는 채권 규모는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대부업체는 9000개가 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부업체의 경우 정부가 강제하기가 좀 어려운 점이 있습니다. 이부분은 정부가 대부업체들과 협상을 통해서 매입해서 소각하는 이러한 방향이 보완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대부업협회도 금감원과 협의해 대부업체들이 보유한 소멸시효 완성채권 규모를 파악하고 소각하는 쪽으로 협조하기로 했습니다만 대부업체 수가 워낙 많아 쉽지는 않을 전망입니다. 

 

(이 기사는 8월 2일 팍스경제TV '알아야 바꾼다 뉴스레이더'에서 방송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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