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유진로봇, 성장 한계 봉착?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 전망
[이슈] 유진로봇, 성장 한계 봉착? ...1년 만에 다시 ‘적자 전환’ 전망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4.0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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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흑자전환' 1년 만에 반납...23년 실적 '저조' 전망
연구개발비용 줄일 수도 없고...투자금으로 버티는 '유진'
국내시장 접은 '청소로봇'...프리미엄 청소로봇은 다를까

국내 1세대 로봇기업 유진로봇이 오는 3월 중순쯤 지난해 4분기 및 연간 연결 실적을 발표합니다. 전망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매출 496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기록하며 모처럼 큰 성장을 이뤘던 2022년 실적에 미치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우세합니다.

유진로봇 박성주 대표도 이미 이 같은 흐름을 털어놓은 바 있습니다. 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2023년 매출은 2022년 대비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수치가 발표되진 않았지만 지난해 실적이 전년도 실적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란 점을 사실상 공개적으로 인정한 겁니다. 2022년, 7년 만에 흑자를 기록했다가 1년 만에 다시 적자로 돌아선다면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법합니다.

따라서 유진로봇에 있어 올해는 매우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로봇시장은 삼성과 LG, 레인보우로보틱스, 두산로보틱스, 로보티즈, 뉴로메카 등 저마다 특장점을 지닌 경쟁 기업들이 즐비한 상황입니다. 국내 ‘1세대 로봇기업’ 타이틀을 갖고 있는 유진로봇이 올해 프리미엄 청소로봇, 스마트팩토리, 자율주행 기반 물류 자동화 등 사업 다각화로 다시 날아오르며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 22년 '흑자전환' 1년 만에 반납...23년 실적 '저조' 전망

팍스경제TV 취재를 종합하면, 유진로봇의 4분기 누계 실적은 2022년도 대비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유진로봇의 2023년 분기별 실적의 경우 3분기까지(1~9월) 누적 매출액 174억원, 영업적자 45억원으로 추산됩니다. 2022년 3분기까지의 매출은 313억원에 달했습니다. 3분기까지의 매출액이 전년 대비 139억원, 약 44%가 줄어든 겁니다.

4분기 깜짝 실적을 올렸다 해도 2022년 대비 추락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유진로봇 IR 관계자는 30일 4분기 실적이 나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연간 누적 영업적자를 돌리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고 전했습니다. 그는 "공시 사항으로 자세히 설명할 수 없다"면서도 "(4분기 매출이)직전 분기 매출액보다는 클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4분기 매출액이 3분기보다는 늘어나 60억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되나 누적 영업적자는 지속된다는 의미로 읽힙니다.

2022년 유진로봇의 실적은 여러모로 의미가 컸습니다. 2015년 매출 423억원, 영업이익 4억원을 기록한 이후 적자 전환됐다가 다시 흑자로 돌아서기까지 7년이란 세월이 흘렀습니다. 이 기간 매출액 817억원(2018년)까지 달성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2016년부터 2021년까지 적게는 4억원부터 많게는 156억원에 이르는 영업 손실을 기록했습니다. 그러다 2022년에 매출 496억원, 영업이익 36억원을 달성하며 7면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했던 겁니다.

◆ 연구개발비용 줄일 수도 없고...투자금으로 버티는 '유진'

2023년 1분기부터 3분기까지는 연속 적자 행진을 이어왔습니다. 로봇산업 활성화까지 시간이 걸리면서 성장이 한계에 봉착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하지만 이 같은 재무상 문제는 유진로봇만의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 유진로봇의 하소연입니다. 영업적자가 지속하는 배경으로는 산업 생존에 필수라고 할 수 있는 연구개발(R&D)과 이와 연계된 인건비 등이 큰 요인이라는 설명입니다. 연구개발 비용만 빼도 매년 흑자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유진로봇 직원 170명 중 80여 명은 로봇엔지니어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속 적자가 이뤄지고 있는 상황에서 임직원 인건비 조달은 어떻게 이뤄지는 것일까. 이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유보이익금보다는 외부 투자로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직 투자금이 약 200억원 정도는 남아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유진로봇은 2017년 독일 가전회사인 밀레의 지주회사 이만토(Immanto)의 합작법인인 시만(Shiman)에 520억원 규모의 제3자 유상증자를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이에 따른 재원은 자본잉여금에 기재돼 있는 상태입니다. 지난해 9월 30일 기준으로 208억 3798만원에 달합니다. 

[사진=유진로봇]

유진로봇은 올해를 성장의 기회로 보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유진로봇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여러 가지 과도기가 있었기 때문에 매출이 줄었지만 수주 상황 등을 고려할 때 2024년도 매출은 좋을 것"이라면서 "2022년도 매출을 뛰넘을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비핵심 분야 사업은 중단하고 앞으로 밀어붙일 사업에 힘을 주겠다는 구상입니다.

유진로봇 사옥 전경 [사진=유진로봇]

◆ 국내시장 접은 '청소로봇'...프리미엄 청소로봇은 다를까

유진로봇은 2005년 1월 출시했던 국내 시장 기반 로봇청소기 사업인 '아이클레보' 사업을 지난해 9월부로 전면 중단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회사는 사업 중단에 따른 일시적인 매출 감소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아이클레보는 국내 시장을 목표로 출시한 중저가 청소로봇 브랜드였다면, 앞으로는 해외 시장을 노리는 프리미엄 청소로봇에 더 주력한다는 방침입니다. 이 작업을 현재 독일 가전 업체 밀레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유진로봇의 기술력으로 프리미엄 청소로봇을 만들면, 마케팅 및 판매를 독일 가전 회사 밀레가 주도한다는 구상입니다. 약 200만원 가격대의 프리미엄 청소로봇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유진로봇은 주문자위탁생산(OEM)과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는 것입니다.

앞서 회사는 밀레 차기 청소로봇을 지난해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었지만 일정이 지연됨에 따라 올해 신규 청소로봇을 출시한다는 입장입니다. 가장 주력할 시장은 유럽 지역이며 미국 시장도 바라보고 있습니다. 국내 시장까지 밀레 프리미엄 청소로봇이 파고들 수 있을 지는 미지수입니다. 이외에도 유진로봇은 주력 제품 중 하나인 고카트 시리즈도 올해 선보인다는 계획입니다. 공개될 모델은 가반하중 1000~2000kg 모델로 파악됩니다.

스마트팩토리 사업 영역도 유진로봇이 매출 확대를 위해 기대하고 있는 부분 중 하나입니다. 회사 측은 "2023년에 스마트팩토리 사업은 창사 이 이래 최대 수주 성과를 거뒀고 해외 수주 규모도 크게 늘었다"면서 "자율주행 기반 물류 자동화 사업도 2022년 대비 수주 실적이 3배 가량 증가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두 사업부 모두 연말 기준 논의 중인 프로젝트 규모도 5-6배 이상 증가해 향후 성과는 더욱 늘어날 전망"이라고 전했습니다. 다만 이에 따른 매출 반영은 모든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인식될 예정이라 그 시기는 지켜봐야 합니다. 유진로봇은 2024년에는 매출로 잡힐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해외 수주 확대를 위해 현재 독일 뮌헨지사도 설립해 현지 네트워크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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