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사기 논란' 니콜라 창업주 사임…한화그룹 "난감하네"
[비즈이슈] '사기 논란' 니콜라 창업주 사임…한화그룹 "난감하네"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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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사기 의혹 논란 이어 창업주 트레버 밀턴 전격 사임
한화그룹 수소사업 차질 빚나…기업가치 하락도 우려

한화그룹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파트너십을 맺은 미국 수소전기차 업체 '니콜라'가 사기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를 해명해야 할 창업주 마저 돌연 사임해서다. '니콜라'는 한화그룹에게 있어 단순한 사업 파트너를 넘어 미국 수소시장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됐던 터라, 이 사태가 향후 그룹의 수소사업 전략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재계 관심이 주목되고 있다.

◆니콜라, 사기 의혹 논란 이어 창업주 트레버 밀턴 전격 사임

트레버 밀턴  前니콜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트레버 밀턴 前니콜라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

니콜라는 20일(현지시간) 트레버 밀턴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가 이사회 의장직과 이사회직에서 물러났다고 공식 발표했다. 니콜라는 "밀턴 창업자가 먼저 자발적으로 사임을 제안했고, 이사회가 이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밀턴은 사임 후에도 최대 주주 지위는 유지하지만, 경영 참여는 불가능하게 됐다.

밀턴 CEO의 사임 결정은 최근 공매도 전문 조사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가 니콜라의 핵심 기술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던 것이 단초가 된 것으로 분석된다.

밀턴은 2014년 '전기트럭보다 수소트럭이 친환경 상용차로 더 유용하다'는 비전을 제시하며 수소 트럭 스타트업 '니콜라'를 창업했다. 수소트럭 관련 매출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나스닥 상장과 제네럴모터스(GM)와의 협업에 나서며 업계로부터 '제2의 테슬라'가 될 것이란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이런 가운데 최근 니콜라가 회사 기술력을 과대포장 했다는 주장을 담은 보고서가 나오면서 사기 의혹에 휩사였다. 공매도 전문 조사기관인 힌덴버그리서치는 지난 10일 '니콜라 : 어떻게 거짓말의 홍수를 활용해 미국 최대 자동차 OEM 회사와 파트너십을 맺었나'라는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에 수소연료전지 등 핵심 기술에 대한 실체가 없다는 의혹을 제기한 것.

힌덴버그리서치는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는 밀턴의 수십 가지 거짓말을 기반으로 세워진 사기 업체"라고 설명하면서 니콜라가 수소전기차 생산을 위한 기술이나 설비를 보유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2016년 제작한 수소차 주행 영상을 포함해 과거 발표한 시제품과 자료가 모두 조작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니콜라는 힌덴버그리서치가 자사 주식을 공매도한 뒤 자사 주가를 떨어뜨려 이익을 보기 위한 시세조종의 목적으로 해당 보고서를 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관련 조사에 착수하면서 니콜라를 둘러싼 논란이 더욱 커지게 됐다.  

◆한화그룹 수소사업 차질 빚나…기업가치 하락도 우려

한화 로고.[자료제공:한화그룹]
한화 로고.[자료제공:한화그룹]

 

재계는 이번 '니콜라 사태'가 파트너사인 한화그룹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하고 있다. 벌써부터 재계 안팎에선 한화그룹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낙점하고 전략적으로 키워온 수소사업이 차질을 빚게 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물론 니콜라에 대한 투자가 대규모로 이뤄진 게 아닌 데다, 미국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이지만, 그간 그룹 내에서 니콜라가 가졌던 상징성을 고려했을 때 수소사업 추진에 급제동이 걸릴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게 재계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실제 한화그룹은 수소경제 시대를 맞아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니콜라와의 전략적 협업을 추진했다. 니콜라는 수소전기트럭 개발 외에 수소충전소 직접 구축 및 수소 직접 생산 계획을 세웠고, 한화그룹은 이러한 니콜라를 통해 미국 수소 시장으로의 진출을 꾀했다. 그 첫 발로 2018년 11월 한화에너지와 한화종합화학을 통해 니콜라에 총 1억 달러(한화 약 1200억원)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후 한화종합화학은 니콜라 수소 충전소 운영권을, 한화에너지는 니콜라 수소 충전소에 태양광 발전으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 공급하는 권한을 각각 확보하게 됐다. 이 때문에 만약 니콜라 사기 논란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한화그룹은 투자 손실에 더해 수소사업, 그리고 이를 중심으로 한 친환경 사업 전략에 차질을 빚을 수 밖에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한화에선 (니콜라에 대한) 투자비중이 그리 크지 않다고 보고 있지만, 한화 같은 규모의 회사에서 1200억원은 공장 1개를 설립할 수 있는 금액"이라며 "이러한 이야기는 공장 1개를 짓는 데에 몇 조원을 투자하는 삼성전자의 경우에만 해당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투자 비중이 적다고 하더라도 사기 논란에 휩싸인 사업 파트너를 함께 끌고 간다는 것 자체가 더 큰 문제"라며 "기업 이미지 뿐만 아니라, 수소를 중심으로 한 미래사업 전략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업가치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는 견해도 많다. 재계는 이번 니콜라 사태가 2015년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로 밝혀진 '테라노스' 사건과 닮아있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미국 메디컬 스타트업인 테라노스는 방울로 250여 가지 질병을 진단할 있다는 의학 키트 '에디슨'을 내놓았다. 하지만 결국 사기로 판명되면서 90억 달러 (한화 10조원)의 기업 가치가 순식간에 사라지게 됐다.  

하지만 이에 대해 회사 측은 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니콜라와의 수소사업은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진행해왔던 만큼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며 "향후 니콜라와의 협업 여부와 상관없이 계열사들의 자체 역량을 통해 수소사업을 차질 없이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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