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금리 급등하는데 예금금리는 제자리…은행 '손 쉬운 이자장사' 논란
대출금리 급등하는데 예금금리는 제자리…은행 '손 쉬운 이자장사' 논란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1.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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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최근 시장금리가 오르면서 금융기관의 대출금리도 부쩍 높아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예금금리는 제자리걸음인데 대출금리만 급격히 오른다고 해서, ‘손 쉬운 이자장사’ 논란도 커지고 있습니다. 

관련해서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와 얘기 나눠보겠습니다.

앵커) 대출금리가 요즘 부쩍 오르고 있다면서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언젠가부터 대출은 어느 보통 일반 가정 모두의 이슈가 돼버린 것 같습니다. IMF 이전만 해도 가계대출은 마치 특혜처럼 비쳐진 적이 있었는데, 제 주변을 둘러봐도 이제는 빚 없는 가계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저도 지난 추석연휴 전이었죠. 9월 말쯤에 시중은행에 가서 주택담보대출금리를 한번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요즘에는 금융당국 규제가 워낙 심해져서 이자만 갚는 게 아니라 처음부터 원금과 이자를 같이 갚아야 하거든요. 제 경우를 보니까 30년 분할 상환으로 변동금리를 적용해보니까 대강 3% 약간 넘는, 그러니까 1%포인트 가까이 되는 주거래은행 우대금리를 모두 적용 받으니 그 정도 되더라고요.

그런데 얼마 전에 가보니까 한달도 채 안 돼서 0.4%포인트 정도 올라있었습니다. 몇억씩 빌린 가계는 매달 내야 하는 원리금 자체가 수십 만원 증가했다고 보면 됩니다. 만만치 않은 일이죠.

앵커) 한 달 사이에 대출금리가 꽤 올랐군요?

김정남 기자) 네, 최근 시중은행들이 다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5년간 금리를 고정하고 이후 변동금리를 적용하는 혼합형 주택담보대출 가이드금리를 보니깐요. 지난달 달 기준으로 국민은행은 연 3.73∼4.93%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9월 말 기준 3.29∼4.49%보다 최고·최저치가 0.44% 포인트 높은 겁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3.35∼4.46%에서 3.69∼4.80%로 올렸고요. KEB하나은행은 3.625∼4.845%에서 3.925∼5.145%로 가이드금리를 인상했습니다. 우리은행과 농협은행은 각각 3.30∼4.30%, 3.43∼4.57%에서 3.64∼4.64%, 3.77∼4.91%로 올렸고요. 매달 내야 하는 액수 자체가 부쩍 커지니, 변동금리 대출자들에게서 볼멘소리가 나오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것이지요.

앵커) 그런데 대출금리가 왜 이렇게 오르는 것인가요.

김정남 기자) 네. 금융기관 대출금리가 어떻게 정해지는지부터 봐야 합니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은행채 장기물 흐름에 연동돼 있고요. 여기에 은행이 각자 정하는 가산금리가 더해지는 건데요.

가장 큰 요인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채권금리가 오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9월말과 10월말 대출금리를 비교해드렸죠. 그 사이에 있었던 중요한 이벤트가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였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기준금리 인상을 강하게 시사했고요. 그 이후 국고채 등의 금리가 급등했죠. 통안채 회사채 은행채 등 다른 채권도 마찬가지였고요. 

시중은행이 대출 금리를 인상한 것도 시장금리 변화를 반영한다는 이유가 가장 컸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은행들이 정하는 가산금리, 그러니까 인건비 등 비용에 해당하는 업무원가 외에 은행 이익의 원천인 목표이익률 등이 반영돼 있는 건데요. 전국은행연합회의 공시 자료를 보니까, 각 시중은행은 가산금리를 최근 일제히 올렸습니다.

KEB하나은행은 만기 10년 이상인 분할상환방식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가산금리를 올해 8월 1.27%에서 1.37%로 0.1%포인트 인상했고요. 이 상품에 대해 국민은행은 1.34%에서 1.38%로, 신한은행은 1.27%에서 1.29%, 농협은행은 1.39%에서 1.4%로 각각 인상했습니다.

앵커) 대출금리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은 큰가요.

김정남 기자) 물론 정확한 예측은 쉽지 않겠죠. 하지만 최근 전세계 경제가 부쩍 호황이고요. 국내 경제지표가 연일 ‘서프라이즈’ 성적표가 나오는 걸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기가 호조를 보이면 금리 방향은 위쪽을 향할 수밖에 없죠.

지난밤에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이 10여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습니다. 다음 달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기준금리를 올릴 게 확실시되고요. 우리나라도 이번 달에 기준금리를 아마 올릴 것 같습니다. 경기가 계속 좋아지는 흐름이니, 아마 기준금리 인상이 한 두 번에 끝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당연히 시장금리는 상승을 한다는 쪽에 무게를 더 두시면 되고요. 대출 금리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지겠죠. 보통 고정금리가 변동금리보다 1%포인트 정도 더 높다고 보시면 되거든요. 생각보다 두 개 차이가 좀 있는데, 그래서 변동금리로 대출 받으신 분들 많을 겁니다. 아마 앞으로 추가로 금융비용이 훨씬 증가할 수 있는데, 주의가 좀 필요해 보입니다.

앵커) 그런데 은행들의 이자장사 논란도 있다고요.

김정남 기자) 네 그렇습니다. 대출금리는 이렇게 많이 오르는데 예금금리는 안 오르기 때문에 나오는 논란인데요. 하루 이틀 된 문제는 아니죠. ‘땅 짚고 헤엄치기식’ 이자장사는 항상 나오는 지적인데요.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정할 때 포함되는 목표이익률을 어떻게 바꿨는지는 선뜻 공개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보니 의구심은 더 커지는 것 같고요.

실제로 각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대출금리가 수직상승하는 사이 요지부동이었습니다. 

올해 3분기 은행권이 사상 최대 실적을 자랑하면서 이런 논란은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데요. 4대 시중은행의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6조4294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8%(1조3860억 원) 늘었습니다. 농협은행을 포함한 ‘빅5’의 누적 순이익은 7조원에 육박할 정도입니다. 

은행들이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리면서도 시장금리 상승을 빌미로 대출금리만 가파르게 올렸다는 비판인데요. 최근 국정감사장에서도 도마에 올랐습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은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최근 5년간 기준금리가 1.35%포인트 떨어졌는데도 금융사들이 가산금리를 크게 올리면서 신용대출 금리는 1.02%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고 비판했습니다.


앵커) 은행들이 계속해서 ‘이자장사’를 하면 결국 소비자들만 피해를 본다. 이를 해결한 방안은 없을까?

김겅남 기자) 은행들이 '손쉬운 이자장사'에만 몰두하지 말고 비이자수익 증대를 통한 수익 다변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지적은 계속해서 나오는 얘기입니다. 사업 다각화를 통해서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쪽으로 체질 개선을 해야한다는 건데요. 최근 일부 은행들에서는 비이자이익이 크게 늘고 있지만 여전히 이자 이익에 의존도가 큰 것이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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