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스토리] 우리기술 'HW개발팀'의 장수 비결 ?..."간섭은 않지만 성과는 확실해야"
[팀스토리] 우리기술 'HW개발팀'의 장수 비결 ?..."간섭은 않지만 성과는 확실해야"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4.03.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25년 전 팀원이었던 부서에서, 지금은 그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됐다
'원전력 제어 시스템' 국산화 성공...HW개발팀에겐 큰 성과로 남아
"우리 문화는 서로 터치를 잘 하지 않아...다만 업무 성과는 확실해야"

'평생직장'이란 개념은 이제 옛말이 돼버렸습니다. ‘이직’이 젊은 직장인들에게 일상의 익숙한 단어로 자리 잡은 지 벌써 오래입니다. 잡코리아가 올 초 직장인 16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 92.3%가 '올해 이직할 계획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몇 년 전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이직'은 직장인들 사이에선 항상 높은 선택지였습니다. 이직을 여러 번 성공한 '프로 이직러'의 경험담이 온라인 상에 쏟아질 정도입니다.

이런 흐름에서 본다면, 최근 기자가 만난 인물은 조금은 특별합니다. 처음 입사한 회사에서 25년째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입니다. 코스닥 상장 기업 우리기술 정승권 상무이사(시스템연구소 부소장)의 이야기입니다. 지난 19일, 팀스토리(팀문화 인터뷰) 취재를 위해 정 상무를 만났습니다.

우리기술 HW개발팀 업무공간 모습. [사진=배석원 기자]

1993년 3월 설립된 우리기술은 현재 우리나라 방송 메카로 불리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습니다. 인터뷰를 위해 개발팀이 모여 있는 5층에 올라가자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가로로 쭉 뻗은 플랜카드. 거기엔 "30여년 간 이어온 국산화의 의지! 우리기술이 곧 세계 기술입니다"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사람 키만큼 높은 파티션도 낯설었습니다. 개발 보안 때문인 걸까. 아니었습니다. 정 상무가 말했습니다. "모든 직원은 파티션 높은 걸 좋아해요. 그건 부서장이 허용하면 높아지는 거예요"라며 큰 의미가 없다며 미소 지었습니다.

지난 19일 우리기술 HW개발팀 정승권 팀장(상무이사)이 설비 앞에서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 25년 전 팀원이었던 부서에서, 지금은 그 팀을 이끄는 팀장이 됐다
정 상무가 이끌고 있는 부서는 HW개발팀입니다. '하드웨어 개발팀'으로 부릅니다. 우리기술이 처음 설립될 때부터 존재했던 팀으로 그만큼 회사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정 상무는 기자가 용어를 잘 이해 못하는 것처럼 보였는지 팀 소개 이전에 하드웨어가 무엇인지부터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저희가 보통 시스템을 만든다고 했을 때 크게 두 부류로 나눠요.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는 코딩 같은 거라면 하드웨어는 물건처럼 눈에 보이는 게 하드웨어거든요. 양대 축이죠."

정 상무를 포함한 팀 인원은 현재 10명 내외. 직급은 책임과 선임, 프로 등 3개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팀 설립 초기에도 5~6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숫자에는 큰 변화가 있지는 않았다고 정 상무는 말했습니다. 그는 우리기술의 대표이사만큼이나 회사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산증인 중 한명이면서 동시에 이 팀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임원으로서 팀장을 맡고 있지만 25년 전에는 HW개발팀의 팀원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당시 팀장이 지금 우리기술의 노갑선 대표이사였다며 25년 전을 돌아봤습니다. "그때는 일단 회사에서 시간을 오래 보냈죠. 보통 한 저녁 8시, 9시까지는 있었으니까. 그때는 사회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그랬었던 것 같아요." 당시 팀장과의 회사 생활이 어땠는지 묻는 질문에는 "제 직장 생활 기억은 객관적이지 않을 수 있다"며 웃어넘겼습니다. 지금의 대표이사는 대학교 선배였기 때문에 단순히 업무적으로 만난 것보다는 더 친밀했다고 정 상무는 덧붙였습니다. 정 상무는 2008년 상무로 승진한 이후부터 수장으로서 이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우리기술 HW개발팀 정승권 팀장(상무이사)이 팍스경제TV와 인터뷰 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 '원전력 제어 시스템' 국산화 성공...HW개발팀에겐 큰 성과로 남아
HW개발팀의 주요 업무는 '제어 시스템 개발'입니다. "산업계에서 쓰는 공장 자동화 아니면 보통 일반인들이 많이 보시는 것 중에서는 PSD(승강장 안전문·스크린도어)라고 있어요. 열차가 왔을 때 스크린도어가 열리고 닫히고 하는 것도 일종의 제어거든요. 그런 제어 시스템을 만들고 그중에서도 저희가 주로 제일 많이 판매하는 것은 원자력 발전소에 들어가는 제어 감시 시스템이 있죠." 원자력 발전소 제어 감시 시스템은 플랜트가 자동으로 운영되도록 제어하고 평소와 다른 사항이 발생하면 경고 알람을 전파하는 설비입니다.

