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이슈] "코로나19 위기, 뭉쳐야 산다"…재계, 합종연횡 '활발'
[비즈 이슈] "코로나19 위기, 뭉쳐야 산다"…재계, 합종연횡 '활발'
  • 이형선 기자
  • 승인 2021.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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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SK, 전기차·배터리 협력…21일 '국내 최대' 전기차 충전소 개소 
재계 빅2 현대차·삼성 '배터리', 현대차·롯데 '자동차 신소재' 분야 협력
기업들, 경영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경쟁 보다는 상생" 공감대 형성

국내 주요 기업들 간 '합종연횡'이 활발하다. 특히 '제2의 반도체'이자 확실한 미래 먹거리로 떠오른 전기차 배터리 관련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협력이 잇따르고 있다. '위드 코로나(WC: With Corona)' 시대를 맞아 새로운 성장 동력 확보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경쟁' 보다는 '상생'을 위한 협력과 교류를 강화해야 한다는 데에 기업 간 공감대가 형성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 현대차·SK, 전기차·배터리 협력…21일 '국내 최대' 전기차 충전소 개소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서울 강동구 길동에 구축하고 2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사진: 현대자동차 제공]

현대자동차는 국내 최대 규모의 초고속 전기차 충전소인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을 서울 강동구 길동에 구축하고 21일부터 본격 운영에 들어갔다. 현대 EV 스테이션 강동은 2017년 SK네트웍스와 체결한 업무 협약을 바탕으로 조성됐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내연기관 차량의 대표적 상징물인 '주유소'를 전기차 충전소로 바꿔 '클린 모빌리티(Clean Mobility)'로의 전환을 더욱 가속화하기 위해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그간 현대차와 SK는 전기차·배터리 사업 분야에서 긴밀히 협력해 왔다. 실제 지난해 7월 당시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생산 공장에서 회동을 갖고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두 총수는 SK이노베이션 등이 개발에 집중하고 있는 △고에너지밀도, 급속충전, 리튬-메탈 배터리 등 차세대 배터리 기술과 △전력반도체와 경량 신소재, 배터리 대여·교환 등 서비스 플랫폼 등 미래 신기술 개발 방향성을 공유하고, 협력 방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와 함께 SK주유소와 충전소 공간을 활용해 전기·수소차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 재계 빅2 현대차·삼성 '배터리', 현대차·롯데 '자동차 신소재' 분야 협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사진: 각 사 제공]

재계 '빅2'인 삼성과 현대차도 일찌감치 전략적 파트너십을 확대해왔다.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개발 분야에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 부회장 등 두 그룹 총수는 지난해 5월과 7월 연이어 회동을 가졌다. 이들은 이 자리에서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를 포함해 미래차 부문 협력 가능성에 대해 심도 깊은 대화를 나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전고체 전지 혁신 기술을 보유한 삼성SDI 기술을 사용하고, 삼성SDI는 현대차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동맹이 이뤄낼 시너지 효과에 집중했다. 하지만, 최근 이재용 부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양사의 협업에 일정 부분 부정적인 영향이 불가피하게 됐다. 

또한 현대차는 롯데와의 협력 강화도 모색했다. 지난해 10월 수석부회장에서 회장자리에 오른 정 신임 회장은 취임 직후인 11월 신동빈 회장과 회동해 재계에서는 양측의 미래차 협력 관계가 구축될 가능성에 주목했다. 

실제 두 총수의 만남이 이뤄진 장소는 경기 의왕에 있는 롯데케미칼 사업장으로, 자동차에 쓰이는 고부가합성수지(ABS) 등 고기능 합성수지 소재와 건축·인테리어·자재 분야를 연구하는 연구개발(R&D) 센터 등이 위치해 있다. 이에 전기차 등의 신소재 개발 분야의 협업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 기업들, 경영환경 불확실성 확대로 "경쟁 보다는 상생" 공감대 형성

[사진: 각 사 제공]
[사진: 각 사 제공]

이 같은 기업들 간 합종연횡은 코로나19 시대를 맞이하게 된데 따른 생존 방식의 일환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경기의 동반 부진과 미중 무역갈등, 그리고 코로나19라는 악재 등으로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짙어진 가운데, 급격한 시장 변화에 바로 대응하고, 생존하기 위해 전략적 협력 등 합종연횡을 통해 생존 경쟁에 뒤쳐지지 않겠다는 전략적 판단이 작용한 셈이다. 

사실 현대차와 삼성만 보더라도 양사는 오랜 기간 경쟁 관계를 지속해왔다. 삼성이 1993년 6월 신경영 선언 때 상용차 사업 진출을 공식 선언한 뒤 형성된 양사의 경쟁 구도는 2014년 강남구 삼성동 한전부지를 둘러싼 입찰 경쟁 사건까지 이어졌다. 결국 한전부지는 정몽구 명예회장의 숙원에 따라 현대차 품에 안기게 됐지만, 이후에도 삼성이 자동차 전장 사업의 사업성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려고 하면서 암묵적 경쟁자 관계는 유지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새 주요 그룹 내 세대교체가 이뤄지면서 분위기는 반전됐다. 재계 '맏형'으로 통하는 최태원 회장을 주축으로 이재용, 정의선, 구광모 회장 등 총수들이 공개적 회동을 이어오면서다. 무엇보다 창업주 세대와는 달리, 젊은 총수들 간 개인적인 친분도 투터운 까닭에 이들의 회동은 단순한 모임에서 그치지 않고, 사업적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소통의 장이 되고 있다. 실제 4대그룹 총수들은 이같은 회동을 계기로 전기차-배터리 사업 분야를 넘어 다양한 분야에서 협력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코로나19 위기 속 급격한 산업환경 변화 속에선 경쟁 관계도 언제든 협력 관계로 바뀔 수 있다"며 "경쟁을 자제하고 상호 보완 및 협력하는 관계를 형성해 질적 성장과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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