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3배‘ 징벌적 손해배상…유통 갑질 사라질까
공정위, '3배‘ 징벌적 손해배상…유통 갑질 사라질까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0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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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앵커) 지난 13일 공정거래위원회가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같은 유통업체와 중소 납품업체 간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대책을 내놨습니다. 일명 ‘유통 갑질 근절 대책’인데요. 

특히 기존 징벌적 손배제가 '3배 이내' 규정으로 인해 실질적인 법 억제력 효과가 적었던 점을 감안해, 고의적이고 악의적인 불공정행위에 대해서는 판사의 재량 없이 자동으로 손해액의 3배를 부과하는 방안도 추진합니다. 이와 관련해 법무법인 신원의 김평중 변호사 모시고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앵커) 과연 이번 대책으로 만연한 갑질이 사라질 수 있을까요.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이 “징벌적 손해배상의 배수를 올리거나 3배를 못 박는 방식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밝혔는데요. 징벌적 손해배상제란 무엇인가요?

김평중)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영국에서 판례를 통해 발전된 제도로, 가해자의 행위가 악의적이고 반사회적인 경우, 피해자가 받은 실제 손해보다 더 많은 손해배상을 하게하는 제도입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목적은 가해자를 처벌하고, 가해자나 다른 사람이 유사한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억제하기 위한 것으로,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 보다는 가해자에 대한 처벌이나 제재를 주목적으로 하는 형벌적 성질을 가진 제도입니다.
이러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기업의 불법행위를 방지하여 소비자와 중소기업을 보호하는데 도움이 되는 반면, 과도한 손해배상액으로 인한 기업의 파산 등으로 인해 국가경제가 위축될 수도 있습니다.

 

앵커) 말 그대로 ‘가해자에게 벌을 주기 위한 법’이군요. 이번에 공정위가 대규모유통업법 관련,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적용하겠다는 내용은 어떤 거죠?

김평중) 공정위는 대형유통업체의 갑질을 막기 위해 대형 유통업체가 행하고 있는 상품대금의 부당 감액이나, 부당 반품, 납품업체 종업원의 부당 사용, 보복행위와 같은 행위를 반사회적 불공정 행위로 규정하고, 이러한 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하였습니다.

지금까지는 최대 3배, 즉 3배 이내에서 배상하도록 되어 있었는데요. 이번에는 3배로 못을 박아 버린 것입니다.


앵커) 그간 ‘징벌적 배상제’가 도입된 사례가 있나요? 

김평중) 네, 사실 이미 국내에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도입되어 시행되고 있습니다. 2011년 하도급법을 시작으로, 개인정보법, 제조물책임법, 가맹사업법 등 현재 총 9개 법률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제도화되어 있습니다.

앵커) 그동안 제대로 시행이 되고 있었나요?

김평중) 네, 국내에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된 지 벌써 5년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그 동안 징벌적 손해배상이 실제로 적용된 사례는 단 2건에 불과했습니다.

2015년 수급사업자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부당한 위탁 취소와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것과 파견근로자 8인이 반도체 장비업체를 상대로 정규직과의 상여금 차별문제를 제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그 마저도 수급사업자가 CJ대한통운을 상대로 부당한 위탁 취소와 관련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한 건은 수급사업자가 1심에서 패소하기도 하였습니다. 이에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과연 현재 시행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실효성이 있는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여 왔습니다. 

앵커) 도입 5년이 지났지만 제대로 법이 적용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3배 징벌적 배상제 도입이 실효성이 있는지 의문도 나오고 있죠?

김평중) 네, 맞습니다. 국내에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그 손해배상액의 한도를 최대 3배로 규정하고 있는데요. 시민단체와 학계에서는 배상한도를 3배로 정한 근거가 명확하지 않을 뿐더러, 배상금액 자체가 낮다 보니 피해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을 적극적으로 이용케 하는 유인책이 되지 못하여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해왔습니다.

통상 납품업자나 수급사업자가 대형유통업체나 원사업자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려면, 계약의 취소 내지는 향후 계약의 단절을 각오하고 싸워야 합니다. 즉 납품업자나 수급사업자는 자신들의 밥줄을 포기하면서 대형유통업체나 원사업자를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하여야 하는 것이죠.

최근 공정위에서 대규모 유통업법에 도입하겠다고 한 반사회적 불공정 행위로 인해 입은 손해의 3배를 배상하도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는 기존의 도입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보다 규제가 강화된 제도이지만 이 역시 손해의 3배만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에 납품업체나 수급사업자가 자신들의 밥줄을 포기하면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앵커) 공정위가 도입하고자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위헌성 논란도 예상되는데요.

김평중) 징벌적 손해배상은 국가가 엄격한 형사소송 절차를 통해 해야 할 징벌을 사법상의 민사소송 절차를 통해 우회적으로 하는 것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국내에 도입될 당시부터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위헌 논쟁이 있었고, 지금도 징벌적 손해배상에 대한 위헌 논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향후 공정위가 입안한 대규모 유통업법의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봐야겠지만, 반사회적 불공정 행위의 경위, 태양 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공정위가 규정한 반사회적 불공정행위에 해당하기만 하면 예외 없이 손해의 3배를 배상하게 하는 경우, 헌법상 과잉금지원칙 위배 등의 위헌 노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됩니다.


앵커) 네, 또 한편에서는 정부가 과도한 규제를 할 경우 기업은 상품의 가격이나 생산원가를 인상하는 방식으로 거래비용을 충당할 수 밖에 없어서, 결국 추가비용을 소비자가 감당하게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사실, 법 개정은 공정위에서 하는 게 아니고 국회에서 하는 거죠. 그 절차가 어떻게 진행될까요?

김평중) 공정위에서 대규모유통법의 개정을 추진하는 경우 정부입법 절차에 따라 개정절차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먼저 공정위는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을 입안하고, 개정(안)에 대한 관계 기관과의 협의절차, 개정(안)을 국민에게 미리 예고하는 입법예고절차, 규제개혁위원회에 규제심사절차를 거친 후 법제처에 개정(안)의 심사를 의뢰할 것입니다.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은 법제처의 심사가 끝나면 차관 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후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될 것입니다.

제출된 대규모 유통업법 개정(안)은 국회 본회의 보고 후 상임위원회에 회부될 것이고, 상임위 전체회의에서 검토 및 의결을 거친 후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될 것입니다. 법사위의 회부된 개정안은 법사위의 심사 및 의결을 거쳐 본회의에 상정될 것이고, 본회의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공포가 될 것입니다.

대규모 유통업법의 개정은 앞서 말씀 드린 것과 같은 많은 절차를 거쳐야 하므로, 공정위가 도입하고자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내용이 그대로 법안에 담겨 개정될 수 있을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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