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있는 삶’을 향한 변화…‘워라밸’ 확산 움직임
‘저녁 있는 삶’을 향한 변화…‘워라밸’ 확산 움직임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8.01.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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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직장인들의 새해 소망 중 하나가 바로 ‘저녁이 있는 삶’일텐데요.

일과 삶의 균형, '워라밸'이 요즘 화두입니다. 

신세계가 주35시간 근무체제로 개편하면서 관련 업계에 파장을 불러일으키고 있는데요.
어떤 변화가 생기고 있고, 부작용은 없는지, 그리고 앞으로의 전망까지 짚어보겠습니다.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함께합니다.

앵커) 2018년 새해 유통업계 화두가 '워라밸'이라고 한다. '워라밸' 무엇인가?

박선규 대표) “Work and Life Balance”의 준말인데요. 2018년 가장 주목할 트렌드 키워드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일과 삶의 균형을 뜻하는 신조어로 좋은 직장의 조건으로도 중요시 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저녁이 있는 삶’이 화두로 등장을 했는데 워라밸은 저녁이 있는 삶과 개인 여가를 중시하며 레저와 취미 관련 소비를 아끼지 않는 삶을 말합니다.

워라밸 지수도 있는데요. 작년 4월 공개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에 따르면, 네덜란드는 '워라밸' 지수가 10점 만점에 9.4점으로 30개 국가 중 1위였고, 한국은 5.0점으로 28위였습니다.

앵커) 가장 먼저 워라밸을 꺼내든 기업이 바로 신세계이다. (실제로 지난주 이마트를 갔더니 11시에 문을 닫았...) 지난해 주35시간 근무제를 공표하면서 파장이 일었는데, 현재 상황 어떤가?

박선규 대표) 신세계그룹은 본사 내 시범 시행을 거쳐 지난 2일부터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하는 '9 to 5'제도를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 등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 실시했습니다. 

이마트는 자정이던 점포 폐점시간을 오후 11시로 1시간 단축했고, 기존 오후 11시 이전에 폐점하던 점포를 제외한 73곳의 매장에서 폐점시간을 조정했습니다. 오전조는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 오후조는 오후 3시부터 11시까지 7시간씩 근무하면 되는데요. 검품파트 등 오전 8시 출근 직원들은 오후 4시까지만 근무합니다. 

앵커) 표면적으로 보이는 근무시간뿐 아니라 회계 체계도 변화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내 유통계의 가장 큰 기업이라 할 수 있는 신세계가 움직이자 다른 유통기업들도 발맞추는 모습이죠?

박선규 대표) 롯데그룹은 본사 전팀 자율좌석제 도입, 사무실 강제 소등으로 워라밸 문화 정착에 속도를 내고 있는데요. 롯데마트는 2016년부터 오전 8시부터 10시까지 출근 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시차출근제를 시행 중입니다. 아울러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을 ‘가족 사랑의 날’로 정해 오후 6시30분 사무실을 강제 소등하던 것을 매일 강제 소등으로 확대 시행합니다.

현대백화점그룹과 GS리테일도 ‘2시간 단위 휴가제’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습니다. 하루 근무시간 8시간 중 2시간 연차를 네 번 쓰면 1일이 소진되는 방식입니다. 현대백화점은 사회적 관심이 집중되기 전부터 '워라밸' 경영을 실천해왔는데요. PC 오프 제도를 유통업계 최초로 도입한 회사이기도 합니다. 퇴근 시간이 지나면 직원들 PC가 자동으로 꺼지게 만들어 정시 퇴근을 유도했으며 지난 9월부터는 2시간 휴가제(반반차 휴가)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올리브영을 운영하는 CJ올리브네트웍스는 최근 ‘워라밸 위드 올리브영’이라는 캠페인을 벌여 정시퇴근을 독려하고 있습니다. 매주 목요일에는 ‘퇴근독려 카드’까지 지급합니다.

앵커) 근무시간이 줄어드는 것이 단순히 '시간'만의 문제가 아니라 채용 풍속 자체에도 큰 변화를 가져올 것 같습니다. 어떤가요?

