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IV Pharma' 인증 받은 대한·아시아나항공, 백신 수송 준비
LCC, 소형기 운용·노하우 부족…백신 수송 특수 수혜 제한적
화이자와 모더나 등 글로벌 제약사들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상용화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국내 항공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상용화가 이뤄지면 백신 수송 물량 확대에 따른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대형항공사(FSC)와 저비용항공사(LCC) 간 온도차가 뚜렷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객 사업 손실을 화물운송 사업으로 상쇄하고 있는 FSC들은 백신 수송 효과로 어느 정도 특수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화물운송 사업에 막 걸음마를 뗀 LCC들은 특수에 따른 수혜가 극히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화이자 등 백신 상용화 기대감 UP…항공 화물 수요 증가 전망
다국적 제약사 화이자는 최근 3상 임상시험 결과 자사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0% 이상 효과를 발휘했다고 발표했다. 화이자는 백신 안전에 관한 데이터를 점검한 뒤 이달 중순에 미 식품의약국(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방침이다. 회사는 백신의 FDA 긴급사용승인 절차가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연말까지 백신 5000만회 접종 분을 생산한다는 계획이다.
미국 제약회사 모더나 역시 자사가 개발 중인 백신이 코로나19 예방에 94.5% 효과를 가졌다고 최근 밝혔다. 모더나는 나머지 실험을 거친 뒤 몇 주 내로 FDA에 긴급사용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다. 회사는 승인철차가 별 탈 없이 진행되면, 연말까지 2000만회 접종이 가능한 백신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생산된 백신을 컨테이너와 트럭, 항공기 등을 골고루 이용해 저온 상태를 유지하며 운송한다는 방침이다. 무엇보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있다는 점, 짧은 기간 수많은 사람에게 백신을 보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항공 화물 수송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항공업계에선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생산과 보급이 본격화되면 국제 항공 운송에 대한 수요도 폭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보잉777F 기종 한대가 수송할 수 있는 백신의 양은 약 100만도즈로 추정되는데, 화이자 백신을 수송하게 된다면, 올해 50대, 내년에는 1300대 정도의 화물기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여기에 모더나 등 다른 제약업체가 개발 중인 백신의 상용화까지 고려한다면, 내년까지 화물시장에는 약 8000여대의 화물기가 필요할 것으로 관측된다.
국제 항공 운송 수요 증가는 국내 항공사들에게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국적사들은 여객 사업 손실을 화물 운송 사업으로 상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항공사 한 관계자는 "백신이 아직 상용화된 것은 아니지만, 이미 백신 수송을 위한 준비 작업에 돌입한 상태"라며 "항공화물 시황도 올해 2분기까지는 아니더라도 호조세를 이어가고 있는 만큼 실적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바쁘다 바빠"…백신 수송 준비 '돌입'
백신은 2℃에서 8℃ 사이의 온도에서 운송 및 보관돼야 한다. 종류에 따라서 -70℃ 이하의 온도 유지가 필요한 백신도 있다. 이에 백신 운송은 항공사의 전문성과 노하우가 필수적이다. 때문에 국제항공운송협회(IATA)는 의약품 운송절차와 보관시설, 장비 규정 등 280개 항목을 평가해 'CEIV Pharma' 인증서를 발급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두 항공사가 인증을 받았다.
이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일찌감치 백신 수송 준비작업에 돌입했다. 대한항공은 지난 9월부터 화물사업본부 내에 백신 수송 업무 전반에 걸쳐 필요한 사항들을 준비하는 전담 태스크포스(TF) 팀을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화물영업 및 특수화물 운송 전문가로 이뤄진 태스크포스는 백신의 보관장비 및 시설부터 비정상 상황에 대비한 보안 절차 재정비 및 모니터링, 그리고 직원교육까지 백신 수송 전반에 걸친 점검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에는 백신 수송을 위한 ‘온도조절’ 컨테이너 업체 5곳과 계약을 체결했다. 화주가 컨테이너 업체와 계약을 체결한 뒤 항공사에 운송을 의뢰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대한항공은 컨테이너업체와의 직계약 체결로 온도조절 컨테이너 물량을 확보했다. 또 대한항공은 백신의 원활한 수송을 위해 내년 중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1872㎡ 규모의 신선화물 보관시설(Cool Cargo Center)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19 백신 운송을 준비하는 TF를 구성해 일찌감치 수송 준비에 나섰다. 현재 인천공항에 온도 조절이 가능한 850㎡ 규모의 냉동 창고를 보유하고 있는 아시아나항공은 인천화물서비스터미널에 특수컨테이너 충전 시설 등을 확충한 데 이어 백신 운송 표준 절차도 마련했다.
◆LCC, 화물운송 사업 걸음마 수준…백신 수송 노하우도 부족
LCC들의 상황은 FSC와는 대조적이다. 전체 매출에서 항공화물 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10~20% 정도로 미미하기 때문이다. LCC들은 여전히 매출의 상당수를 여객 사업에 의존하고 있다.
또 LCC들이 화물운송을 확대한다고 하더라도, 대규모의 물량 수송은 불가능한 실정이다. 진에어를 제외한 대부분의 LCC들이 주로 소형기인 B737 기종을 운용하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화물운송 경험이 적은 탓에 단기간에 주문량을 늘리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 백신 수송물량은 전체 항공화물 수요의 3~6% 비중으로, 2021년 연중 화물호조를 충분히 견인할 수 있는 규모"라며 "백신 수송이 개시되면 대한항공과 같이 IATA의 'CEIV Pharma' 인증을 받아 백신을 수송할 수 있는 극소수의 항공사에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준영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주항공은 항공화물 사업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코로나19 상황에서는 영업이익이 정상화될 뾰족한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효과가 뛰어난 코로나19 백신이 조기에 보급된다면 항공여객 수요 회복의 변곡점이 될 순 있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