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불 붙은 성과급 논란…기업별 양극화도 '심화'
[비즈 이슈] 불 붙은 성과급 논란…기업별 양극화도 '심화'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2.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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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서 제기된 성과급 논란…삼성·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
항공·정유·철강업계 등 성과급 '싹뚝'…기업별 양극화 '심화'

SK하이닉스에서 제기된 성과급 논란이 재계 전체로 확산되면서 기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성과급 논란은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호실적을 기록했던 주요 상위 대기업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모양새다. 반면, 코로나19 사태로 직격탄을 맞은 항공·정유·철강업계는 성과급이란 단어가 낯선 단어나 마찬가지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가 단기간 해소되기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한 가운데, 성과급 양극화 현상은 갈수록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 SK하이닉스서 제기된 성과급 논란…삼성·LG 등 재계 전반으로 확산

최근 SK하이닉스에서는 성과급을 둘러싸고 직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지난해에 전년 대비 최대 실적을 올렸는데도, 성과급이 낮게 선정된 데다, 성과급 산정방식이 투명하지 않다는 게 그 이유였다.

이에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연봉 반납을 선언하고,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역시 소통 부재를 사과하는 이메일을 발송하며 논란 잠재우기에 나섰다. 하지만, 논란을 수그러들지 않았고, 결국 논란이 됐던 'PS(초과이익분배금, 성과급) 제도'를 대폭 개편하고, 이와 별개로 구성원들에게 자사주와 사내 복지포인트 등을 지급하기로 결정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된 분위기다. 

그러나 논란의 불똥은 그룹 내 또다른 계열사인 SK텔레콤으로까지 튀었다. SK텔레콤은 성과급을 주식으로 받을 수 있지만, 예상보다 적은 액수를 받게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노조가 사측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SK텔레콤은 9일 노사 합의를 통해 이달 15일부터 성과급 제도 개선을 위한 노사 합동 TF를 운영하기로 했다. 성과급 기준 지표를 현재 EVA(Economic Value Added·경제적 부가가치)에서 영업이익 등 대체 지표로 변경하는 것이 골자다. 

특히 구성원 대다수가 평균 금액을 받지 못하는 것과 관련, 기준 금액 이상을 지급하는 구성원의 비율도 확대하기로 했다. 세부 지표와 지급 방식에 대한 합의안은 상반기 내 도출해 내년에 지급하는 성과급부터 적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LG 등 다른 기업들도 '성과급 이슈'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삼성의 경우 사업부문별로 초과실적성과급(OPI)을 차등 지급한다. 그런데 지난해 전사 실적을 견인한 반도체(DS) 부문의 성과급이 연봉의 47%로, 스마트폰(IM) 부문이나 영상디스플레이(VD) 부문의 50% 보다 적어 차별 논란이 일었다. 

이에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8개 기업의 한국노총 산하 노조들은 지난 8일 사측에 '성과급 산정 방식 개선'을 요구하며, 공동 교섭을 촉구하며 나섰다. 이들 노조는 공동 요구안에서 삼성그룹의 '초과이익성과급'(OPI) 등 성과급 제도에 대해 "기준과 지급 방식이 불투명하고 모호하며 OPI는 노동자에게 불리한 방식으로 적용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말 성과급 지급을 앞둔 LG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야말로 폭풍전야 상태다. 우선, 최근 LG화학에서 분사한 LG에너지솔루션 직원들을 중심으로 성과급과 관련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LG화학이 기본급의 300%~400%대 수준의 성과급 잠정안이 마련된 반면, LG에너지솔루션은 그보다 낮은 200%대로 책정되면서 불만을 공식 제기한 것이다. LG전자의 경우도 이달 말 성과급 지급을 앞둔 가운데, 성과급 축소를 걱정하는 내부 직원들의 동요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항공·정유·철강업계 등 성과급 '싹뚝'…기업별 양극화 '심화'

·[사진: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제공]

이러한 성과급 논란을 바라보는 타업계의 시각은 곱지 않다. 항공·정유·철강 등 업계가 대표적이다. 특히 항공업계는 1년간 이어진 코로나19 사태로 경영상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성과급은 커녕 생존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에 놓였다.

지난해 유일하게 흑자를 달성한 대한항공도 전 임원들이 임금을 반납하는 한편, 순차적으로 전 직원들이 무급휴직에 들어가면서 일제히 비용절감으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그동안 회사는 영업이익에서 이자 비용을 제외한 자금으로 월급의 최대 100%까지 성과급을 지급해왔다.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더 안좋다. 오랜기간 지속된 경영 악화로 2011년 3월 이후 10년간 성과급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내부적으로 직원들 모두 내년에 상황이 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갖고 일하고 있지만, 회사의 존폐를 걱정해야하는게 현실"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성과급 논란을 바라보자니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커진다"고 토로했다.

정유·철강업계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역대 최악의 실적을 내고 있어 성과급을 기대하긴 힘든 처지다. 대부분 성과급이 삭감되거나 전무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최근의 성과급 논란이 일부 대기업에 국환돼 확산되고 있는 만큼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긴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 일각에서 나온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경영환경 악화가 단기간에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국내 직원들 사이에서 성과급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요즘 젊은 직원들 대부분은 사측에게 강요되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런 상황이나, 알 수 없거나 이해할 수 있는 기준에 대해 명확한 이해를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방향이 맞다면 임원들이나 CEO 입장에서도 무조건 무시할 게 아니라, 함께 고민하고 맞춰나가야하는게 맞다고 본다. 이번 성과급 논란도 이것과 같은 맥락"이라며 "최근의 기업들 모두 경영 상황이 극도로 악화되고 있어 연말 보너스나 성과급을 두고 소위 잘 나가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 간 온도는 더 커질 것 같다"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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