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기업 '공채→수시' 전환 비난에…재계 "4차 산업혁명 시대, 자연스러운 현상"
[비즈이슈] 기업 '공채→수시' 전환 비난에…재계 "4차 산업혁명 시대, 자연스러운 현상"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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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취업시장 '꽁꽁'…국내 기업 절반 이상 "신입사원 채용계획 無"
기업 "상시 채용 불가피한 선택"…IT기업들과 '이중 잣대' 지적도
[자료제공: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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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차 취업준비생 이유화 씨(여·26세)는 요즘 고민이 깊다. 지난해 코스모스 졸업과 동시에 취업전선에 뛰어들었지만 서류 전형에서 번번이 '광탈(빛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을 맛보고 있어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기업들은 속속 정기채용을 없애고, 상시채용 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추세다. 게다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채용을 미루거나 아예 중단하는 기업들도 생기고 있어 언제 다시 취업문이 활짝 열릴지 모르는 불투명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 씨의 부모님은 그에게 안정적인 국가 공무원시험을 적극 권유하고 있다. 

이 씨는 "취업시장에서는 갈수록 경력 선호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는데, 사회 경험을 쌓기 위해 취업전선에 뛰어든 나와 같은 진짜 신입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경력을 쌓으라는 건지 모르겠다"고 푸념했다. 그러면서 "공무원이 대기업 직원보다 연봉은 적지만 정년까지 안정적이어서 부모님도 공무원 시험준비를 권유하시는데, 진로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때인 것 같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초보' 취업시장 '꽁꽁'…국내 기업 절반 이상 "신입사원 채용계획 無"

[자료제공: 한국경제인엽합회]
[자료제공: 한국경제인엽합회]

삼성·SK 등 주요 그룹을 시작으로 하반기 공채시장이 막이 오른 가운데, 취업준비생들의 시름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현대차·LG 등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일찌감치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 제도를 적극 도입하면서 가뜩이나 좁은 사회초년생의 취업문은 그야말로 '바늘구멍'이 돼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그룹은 이미 지난해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하고 상시 채용 체제로 전환해 계열사별, 부서별로 필요에 따라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LG그룹과 KT그룹도 올해부터 정기 공채를 폐지했으며, SK그룹도 순차적으로 수시 채용 비중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이러한 채용계획도 장담할 수 없다는 점이다. 코로나19발 경제위기가 확산하면서 기업들이 저마다 채용 일정을 연기하거나 취소하고 있어서다. 8일 한국경제연구원이 국내 매출액 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2020년 하반기 신규 채용 계획'을 조사한 결과, 74.2%는 신규 채용 계획을 아직 세우지 못했거나 한 명도 뽑지 않기로 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상시 채용 불가피한 선택"…IT기업들과 '이중 잣대' 지적도

[자료제공: 픽사베이]
[자료제공: 픽사베이]

구직 활동을 하는 취준생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1년째 졸업 유예 중인 취준생 김 모씨(남·26세)는 "당장 하반기 채용 시즌이 돌아왔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채용공고도 올라오지 않으면서 한 숨만 나온다"면서 "모두가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기업들도 무조건 경력자만 선호할 것이 아니라, 역량을 갖춘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과 나아가 국가 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는 길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꼬집었다. 

하지만 기업들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거듭 강조하면서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영업환경에 대한 리스크가 커지고 있는 것은 맞지만, 오롯이 이 문제가 기업들의 공채→수시 채용방식 전환의 촉매제가 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수많은 지원자 중 일부를 골라 각 부서에 배치하는 공채는 직무 중심으로 변화하는 시대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아 이를 고려한 선제적 대응 차원의 움직임일 뿐이라는 게 기업들의 대체적인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A그룹 관계자는 "대기업들이 공채→수시 채용으로 전환하는 것을 무조건 '경영악화' 때문으로 보긴 어렵다”며 "변화하는 경영 패러다임 속 선제적 대응에 나서지 못한다면, 기업 입장에선 미래 생존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에 이에 맞춰 인사 채용 제도에 조금씩 변화가 생기는 것이고 이는 당연한 현상일 뿐"이라고 말했다. 

B그룹 관계자는 "공채라는 인식 자체가 '공정하게 채용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을 하는데, 공채를 유지하는 기업에서는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또 의미 있게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예전처럼 천편일률적으로 상·하반기 기간을 정해 채용을 진행하는 것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는 기업들이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무엇보다 글로벌 기업의 경우도 이미 대규모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으로 전환했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일각에서는 기업들에게 '이중 잣대'를 들이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그도 그럴 것이 네이버·카카오 등 정보기술(IT) 기업들은 사업적 특성 탓에 애초 대규모 정기 공채를 진행하지 않고 있고, 일부 기업들도 전문지식을 요구하는 분야에는 수시채용을 통해 인력을 충원하고 있는 상황이다. 

C그룹 관계자는 "IT기업들이 대규모 공채 개념이 없는데, 과연 이 부분이 비난 받아야 할 것이냐를 생각해봤을 때 그건 아니지 않나"라고 반문하며 "각 기업들은 회사별 특성에 맞게 인재채용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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