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지난 5월 한미 정상회담 때 등 올해 들어서만 벌써 세 번째 미국행입니다. 최 회장은 이번 출장길에 유럽도 들러 미국 및 유럽의 정·관계, 재계 인사들과 잇달아 회동하는 한편 SK 계열사 사업장을 직접 점검했습니다.
최 회장의 미국 방문이 잦아지면서 북미사업 총괄 조직 구성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SK가 미국 현지 사업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잦은 해외출장에 조직 구성 작업도 막바지에 접어든 것 아니냐는 시각이 나옵니다.
◆ 최 회장, 미국·유럽 잇달아 방문…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겸하고 있는 최태원 SK 회장이 미국과 유럽을 방문해 현지 정·재계 인사들과 연쇄 회동에 나섰습니다.
최 회장은 지난달 27일부터 1일까지(이하 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해 미치 매코널(켄터키 주, 7선)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 등 정·재계 인사들을 연이어 만났습니다. 최 회장은 이 자리에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SK의 전략과 미국 내 친환경 사업 비전 등을 소개하고 의견을 나눴습니다.
최 회장은 “2030년까지 미국에 투자할 520억 달러 중 절반가량을 전기차 배터리와 수소, 에너지 솔루션 등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미국 내 탄소 감축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 회장은 또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인 포드와 함께 배터리 합작공장이 들어서는 테네시주 지역구의 공화당 마샤 블랙번, 빌 해거티 상원의원과도 만났는데요. 최 회장은 배터리 공장 완공 시 총 1만1000여명에 달하는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며 미 의회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최 회장은 또 백악관, 국무부, 국방부 등 행정부 고위 인사들도 두루 만나 한·미 우호 증진과 바이오 등 미래사업 투자 활성화, 기후변화 대처, 지정학 현안 등 폭넓은 주제로 환담했습니다.
5박 6일간의 미국 일정을 마친 최 회장은 곧바로 1일 헝가리로 이동해 유럽을 국빈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 순방단과 합류했는데요. 최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자격으로 헝가리 상의회장 면담, 한국-비세그라드 그룹(헝가리·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 비즈니스 포럼 참석, 국빈만찬 참석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입니다.
SK그룹 관계자는 “최 회장이 미국 내 핵심 이해관계자들에게 SK 뿐 아니라 한국 재계 전반의 이익을 증진시킬 수 있는 ‘글로벌 스토리’를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며 “이는 ESG경영을 통해 글로벌 각지의 폭 넓은 지지를 확보하고자 하는 취지”라고 말했습니다.
◆ ‘북미사업 컨트롤타워 필요성’ 제기…담당 부회장 하마평도
최 회장의 연이은 미국 출장 행보에 재계에서는 북미사업 총괄 조직의 출범이 임박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고 있습니다. 현재까지는 “북미사업 총괄 조직 신설과 관련해 확정된 바 없다”는 게 SK 측 입장이지만, 올 연말 인사를 통해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게 될 것이란 게 재계 중론입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주요 사업 부분의 글로벌 영역 확대를 감안하면, 연말 인사를 통해 곧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앞서 중국 때처럼 원포인트 인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SK는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배터리 사업 등 핵심 사업을 확대 중입니다. 이러한 기조에 따라 컨트롤타워 역할을 전담할 조직 구성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실제 내부적으로도 업무 효율화를 위한 조직 일원화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홀딩스나 자회사나 미국 사업을 확대하고 있지만, 관련 조직이 너무 많아서 직원들도 혼란스러워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업무 효율화 측면에서도 전담 조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다”고 귀띔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인텔 낸드사업부 인수 작업을 올해 안에 끝마친 뒤, 미국 현지에서 독립법인으로 출범시킨다는 계획을 세웠습니다. 또 SK온은 미국 대형 자동차업체 포드와 테네시·켄터키주에 배터리 생산 공장 건립을 계획하고 있고, SK E&S도 미국 에너지솔루션 기업에 최대 4억달러(약 4726억원)를 투자하며 에너지솔루션 분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새로 선임될 부회장 자리에 누가 갈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는데요. 우선, SK E&S 유정준 부회장이 하마평에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1962년생인 유 부회장은 SK㈜ G&G추진단장(사장)과 수펙스추구협의회 글로벌성장위원장·에너지신산업추진단 초대 단장·에너지화학위원장 등을 역임하며 그룹의 미래 에너지 사업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조직 신설과 함께 북미법인 규모 확대도 점쳐지는데요. 현재 SK는 미국 뉴욕에 1988년 설립된 SK USA 법인을 두고 있는데, 이 회사는 경영자문 및 사업개발 등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바이오투자센터와 E&S에서 20명 정도 온다는 이야기가 들리고 있다”며 “(인력 규모 등) 구체적인 것은 12월 인사발표 후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SK그룹이 해외에 부회장이 총괄하는 조직을 두는 건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앞서 SK는 지난달 서진우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인재육성위원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면서 중국 담당 부회장으로 겸직 발령한 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