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또 한 차례 기준금리를 대폭 올리면서, 2012년 10월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 3% 시대'로 재진입했습니다. 물가와 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는 게 한은 측의 설명이지만, 많은 빚을 떠안은 서민들의 고통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 석 달 만에 또 빅스텝..."환율·물가 잡아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12일 서울 중구 본관에서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를 3.0%로 인상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기준금리를 0.50%포인트 인상하는 '빅 스텝'을 석 달 만에 다시 밟은 것입니다.

앞서 금통위는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금융위기 우려로 연 0.50%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이어 올해 1월과 4월, 5월, 7월, 8월까지 총 일곱 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한 바 있습니다.

이날 빅 스텝 단행으로 금통위는 사상 첫 다섯 차례 연속 4·5·7·8·10월 기준금리 인상이란 기록도 남겼습니다. 빅 스텝 단행은 치솟는 물가와 환율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금통위는 통화정책방향 회의 의결문에서 "높은 물가 오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상승으로 물가 추가 상승 압력과 외환 부문 리스크가 증대되는 만큼 통화정책 대응의 강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 가계 이자 33조원 ↑..."다중 채무자들 어쩌나"

기준금리가 이대로 연말까지 0.25∼0.50%포인트 더 오르면 취약계층과 최근 2년 사이 레버리지(차입투자)를 활용해 자산을 사들인 이른바 '영끌족', '빚투족'의 원리금 상환 부담은 갈수록 커질 전망입니다.

한국은행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준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부채 현황 자료를 보면 기준금리가 0.25%포인트만 뛰어도 전체 대출자의 이자는 약 3조3000억원 늘어납니다. 

또 지난해 8월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5개월 만에 처음 0.25%포인트 올렸고, 올해 2.50%포인트 인상한 만큼 약 1년 2개월간 늘어난 이자는 33조원으로 추산됩니다.

아울러 한은은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인상되면 가계대출자 1인당 연간 이자 부담은 평균 약 16만4000원 오르는 것으로 분석했습니다. 지난해 8월 이후로는 0.25%포인트의 10배인 2.5%포인트나 뛰었습니다.

따라서 대출자 한 사람의 연 이자도 164만원씩 불어난 셈입니다. 한은은 "금리 상승으로 채무 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취약부문 중심으로 부실 위험이 커질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습니다.

◆ 서민들 고통 커진다..."부동산 추가하락 예상"

결국 물가를 잡기 위한 조치는 서민들의 고통을 키울 수밖에 없습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부동산 가격 추가 하락 가능성을 경고했습니다. 그는 "빚을 낸 많은 국민이 고통스러운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여러 지표가 있지만 올해 1∼8월 (부동산 가격이) 실거래가 기준으로 3∼4% 정도 떨어진 것으로 파악한다"며 "금리가 이렇게 올라가기 때문에 추가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물가 상승률이 5% 이상 지속되는 상황에선 이를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 총재는 "소득이 1∼2% 더해져도 물가 상승률이 4∼5%가 되면 실질소득이 감소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따라서 거시적으로는 일단 물가를 잡는 게 우선"이라며 "그 후 성장정책이라든지 이런 걸로 전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김하슬 기자 kimhaseul@paxetv.com 다른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