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이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가시화…넘어야 할 산 '첩첩'
[비즈이슈]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통합 가시화…넘어야 할 산 '첩첩'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0.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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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정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공식화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 효과…국내 항공산업 경쟁력↑
KCGI 3자연합 반대, 시장 독과점 및 노조 반발 문제 등 우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사실상 공식화하면서 세계 10위권의 '초대형 항공사' 탄생이 임박했다. 그간 수많은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진입에 따른 출혈경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던 국내 항공산업은 양사의 합병을 계기로 장기적인 경쟁력 제고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경영권 분쟁 중인 KCGI 3자연합(KCGI·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의 반대, 양사의 합병 후 제기될 수 있는 '시장 독과점' 및 '노조 반발' 문제 등은 통합 과정에 커다란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 정부,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 공식화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제공: 각 사]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여객기.[자료제공: 각 사]

정부는 16일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이하 산경장) 회의를 열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공식화하고 구체적인 인수 방식을 확정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주채권단인 산업은행이 한진칼에 8000억원을 투입하고, 이 자금으로 한진칼의 자회사인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방식이다. 

산은은 대한항공 모회사인 한진칼에 제3자 유상증자로 5000억원, 전환사채(CB)로 3000억원 등 총 80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을 2조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확보하게 된다. 이중 8000억원은 한진칼에 투입된 산업은행 자금이 쓰이고, 나머지는 일반 공모를 통해 확보할 예정이다.

정부와 한진그룹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통합으로 두 항공사의 시너지 창출이 극대화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는 "항공업 영업 환경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양 FSC(Full Service Carrier·대형 항공사)의 M&A는 우리나라 항공업이 동반 부실화되지 않도록 하는 측면에서 불가피하다"면서 "직접 주주로 통합 작업에 참여하는 산업은행이 오너 및 경영진의 책임 경영 의지를 이끌어 내고, 건전하게 경영하도록 감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한진그룹도 "코로나19로 고사 직전에 있는 국내 항공산업의 조속한 안정을 위해 이번 인수를 추진하게 됐다"며 "아시아나항공 뿐만 아니라 대한항공도 코로나19 위기 지속 시 위험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항공산업의 구조 개편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확보함으로써 추가 공적자금 투입을 최소화해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는 판단이 이번 거래를 성사시키게 됐다"고 전했다.
 

◆ 국내 1·2위 항공사간 '빅딜'…산업 경쟁력 제고 기대

[자료제공: 픽사베이]
[자료제공: 픽사베이]

양사의 합병 작업이 본 궤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산은과 한진그룹 간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기 때문이다. 우선 이동걸 산은 회장은 최근 연임을 확정한 후 아시아나항공 정상화를 임기 내 최우선 과제로 꼽아왔다. 이 때문에 이 회장은 항공업에 정통한 한진그룹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수 있는 적임자로 판단했을 가능성이 높다. 

KCGI 주주연합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회장 입장에서도 산은의 지원을 받아 아시아나를 인수하게 될 경우 산은을 우군으로 확보,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게 될 것이란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앞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 매각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었을 때에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얘기가 흘러나왔다"면서 "아시아나항공의 국유화만은 피하고 싶었던 이동걸 회장 입장에서도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만한 적임자로) 대한항공 만한 기업을 찾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1·2위 항공사의 인수 합병이 최종 성사될 경우, 우리나라는 세계 10위권의 글로벌 네트워크 항공사를 보유하게 될 전망이다. 인구 1억명 이하 국가는 대부분 1개의 네트워크 항공사만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간 우리나라는 복수 체제가 지속돼 독일·프랑스·홍콩·싱가포르 등 주요 선진 국가 항공사들과의 경쟁에서 상대적인 열위에 있었다. 

무엇보다 양사의 합병으로 노선 운영 합리화, 원가 절감 등의 효과가 극대화되면서 국내 항공산업의 재편 및 장기적인 경쟁력 강화가 기대된다.  

사실 국내 항공산업은 LCC들의 난립으로 인한 출혈경쟁, 그리고 지난해부터 잇따라 발발한 일본 불매운동, 코로나19 사태로 공멸 위기에 놓인 상태였다. 올 3분기만 보더라도 화물사업 덕을 본 업계 1위 대한항공을 제외한 전 항공사가 마이너스 성적표를 받았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아시아나항공 역시 적자를 기록했을 것이란 게 업계 대체적인 관측이다. 

소비자 편익 증대도 기대된다. 소비자의 경우 양사의 통합으로 노선과 스케줄의 선택 폭이 넓어지면서 연결편 개선, 마일리지통합 사용 등으로 편익이 향상될 수 있다. 또한 이는 항공업 전반의 안전 역량 제고로 이어져 더욱 안전한 항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합병 '산 넘어 산'…KCGI‧노조 반발 등 걸림돌 '수면 위로'

KCGI 로고.[자료제공: KCGI]
KCGI 로고.[자료제공: KCGI]

다만 세기의 '빅딜'이 성사되기까지는 상당한 파열음이 일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한진칼 지분 약 46%를 보유한 대주주인 3자연합의 반대가 예상된다. 3자연합은 산은의 한진칼에 대한 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을 반대하고 있다. 산은이 한진칼의 주요 대주주가 될 경우 경영권 분쟁 시 한진그룹 조 회장의 우군 역할을 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에 KCGI는 지난 15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진칼이 유상증자를 강행하면 자신들이 우선해 증자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상태다. 

시장 독과점 문제도 변수다. 두 회사의 국제선·국내선 여객점유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72.0%, 66.4%에 달한다. 두 회사의 합병은 공정거래법상 기업결합 승인 대상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두 회사 합병이 정부 주도로 이뤄지고 있어 공정위 결합심사가 불발될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대체적인 관측이다. 하지만 공정위의 심사를 통과하더라도 해외 경쟁당국에서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지적이다. 

노조 반발도 우려되는 부분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통합될 경우, 노선 조정과 기재 축소 등 사업 측면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동일 업무 종사자들의 인력 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노동조합은 이날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추진이 공식 발표된 직후 입장문을 통해 "양사 노동자들의 의견이 배제된 일방적인 인수합병을 반대한다"고 밝히며 노사 간 충돌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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