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철판 부딪치는 소리 ‘쾅쾅’, 용접 불꽃 ‘파바박’...열기 넘치는 오리엔탈마린텍 현장  
[르포] 철판 부딪치는 소리 ‘쾅쾅’, 용접 불꽃 ‘파바박’...열기 넘치는 오리엔탈마린텍 현장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3.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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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장 곳곳 용접 한창...'삼성중공업 데크하우스' 물량 90% 수준
"수주 목표치 넘겨"...'조선 호황 속' 오리엔탈 실적 기대되는 이유
극심한 인력난 해법 고심...창사 이래 첫 '외국인 본사 직원' 채용

지난 10일 오후 경남 창원시 진해구에 위치한 오리엔탈마린텍 제1 공장. 공장 문을 들어서자 12만3,000㎡에 달하는 거대한 작업 현장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습니다. 이곳에서 대형 크레인이 육중한 철제 구조물을 들어 올리고, 고글을 착용한 작업자들은 불꽃과 싸워가며 용접 중이었습니다. 포스코로부터 들여온 철판 절단부터 건물 벽, 기둥에 해당하는 구조를 만드는 조립작업, 배관 및 전선을 설치하는 선행작업, 블록 단위로 하나씩 올리는 탑재작업 그 이후 완성 단계인 후행작업 등 다양한 공정이 복합적으로 이뤄지고 있었습니다. 

철판끼리 부딪치는 '쾅쾅' 소리와 용접 소리가 쉴 새 없이 귓가를 울렸습니다. 그만큼 현장에서는 큰 소리로 묻고 답해야 했습니다. 15년차 공정팀 관계자는 "처음 박판이 입고되고 절단과 소조, 대조, 선행의장 등까지 거쳐서 데크하우스가 만들어지기까지 약 5~6개월 정도 소요된다"고 설명했습니다. 데크하우스(Deck House)는 배의 선실을 말합니다. 선원들이 배에서 생활하는 주거지이자 조종실 등이 있는 근무 장소이기도 합니다.

오리엔탈마린텍 데크하우스의 본모습은 제2공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1공장 정문에서 도보로 5분 정도 지나자 제2 공장 입구로 이어졌습니다. 여기선 또 다른 작업 풍경이 펼쳐졌습니다. 공정 막바지 단계인 데크하우스 여러 동이 우뚝 솟은 채로 작업장을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마치 대단지 아파트 건설 현장에 들어와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크기를 묻자, 현장 관계자는 데크하우스마다 다르지만 "최근에는 대형화되면서 10단까지도 제작하고 있고 높이는 30m 이상, 무게는 대략 1000톤이 넘는다"고 했습니다. 오리엔탈마린텍 부지에선 최대 15척의 데크하우스를 동시 건조할 수 있습니다.

지난 10일 오리엔탈마린텍 제1공장에서 용접공이 작업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 작업장 곳곳 용접 한창...'삼성중공업 데크하우스' 물량 90% 수준
기자가 오리엔탈마린텍 현장을 찾은 것은 올해만 두 번째. 현장은 수시로 달라지고 있었습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2공장에서 자재 보관 장소로 쓰이던 곳마저 용접공이 달라붙어 작업을 벌이고 있었습니다. 조선 산업이 호황을 맞으면서 조선기자제 일감도 덩달아 늘고 있는 게 주요인. 그만큼 공장이 바빠지고 있는 겁니다.

이날 현장에는 삼성중공업, 한화오션, 현대중공업에서 수주 받은 데크하우스와 엔진케이싱(Engine Casing) 작업이 한창이었습니다. 엔진케이싱은 선박 엔진실에 쪽에 탑재하는 굴뚝 시설입니다. 제작이 모두 마무리되면 바지선에 실어 각 조선소로 옮겨가고 그곳에서 최종적으로 배가 완성되는 겁니다.

가장 많은 물량을 차지하고 있는 고객사는 삼성중공업. 오리엔탈마린텍의 오랜 고객사입니다. 데크하우스 등 수주 물량 90% 정도를 삼성중공업이 차지할 만큼 끈끈한 파트너십을 맺고 있습니다. 오리엔탈마린텍 사무실엔 삼성중공업 로고가 새겨진 '13년 우수 협력회사' 액자도 보였습니다. 양사가 쌓은 오랜 신뢰의 증거입니다. 끈끈한 사업 우정에는 공정 실력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오리엔탈마린텍은 1980년 7월 19일에 설립(오리엔탈휘팅)해 올해로 창립 43주년을 맞았습니다. 1990년 5월 오리엔탈정공으로 사명을 변경했고, 현재 오리엔탈마린텍은 2015년 7월 모회사인 오리엔탈정공에서 물적 분할로 신설됐습니다. 2009년 6월에는 1000번째 데크하우스를 제작 납품해 단일공장으로 세계 최고 생산 실적 달성이라는 역사적 의미도 보유하고 있습니다. 특히 과거 조선소가 아닌 기자체업체로 데크하우스를 처음 만들어 납품한 기업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축적된 경험과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겁니다.

