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따낸 크레인 입찰만 3개...인천·진해신항까지 싹쓸이하나
부산신항도 대부분 중국산...K-크레인 첫발은 'HD현대삼호'가
국내 신항만 구축이 활발해지면서 컨테이너 부두에 설치하는 컨테이너 크레인(안벽 크레인) 발주가 본격화할 전망입니다. 현재 컨테이너 크레인의 국내 시장 상황은 중국 기업들이 거의 100%에 가까울 정도로 완전 장악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근 새 컨테이너 크레인 공사 발주시 정부가 중국 기업의 입찰 참여를 배제하는 등 국내 기업을 물밑 지원하는 흐름이 일고 있어 국내 기업의 수주 가능성이 큰 클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컨테이너 크레인 업력이 오래되고 사업 실적이 검증된 'HD현대삼호'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 HD현대삼호 DTQC 크레인, 무인 자동화 항만 구축 필수장비
HD현대의 조선 계열사인 HD현대삼호는 조선부문(선박건조) 사업 외에 산업설비(안벽 크레인·벌크화물취급설비·해양플랜트 등) 사업 영역을 따로 두고 있습니다. 크레인 사업은 1975년부터 진행해 온 만큼 오랜 업력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매출 규모는 크지 않습니다. 작년 기준 회사 전체 매출(약 7조원)의 5% 채 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기대되는 건 수주 확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HD현대삼호는 작년 7월 부산항만공사로부터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West Container Terminal) 2-6 단계 컨테이너 크레인 제작·설치 계약'을 따냈습니다. 1796억원 규모로 매출액 대비 약 3% 수준. 계약기간은 2027년 7월까지입니다. HD현대삼호가 이곳에 납품하는 크레인은 DTQC(Double Trolley Quay Crane)입니다. '이중 트롤리 안벽 크레인'으로 불리는데, 기존 STQC(Single Trolley Quay Crane) 보다 컨테이너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작업할 수 있는 것이 특징입니다. 최근엔 무인 자동화 항만을 구축하는 데 필수 장비로 꼽히고 있습니다.
회사는 2020년 초 부산신항 7부두에서도 1700억원 규모 컨테이너 크레인을 수주해 2023년 9기의 컨테이너 크레인을 설치하며 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습니다. 올 초에는 여수광양항만공사로부터 2060억원 규모 '광양항 자동화부두 컨테이너크레인 8기 제작·설치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이 사업은 2029년 1월 20일까지 진행됩니다. 광양항 개항 시점도 2029년입니다. 광양항 입찰 당시엔 두산에너빌리티와 HJ중공업과 입찰 경쟁 끝에 최종 사인을 이끌어 냈습니다. 작년 11월에는 정부로부터 HD현대삼호의 골리앗 크레인과 컨테이너 크레인(DTQC)이 '세계 일류 상품'에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 최근 따낸 크레인 입찰만 3개...인천·진해신항까지 싹쓸이하나
HD현대삼호의 크레인 사업은 조선 건조 사업에 비해 매출액 규모가 현저히 작기는 하지만 향후 성장 가능성은 큰 편입니다. 이미 수주한 부산신항과 광양항 크레인 건 외에 대규모 크레인 설치 공사가 연이어 발주될 예정이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으로 '인천신항'과 '진해신항'이 꼽힙니다. 인천항만공사는 인천신항 1-2단계 부두를 '완전 자동화' 시스템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혀왔습니다. 해당 항구는 2027년 구축 마무리될 예정인데 총 8기의 컨테이너 크레인(DTQC) 입찰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2030년 완공될 진해신항의 크레인 수요도 주목됩니다. 해양수산부 등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진해신항에서 앞으로 진행될 컨테이너 크레인·야드크레인 등 발주 사업 규모만 약 2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삼호 측은 "입찰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전했습니다.
관건은 국내 기업이 중국 등 해외 기업과의 경쟁에서 가격과 기술력 면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느냐입니다. 인천신항의 경우 컨테이너 크레인 사업은 국제 입찰로 진행됩니다. 진해신항의 경우엔 아직 입찰 방식이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기존 광양항과 부산신항 서컨테이너터미널 두 건 계약의 경우 입찰 대상이 국내 기업만 참여할 수 있도록 제한해 일종의 울타리 역할을 해줬습니다. 이에 따라 진해신항의 입찰 방식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신항 7부두에만 국내 기업(HD현대삼호) 컨테이너 크레인이 설치된 상태다. [사진=부산항만공사]
◆ 부산신항도 대부분 중국산...K-크레인 첫발은 'HD현대삼호'가
컨테이너 크레인 설치는 항만 부두를 임대한 기업이 크레인 설치 기업을 결정하기 때문에 누가 부두를 임대 하느냐도 중요한 부분입니다. 상하이전화중공업(ZPMC), HHMC 같은 중국 항만 크레인 기업이 경쟁사가 될 수 있는 겁니다. 특히 ZPMC는 글로벌 항만 크레인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컨테이너 크레인 세계 1위 기업입니다. 팍스경제TV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신항 1~7부두 중 7부두를 제외한 모든 부두의 컨테이너 크레인은 중국 기업이 생산한 제품이 설치돼 운영 중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 수만 83기 정도로 대부분 STQC 제품입니다. 다른 지역 항만에 설치된 크레인까지 더하면 그 수는 훨씬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HD현대삼호가 남은 크레인 입찰 경쟁에서 우위를 보인다면 '국내 무인 자동화 항만 구축'은 K-크레인이 주도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부도 외국 업체의 입찰 참가 자격 제한, 혜택 확대 등 국내 기업을 물밑 지원하고 있어 기대치가 높습니다. 해양수산부 관계자는 "컨테이너 크레인 입찰 시 국내 기업으로 할 경우 임대료 감면과 이자 감면과 같은 혜택을 주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해양수산부는 올 초부터 항만 안벽크레인 등의 부품 국산화율을 높이기 위해 정부지원연구개발비도 지원하고 있습니다. 국산 부품 사용 확대는 HD현대삼호도 고민해 봐야 할 부분입니다. HD현대삼호의 컨테이너 크레인 부품도 외산이 50%를 넘는 것으로 해수부는 보고 있습니다.
한편 HD현대삼호는 지난해 7월 부산신항 컨테이너 수주 계약을 체결한 뒤 본격적으로 생산에 돌입했습니다. HD현대삼호는 같은해 10월부터 선박 블록 제조기업인 현대힘스 대불 4공장(약 2만평)을 임대해 사내 인력과 협력사를 동원해 기존에 수주한 크레인을 생산 중입니다. 이런 가운데 현재 공장을 임대해 주고 있는 현대힘스는 20일 전남 영암 현대힘스 대불 2공장에서 신사업 발표 기자간담회를 엽니다. 최지용 현대힘스 대표가 직접 현대힘스의 신사업으로 독립형탱크와 항만크레인 관련 비전을 밝힐 예정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