우리기술은 지난해 4월 두산에너빌리티와 신한울 3·4호기 원전 건설과 관련해 약 356억원 규모 DSC제어기 공급 계약을 따냈습니다. 당시 우리기술은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전 세계에선 네 번째, 국내기업에선 유일하게 원전 제어 시스템을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공급 사례는 신한울 1·2호기, 새울 3·4호기(구 신고리 5·6)입니다. 원자력 발전소 제어 시스템을 국산화 기술로 만들어 적용한 것은 HW개발팀에게 괄목할만한 성과로 꼽힙니다. "물론 원자력 제어 시스템을 다 저희가 한 것은 아닙니다. 한두 군데 나눠져 있는데 그 중에서 저희가 한 파트를 한 것이고 외산 대체용에서 다 국산화한 시스템을 개발했다는 게 저희로서는 중요한 성과였죠"라고 그는 말했습니다. 

HW개발팀이 하는 일 중에는 스마트팜 공장 건설도 포함돼있습니다. 2019년부터 시범적으로 스마트팜실증센터를 운영해 연천공장을 구축해 2월에 준공 완료 후 현재 가동 중입니다. 스마트팜 사업은 고부가가치 작물 재배공급 및 스마트팜 시스템 판매 공급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정 상무는 "그 공장의 농작물을 판매하려는 것은 아니고 스마트팜 사업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설비를 판매하는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지난 19일 우리기술 HW개발팀 모습 [사진=배석원 기자] 

◆ "우리 문화는 서로 터치를 잘 하지 않아...다만 업무 성과는 확실해야"
HW개발팀에는 선배와 후배 사이의 밀착 교육은 없다고 했습니다. 과거 도제식 비슷한 사수, 부사수 개념으로 팀원 교육 체계를 두고 있지 않다는 게 정 상무 설명입니다. 그는 "누구 하나하나를 지정해 놓고 너는 얘를 죽이 되던 밥이 되던 하여튼 가르쳐라. 이렇게 시키면 소통도 잘 안되고 아래 사람들이 너무 스트레스를 받기 때문에 그렇게 운영을 하기는 어렵다"고 했습니다.

그래서일까. 정 상무는 우리 팀의 문화에 대해 "상당히 터치를 잘 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정 상무는 "제가 매일 팀원들에게 업무를 지시하거나 일상적으로 개발 진도를 수시로 점검하고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과거부터 이런 분위기였냐는 질문에 그는 "이 문화는 제가 그렇게 운영을 해서 그런 것"이라고 했습니다. 개발자들이 모여 있는 만큼 개인 프로젝트가 많고 개별 성과로 평가되기 때문에 팀이 공동으로 협력할 사항이 많지 않고 기술적 이슈가 있지 않고서는 계속 논의하거나 회의를 하지는 않는다는 게 그의 설명입니다. 다만 성과를 만들어 내는데 까지는 확실한 데드라인은 있다고 했습니다. 

[사진=배석원 기자]

"주로 정례 보고는 일주일 단위로 받습니다. 예를 들어 일주일 후에는 개발 단계를 어디까지 가기로 했는데 갔으면 오케이. 안 갔으면 왜 안 갔는지 그런 원인에 대해서는 서로 얘기를 하죠. 들어보고 합당한지 합당하지 않은 지 판단해서 피드백을 합니다" 정 상무는 피드백의 경우 불러서 이야기 할 때도 있지만 메일로 회신하는 경우도 있다고 했습니다. 팀을 이끄는 정 상무의 경우 기준은 '성과'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성과주의라고 볼 수 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조직 관리 포인트가 무엇이냐 했을 때 결국은 성과니까 성과에 포커스를 맞추죠 

 HW개발팀 분위는 마냥 수평적이진 않다고. 특히 정 상무는 팀장과 팀원의 관계는 분명하게 수직적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질문 말미에 무서운 상사냐는 질문에 대해선 "저를 무섭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며 싱긋 웃었습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팀원들에게 "HW개발팀이긴 하지만 소프트웨어 역량도 함께 키워나가자"면 당부의 메시지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