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기술탈취 근절 직권조사 실시”
공정위-중기부 업무조정..단순 권고 수준
중소기업계 “기술탈취 막을 근본해법 필요”
최승재 교수 “중소기업, 역량 강화에 중점”
“모호한 법개정, 실질조치 되려 막는다” 우려
[팍스경제TV 박준범 기자]
<앵커>
어제죠. 두 개의 중소기업이 현대자동차가 자신들의 기술을 빼앗아 갔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관련해서 정부도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에 대한 논의에
불을 붙이는 모양새입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이 많아 보입니다.
정책팀 박준범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기자>
네 안녕하세요.
<앵커>
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 어제 오늘 일은 아닌 것 같은데요. 최근, 기술탈취 근절대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이유, 뭐가 있을까요?
<기자>
네. 기술 탈취 근절 대책에 대한 논의는 계속해서 진행돼 왔습니다. 다만, 기술 탈취를 막는 근본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않았었는데요.
최근,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그리고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대기업의 중소기업 기술 탈취를 근절하겠다”는 의지를 공개적으로 밝히면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상조 위원장부터 살펴보면요.
어제죠. 광주지역 가맹점주와 중소기업 관계자가 모인 간담회 자리에서 “공정위 본부에 기술탈취 전담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조사와 제재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밝혔습니다. 공정위는기술탈취를 전담할 베테랑 사무관 4명의 영입을 이미 마친 상태입니다.
중기부 홍종학 장관도 취임식에서 “기술탈취를 근절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요.
내달 발표 예정인 중기부 혁신창업 대책 세부방안에 관련 대책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앵커>그렇군요. 박기자, 대체 대기업 기술탈취가 어느 정도길래, 문재인정부 실세장관 두명이 실적경쟁을 벌이고 있는 겁니까?
<기자>
네. 성균관대학교가 지난해 5월 발표한 '중소기업 기술보호 역량강화 대응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해외유출 적발 건수는 2003년 6건에서, 2014년 63건으로 10배나 늘었습니다.
여기에 미적발 사례 등을 고려할 때 기술 유출 피해업체의 예상 피해 금액은 약 50조원으로 추산된다는 게 업계의 분석입니다.
50조원은 작년 국가 전체 예산의 약 13%에 해당하고 중소기업 4700여 개의 연 매출액과도 맞먹는 수치입니다.
<앵커> 생각보다 피해규모나 적발건수가 많군요. 그런데, 정부가 눈뜬 장님도 아니고, 관련 피해 사례가 계속 나오는 이유는 뭐라고 봐야 합니까?
<기자>
네. 해당 문제가 특허심판원이나 법원 등 사법기관으로 가기 전, 공정위와 중기부 기술분쟁조정위원회 등에서 기술탈취 여부를 판가름하고 분쟁을 조정하고 있는데요.
하지만 조정은 조정일 뿐입니다. 강제성 없이 권고 수준에 그치고 있어 그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또 이 과정에서 조정이 성립하지 않을 경우, 피해보상을 강제할 방안도 없다는 것이 또 하나의 문제입니다.
서두에 말씀드린 현대자동차의 기술탈취 문제도, 지난해 8월 기술분쟁조정위는 현대차에 3억 원 배상 결정을 내렸지만, 현대차가 관련 결정을 거부하면서 다툼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중소기업 입장에서는 땅을 치겠네요. 하지만 상황만 들어보면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한다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그리고, 박기자. 관련해서 오늘 오전, 국회에서 간담회가 열렸는데, 어떤 얘기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박정 의원과 홍익표 의원, 권칠승 의원의 주최로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제도 개선 간담회가 열렸는데요.
주최자 중 한명인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중소기업기술보호지원에 관한 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습니다. 이번 제도개선 간담회도 민간 정부 합동으로 선보일 중소기업 기술탈취 종합대책의 법률적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간담회 참석한 관계자들이 한목소리를 낸 것은 아니었습니다.
참석자들은 중소기업 기술보호를 위한 근본 대책 마련에는 동의했지만, 법제도화를 했을 경우 나타날 수 있는 각종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만만치 않다고 말했습니다.
<앵커> 우려요? 어떤 우려들이 나왔습니까?
<기자>
네. 박정 의원이 발의한 법 개정안에 기술된 중소기업기술 범위가 지나치게 광범위하다는 우려였습니다.
때문에 실질적인 행정 조치가 이뤄지기 어렵고 수년간 구축된 지식재산보호체계도 무력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 것인데요.
관계 부처에서도 중소기업기술의 모호한 기준이 법적 구속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습니다.
김종주 산업부 산업기술시장과장은 “산업기술보호법도 정의가 명확하지 못하단 이유로 위헌 판결을 받았다”면서 “중소기업기술에 대한 정의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최승재 세종대 교수도 “침해된 기술의 공지 여부, 영업비밀 여부와 상관없이 중기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조항은 오히려 기술탈취 분쟁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대책이 오히려 중소기업을 옥죌 수도 있다, 이렇게 들리기도 하는데요. 박 기자. 앞으로 기술근절 대책 어떻게 진행될 것 같습니까?
<기자>
네. 앞에서도 말씀드렸지만 참석자들은 대책마련에 있어서는 이견이 없었습니다.
다만, 근본대책을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지, 어느 부처가 컨트롤타워인지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 같은데요.
김상조 위원장과 홍종학 장관이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막기 위해 공조를 하겠다고 밝힌 만큼, 범정부적인 차원의 대책 발표를 기다려봐야 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