지난 10일 오리엔탈마린텍 공정팀 관계자가 건조 중인 데크하우스 위에 올라와 작업 현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 "수주 목표치 넘겨"...'조선 호황 속' 오리엔탈 실적 기대되는 이유
오리엔탈마린텍은 현재 국내 선박 크레인 점유율 1위 기업인 오리엔탈정공의 자회사로 연결돼 있습니다. 코스닥 상장사인 오리엔탈정공의 실적은 오리엔탈마린텍 실적과 함께 평가 받습니다. 오리엔탈정공의 주력 매출 품인 선박용 크레인도 수주가 늘고 있긴 하지만 최근에는 오리엔탈마린텍의 수주 실적이 더 큰 상황입니다.

오리엔탈마린텍의 지난해 매출액은 650억원. 올해 매출 목표는 이보다 높은 1000억원을 잡고 있습니다. 우선 의미 있는 것은 수주 실적입니다. 오리엔탈마린텍 영업팀 관계자는 "당초 목표는 수주 1000억원, 매출 1000억원을 잡았는데 수주 실적으로만 봤을 때 현재 1000억원을 넘었고, 매출은 아직 집계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구체적인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난해 매출 보다는 높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오리엔탈정공은 14일 3분기 실적을 발표합니다. 오리엔탈정공 개별 사업 매출은 전년 동기 비슷할 것으로 예측되지만 연결 자회사 데크하우스 매출 실적 등이 반영될 것으로 추정됩니다. 오리엔탈정공의 상반기(1~6월) 매출은 430억원, 영업이익은 49억원을 기록한 바 있습니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은 1316억원, 영업이익은 92억입니다. 앞서 오리엔탈정공 박세철 회장은 팍스넷경제TV와의 인터뷰에서도 "우리나라 조선소들이 2025년까지 물량을 거의 확보했기 때문에 매출은 지속 상승할 것으로 예측한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앞으로 오리엔탈그룹 실적이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오리엔탈마린텍 제2공장에서 작업자이 작업하고 있다. 몇 개월 전만 해도 자재 보관장소로 쓰였지만 현재 늘어난 물량 소화를 위해 작업 현장으로 바뀐 모습이다.
[사진=배석원 기자]

◆ 극심한 인력난 해법 고심...창사 이래 첫 '외국인 본사 직원' 채용
매출 성장보다도 더 큰 고민거리는 '인력난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입니다. 단순히 눈앞의 일을 처리할 사람도 필요하지만 향후 오리엔탈마린텍이 지속적인 수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라도 인력을 확충해야 하는 실정입니다. 데크하우스 등 건조에는 숙련공 개개인에 쌓여있는 노하우 등이 중요하기에 언젠가 이들의 경험과 노하우를 건네받을 인력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기간에 따라 일하고 본국으로 돌아가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 전적으로 의지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올해 10월 기준 오리엔탈마린텍 직원 수 약 190여 명. 협력사 직원은 약 630여 명에 달합니다. 협력사 외국인 근로자 수만 250여 명으로 협력사 직원 비율 가운데 40% 이상입니다. 그러니까 이곳에선 약 820여 명이 근무하고 있는 셈. 어느 직원은 "평균 연령이 대략 50대"라고 했습니다.

오리엔탈마린텍 현장 관계자가 건조 중인 데크하우스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오리엔탈마린텍도 올해부턴 외국인 정규직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10월 약 19명의 우즈베키스탄 직원을 채용해 현재 선체의장(용접) 현장에 투입한 상태입니다. 회사가 외국인 정규직을 채용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입니다. 그만큼 현장 상황이 절실하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회사는 추가 정규직 채용도 준비하고 있습니다. 기존 19명에서 현재 필리핀 국적 10명의 추가 채용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외국인을 채용하기 위해선 비자와 4대보혐 등 기준이 있고 우리 회사의 경우 최대 52명까지 현재 가능한 상황이다"면서 "회사로서도 처음 해보는 시도인 만큼 뽑은 인력으로 적응해 본 뒤 추가 외국인 정규직 확보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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