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3개월 만에 재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차분한 분위기 속 "치열한 법리 다툼"
[현장] 3개월 만에 재판 출석한 이재용 부회장…차분한 분위기 속 "치열한 법리 다툼"
  • 이형선 기자, 임세림 기자
  • 승인 2021.0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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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서 이재용 부회장 '불법 경영승계' 관련 첫 재판 열려
현장 분위기 예년과 달라…이재용 부회장 3개월 여 만에 공식석상서 모습 드러내
차분한 분위기 속 재판 진행 중…검찰 VS 이 부회장 변호인단, 치열하게 법리 다툼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공판 출석을 위해 [사진: 임세림 기자]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이 2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삼성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혐의 관련 첫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 임세림 기자]

'카메라가 왜 있어요?', '누구 유명한 사람이 와요?'

22일 오전 10시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불법 경영승계' 관련 첫 재판이 열리는 날인데도 분위기가 전과 사뭇 달랐다.

이 부회장이 법정에 출석하는 날이면 법정 주변은 늘 취재진들과 시민 등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하지만 이날은 차분하다 못해 적막하기까지 했다. 삼성을 비판하는 글귀가 빼곡히 담긴 피켓과 현수막은 물론이고, '이재용 구속' 구호를 외쳐댔던 시민 및 시위대들의 모습도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법정 주변을 서성이던 한 시민은 기자에게 '오늘 무슨 중요한 재판이 있는 것이냐'고 묻기도 했다. "이곳에 카메라가 많이 와서 구경 중"이라며 전화통화로 현장 분위기를 전하는 시민도 있었다.

[사진: 팍스경제tv DB]

이 같은 분위기는 최근 사회 각계각층에서 번지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면 요구' 움직임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 최근 몇 달 전부터 이 부회장을 향한 각계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시장에서 미국과 중국 간 패권 전쟁이 격화하면서 삼성 총수인 이 부회장에 대한 '역할론'이 잇따라 부각되고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반도체 산업을 이끌고 있는 삼성전자가 패권 경쟁에서 뒤쳐질 경우, 한국 경제 위기를 촉발시키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 요구 목소리는 점점 커지며 경제계뿐만 아니라, 정치권, 종교계로까지 번지고 있다. 

특히 재계에서는 경제 살리기 차원에서 국내 1위 기업인 삼성의 수장인 이 부회장의 사면을 강력히 요청하고 나섰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재계와 경제단체를 대표해 이 부회장 사면을 정부에 정식으로 건의했다. 

손 회장은 지난 14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금은 한국 경제를 위해 이 부회장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라며 "(이 부회장이) 최대한 빨리 경영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이 반도체산업을 키우겠다고 나서고 있어 한국이 언제 '반도체 강국' 자리를 뺏길지 모르는 게 현실"이라며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이 부회장이 하루빨리 경영을 진두지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례적으로 종교계도 이 부회장의 사면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한불교 조계종 교구본사 주지 협의회는 대통령, 국무총리, 법무부장관, 헌법재판소장 앞으로 "이재용 부회장에게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시길 부탁드린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주지협은 탄원서에서 "이 부회장은 참회를 위한 많은 노력을 했고 판결 선고가 있기 전,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며 "고속 성장의 과정에서 삼성이 법과 윤리를 지키지 못한 점, 그리고 변화된 사회의식과 소통하지 못한 것을 인정하고 반성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람은 누구나 허물 많은 중생이며, 이재용 부회장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며 "그가 과거의 잘못을 참회하고 자신의 맹세를 말이 아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게 도와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사진: 팍스경제tv DB]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2년 6개월의 징역형을 확정 선고받고 1년 3개월째 수감 생활 중이다. [사진: 팍스경제tv DB]

한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박사랑 권성수 부장판사)는 이날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과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의 첫 공판기일을 열었다.

공판은 애초 지난 달 25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이 부회장이 급성 충수염 수술을 받으면서 연기됐다. 이 부회장은 앞서 두 차례 열렸던 공판준비기일에는 출석 의무가 없어 불출석했지만, 이날은 정식 공판 기일이라 직접 모습을 드러냈다. 이 부회장이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 약 3개월 여 만이다. 

이날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변호인단과 검찰 측의 치열한 법리 싸움이 벌어졌다. 오전에는 검찰이 피고인들의 공소사실에 대한 프레젠테이션(PPT)을 진행했고, 오후에는 변호인 측의 변론이 이어졌다.

검찰은 지난 2015년 삼성그룹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서 미래전략실 주도로 제일모직 주가를 띄우고 삼성물산 주가를 낮추고자 거짓 정보를 유포하고, 허위 호재를 공표했다고 보고 있다.  이 부회장은 합병 후 지주사격인 통합 삼성물산 지분을 확보하면서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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