박선규 대표) 워라밸이 일할 땐 효율적으로 일을 하고, 놀 때는 놀자의 개념인 만큼, 줄어든 근무시간에 맞춰 업무를 능숙하게 해 낼 수 있는 직무 능력과 전문성에 대한 평가를 강화하는 추세입니다.

예를 들어, 롯데백화점 같은 경우에는 일괄 채용을 하고 나서 업무 부서를 정해줬었는데 지난해 말 하반기 공채에서 처음으로 직무별 채용을 도입했습니다. 지원자가 마케팅, 기획, 인사 등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선택해 서류를 제출하는 방식입니다.

신세계그룹은 2014년부터 직무역량 검증을 위해 블라인드 면접 방식인 드림스테이지를 도입 중인데요. 이 역시 직무 관련 경험을 매우 중시하는 것입니다.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연관된 경험과 지식을 가지고 있느냐가 관건이 되는 것입니다.

CJ그룹 같은 경우에는 직무를 더욱 세분화하고 있는데요. 2016년 하반기 150여 개였던 채용 직무수가 지난해 하반기 180여 개로 증가했습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워라밸로 인해 지원한 직무와 연관성을 갖지 못하는 지원자들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

앵커) '저녁 있는 삶' 실현에 긍정적인 반응도 있지만, 일각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던데?

박선규 대표)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꼼수다.’ ‘업무강도가 세졌다.’ ‘한 시간 더 일하고 더 벌고 싶다’ 라는 불만들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마트 같은 시급제 직종의 경우에서 이런 불만들이 나오는데요. 올해부터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지 않았습니까? 원래대로 근무를 했다면 당연히 이들의 월급도 크게 올랐을 것입니다. 그런데 ‘워라밸’로 근무시간을 줄임으로써 월급 인상이 소폭에 그쳤다는 것이죠.

예를들어 신세계 이마트의 일부 직원의 경우도 그런데요. 마트산업노조 이마트 지부는 올해부터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을 무력화하려는 ‘회사의 꼼수다’라고 주장했습니다. 근거가 뭔지 봤더니 지난해 마트 계산원과 진열대 업무 등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총 2만6000여 명으로, 이들은 지난해 시간당 6,980원, 한 달 209시간에 145만8000원을 월급으로 받았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최저임금 인상에 따라 시급이 8,644원으로 크게 늘었지만, 근로시간 단축에 따라 183시간에 실제 월급여는 158만1000원으로 소폭 인상되는데 그쳤습니다.

노조는 이점을 꼬집었는데요. 만약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유지했다면, 노동자들의 월급이 180만6000원으로 35만원가량 늘었을 거란 것입니다. 한 판매사원은 “워라밸 같은 건 고소득자에게나 필요한 것”이라며 “최저임금을 받는 사람은 한 푼이 아쉽다. ‘삶의 질’보다는 한 시간 더 일하고 더 버는 게 중요하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와 함께 높아진 업무 강도에 대한 부담감도 있는데요. 마트산업노조 관계자는 “오전 조, 오후 조가 동시에 일하는 시간이 2시간 줄기 때문에 업무 강도가 세졌다. 인력충원 없이 근로시간만 단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사무직의 경우도 “오전 오후 집중 근무시간을 운영하기 때문에 이 시간에는 아예 자리를 뜨지 못한다”면서 “담배 한 대 피기도 눈치가 보이고 업무강도가 한층 세진 느낌”이라고 말했습니다.

앵커) 마지막으로, '워라밸' 즉 근로자들의 삶의 질 개선을 위해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어떤 점들이 보완돼야 할까?

박선규 대표) 워라밸에 대해 '보여주기식 직원 끌어안기'라고 지적하며 실행 가능성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하는데요. 어떤 제도이든 새로운 제도를 도입할 때마다 문제점들이 나오긴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 자체를 나쁘다고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인력충원 등 지금까지 노출된 문제점들을 분석해서 노조 및 근로자와의 적극적인 소통으로 적정한 대안을 찾는다면 이 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앵커) 네,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마이더스HR 박선규 대표와 ‘워라밸’ 문화에 대해 짚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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