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올해도 이변은 없었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주총서 ‘조카의 난’ 완벽 제압
[이슈] '올해도 이변은 없었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 주총서 ‘조카의 난’ 완벽 제압
  • 배석원 기자
  • 승인 2024.03.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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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쟁점 '자사주 소각' 사측과 주주제안 붙었지만 '사측 승'
사측 대부분 표심 70% 이상 확보...주주제안 측 표심은 20%
"이사회 독립성 의구심 있다" vs "후보 설명 안하고 진행 방해 말라"

올해도 이변은 없었습니다. 금호석유화학 박찬구 회장이 주주총회 표 대결에서 '조카의 난'을 완벽하게 제압하고 승리했습니다. 22일 서울 중구 시그니쳐타워에서 열린 제47기 금호석화 정기주주총회에서 사측이 제안한 안건은 모두 압도적인 찬성표를 얻으며 가결됐습니다. 반면 박찬구 회장의 조카로 이른 바 ‘조카의 난’ 당사자인 박철완 전 상무와 연대한 행동주의 펀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차파트너스)이 제안한 자기주식의 소각 등 주주제안 안건은 모두 부결되거나 자동 폐기됐습니다. 2022년 주총에서도 박 전 상무가 제안한 주주제안 안건은 전부 부결돼 사측이 완승한 바 있습니다.

이날 주총에선 차파트너스라는 새로운 대결 상대가 등장했지만, 주주들의 표심을 돌리진 못했습니다. 이날 주총은 예정 시간 오전 9시에서 1시간 정도 지연된 10시에 열렸습니다. 주총 전부터 입구에는 위임장과 의결권 확인 등의 절차가 꼼꼼히 진행됐고 현장엔 긴장감이 감돌았습니다. 수십 명의 기자들로 취재 열기는 뜨거웠습니다.

22일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 프레스룸에 모인 기자들 [사진=배석원 기자]

◆ 주요 쟁점 '자사주 소각' 사측과 주주제안 붙었지만 '사측 승'

이날 부의 안건은 8가지였습니다. ▲제1호 의안(재무제표) ▲제2호(정관 일부 변경) ▲제3호(자기주식 소각) ▲제4호(감사위원이 되는 사내이사 선임) ▲제5호(사내이사 선임) ▲제6호(사외이사 선임) ▲사외이사인 감사위원회 선임 ▲제8호(이사 수한도)입니다.

이 중 관심은 2, 3, 4호 의안에 쏠렸습니다. 차파트너스가 제안안 주주제안이 포함된 안건들이었기 때문입니다. 특히 제 2호 의안에는 사측이 제안한 2-1호 '자기주식 처분 및 소각' 안과 주주제안 안건인 2-2호 '자기주식 소각' 안이 맞붙었습니다.

사측의 자사주 소각 방식은 3년간 자기주식 50%를 소각한다는 내용이고, 주주제안 측 자기주식 소각 내용은 이사회 결의를 통한 소각과 주총 결의가 있는 경우 이사회가 보유한 자기주식은 이사회 결의 없이도 소각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 등을 포함하고 있었습니다. 의안 채택 여부는 동시 표결 방식으로 진행됐습니다. 두 의안 중 더 많은 찬성표를 얻은 안을 가결하는 형식입니다.

차파트너스 측은 자사주 전량 소각 안건을 포함한 제2호 의안을 비롯해 감사위원회 위원이 사외이사로 선임되는 4호 안건에 김경호 현 제이드케이 파트너스 고문을 추천했지만, 모두 부결됐습니다. 2호 의안에서 사측 안건이 가결되면서 주주제안 3호 의안은 자동 폐기됐습니다. 표 대결은 사측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습니다.

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장에서 차파트너스 관계자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배석원 기자]

◆ 사측 대부분 표심 70% 이상 확보...주주제안 측 표심은 20%

2호 의안의 경우 사측이 제안한 2-1호 의안이 74.6%를 얻었고 차파트너스의 2-2호는 찬성율이 25.6%에 불과했습니다. 4호 의안도 사측이 추천한 최도성 현 한동대학교 총장이 76.1%를 확보했고, 주주제안으로 올라온 김경호 현 제이드케이파트너스 고문은 23%에 그쳤습니다. 이외에도 사내이사, 사외이사 선임 건 모두 사측이 제의한 안건이 통과됐습니다. 이로써 최도성 사외이사 등 이사진은 지난 3년간 역대 최대 실적과 재무건전성을 이룩한 성과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습니다.

이날 주총에 참석한 김형균 차파트너스 본부장은 "글로벌 스탠더드와 전혀 맞지 않는 방식으로 자사주를 남겨둬서 처분하려는 여지를 두는 게 과정 맞는 것이냐"며 "자사주를 마음대로 자유롭게 처분하는 것은 우리나라에서만 통용되는 방식"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주총 의장을 맡은 백종훈 대표이사는 즉각 반박했습니다. 백 의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라고 얘기했는데 지난해에 미국에서도 자사주에 대해 실질적으로 투자 재원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는 논문이 나왔으니 나중에 한 번 찾아보시기를 바란다"고 응수했습니다. 그러면서 김 본부장이 이야기 한 것에 대해 "글로벌 스탠더드가 꼭 그것만 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습니다.

금호석유화학은 백종훈 대표이사가 주총 의장을 맡아 진행하고 있다. [사진=금호석유화학]

◆ "이사회 독립성 의구심 있다" vs "후보 설명 안하고 진행 방해 말라"

차파트너스 측은 이번 주총에서 막판 호소전 전략을 취했지만 먹혀들지 않았습니다. 자기주식 소각 의안 관련 발언에서도 김 본부장은 '글로벌 스탠더드'를 강조하며 자신들 안건에 찬성해 달라며 호소했고,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배경 설명 자리에선 김 후보에 대한 설명이 아닌 '이사회 독립성 의구심'에 대한 질의만 쏟아내다 끝났습니다. 주주제안으로 이름을 올린 김 후보자가 어떤 인물인지에 대해선 언급이 없었습니다.

백종훈 의장은 "간단히 정리해달라", "후보자 배경에 대해 이야기 이야기하는 것인데 뭐 하십니까"라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습니다. 이어 "주총장에 와서 의사진행을 방해하는 것이냐"면서 "더 하면 발언 중지시키겠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금호석화는 주총 결과에 대해서 “절체절명의 위기를 맞은 석유화학업계의 현 상황에서 오히려 회사 미래 전략 재원을 일거에 소각하는 등 경영 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는 주주 제안 내용의 오류가 검증됐다"면서 “사실상 주주 박철완의 경영권 분쟁을 대리하는 소모적 행위를 지속하기보다는 불황을 극복하고 수익성을 극대화해 진정한 주주가치 제고를 모색하는 고민을 기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번 금호석화 주총에서 주주제안이 찻잔 속 미풍으로 증명되었다"면서 "지금까지의 차파트너스와 주주 박철완 연합의 숨은 의도가 무엇인지에 대한 의구심이 점차 제기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부연하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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