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시행 1년…3·5·10 상향 조정 '불발'
김영란법 시행 1년…3·5·10 상향 조정 '불발'
  • 한보람 기자
  • 승인 2017.11.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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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스경제TV 한보람 기자]

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김영란법의 3,5,10 규정 때문에 자영업자나 식품업계 등이 피해를 본다는 목소리가 많았는데요.

이번에 그 상한액을 개정하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아시아투데이 최태범 기자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앵커) 시행된지 1년이 조금 지난 김영란법에 대해 정부가 시행령의 개정에 들어갔는데요, 어떤 이유에서인가요 

최태범 기자) 김영란법은 국회의 입법 과정에서부터 정말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법 중에 하나가 아닌가 싶습니다. 법을 만들 때는 법적용을 받는 대상을 어디까지 할지를 놓고 논쟁이 치열했고, 법이 시행되고 있는 지금은 법적용 대상자들에게 사용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를 놓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김영란법은 공직사회의 부정청탁과 금품수수 두 가지 문제를 바로 잡겠다는 목표로 입법이 추진됐는데, 작년 9월 28일부터 법이 시행되는 1년 동안 접대문화가 사라지는 등 이런 문제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가 나옵니다. 

앵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많지 않았나요?

최태범 기자) 네, 맞습니다. 김영란법 시행령에 규정된 식사비나 선물비용, 경조사비에 대한 엄격한 기준으로 인해 내수경기가 위축되고 있다는 지적도 커지는게 사실입니다. 

사용가능한 돈의 상한선, 가액기준이라고 하는데, 식사비는 3만원, 선물은 5만원,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시행령에 정해져있는, 이런 기준으로 인해 피해를 보고 있는 식당과 술집, 꽃집 등 자영업자들과 농축산식품 업계에서는 가액기준을 높이거나 아예 상한선을 폐지해 달라고 계속 주장해오고 있습니다. 

앵커) 정부가 김영란법 시행령을 개정하려고 한 것은 작년부터 검토돼 왔죠 

최태범 기자) 길을 걷다 보면 폐업한 식당이나 며칠만에 간판이 바뀌는 가게들을 보신적이 있으실텐데요, 정부도 이런 문제를 인지하고 김영란법 시행령에 규정된 가액기준을 현실에 맞게 조정하려는 시도를 지난해 9월 법이 시행된 이후부터 계속 해오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당시 황교안 대통령권한대행이 현실에 맞게 개정하라고 업무지시를 하는 등 논의가 시작되려 할 때쯤에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면서 이 문제를 꺼낼 수 있는 상황이 아니게 됐었는데요, 

문재인정부의 경우 지난 5월에 출범한 뒤 10월 추석을 지나 내년 2월 설 명절을 앞두고 있는데, 소비가 너무 위축돼 있다 보니 김영란법 시행령의 개정을 본격화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앵커) 김영란법 주무부처인 국민권익위원에서 최근 선물비용의 상한선을 높이는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했죠, 어떤 내용이 담겼나요 

최태범 기자) 권익위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정부 업무보고 때 ‘김영란법의 긍정적인 면과 부정적인 면을 다 포함하고, 특히 경제적인 효과에 대해 분석평가해서 대국민 보고를 해달라’고 지시함에 따라 이번달 말을 시점으로 잡고 대국민 보고대회를 준비해왔습니다. 권익위는 한국행정연구원이 진행한 ‘청탁금지법 시행의 경제영향분석’ 결과를 검토한 뒤 농축수산인들의 손해를 보전해줄 필요가 있다고 보고 개정안을 마련한 것입니다.

권익위가 마련한 개정안 초안에는 식사비를 3만원→5만원으로 올리고, 농축수산품에 한정한 선물비는 5만원→10만원으로 인상, 경조사비는 10만원으로 유지하고, 공립교원의 외부 강의료를 시간당 30만원→100만원으로 조정하는 내용 등이 담겼습니다. 

하지만 논의 과정을 거치면서 식사비는 기존 기준인 3만원을 그대로 두고 선물비의 경우 우선 농축수산품에 한해서만 공직자 등에게 제공 가능한 상한액을 5만원에서 10만원으로 높이자는데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앵커) 권익위는 이런 개정 내용을 담아 29일에 대국민 보고대회를 발표할 계획이었는데, 개정안 마련에 막판 제동이 걸리면서 보고대회도 사실상 무산됐죠

최태범 기자) 권익위는 어제 오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전원위원회를 열고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안을 심의했으나 격론 끝에 결국 부결됐습니다. 본래 계획은 어제 전원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뒤, 여당과의 당정협의를 거쳐 29일 대국민보고대회에서 공식 발표한다는 계획이었는데, 개정안이 부결됨에 따라 시행령 개정 자체가 불투명해졌습니다. 

권익위 내부에서는 '3·5·10 규정' 개정 자체에 반대하는 분위기가 큰 것으로 알려져 있어서, 권익위가 만약 전원위를 다시 개최해 개정안을 상정하더라도 반대했던 전원위원들이 찬성으로 돌아설지는 확신하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권익위는 내부적으로 좀더 깊은 논의를 진행한 뒤 다시 시행령 개정문제와 관련한 일정을 잡겠다는 입장이지만 한번 급제동이 걸린 만큼, 대국민 보고대회가 열리기까지는 시간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사실 김영란법이 시행된지 이제 1년을 조금 넘겼다는 점에서 개정은 시기상조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최태범 기자) 김영란법을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면 관련업계 종사자들에게 피해가 있는 것도 사실이지만 사회적인 측면으로 보면 부정부패 척결과 접대문화 개선 등 긍정적인 면이 있는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동안 진행된 김영란법 관련 여론조사들을 보면 국민들은 대체적으로 김영란법에 대해 좋은 평가를 하고 있는데, 개정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만약 한번 개정을 하게 되면 또다시 개정을 해야하고 그렇게 되면 당초 법 취지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문재인정부가 적폐청산을 국정과제로 내건 만큼 김영란법을 완화하지 말고 더 강하게 적용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는데요, 하지만 문재인정부는 김영란법으로 사회가 투명해지는건 맞지만 경제적으로 피해를 보는 분야에서의 문제는 이번에 반드시 개선한다는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어떤 수준에서 개정이 이뤄질 것인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앵커) 정치권에서는 김영란법의 완화 논의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타나고 있나요 

최태범 기자) 김영란법 시행령에 규정된 가액기준을 완화하려는 정부의 움직임에 대해 국회 정무위원회에서는 권익위가 마련한 개정안의 초안보다도 더 완화하려는 내용의 법안을 상정하는가 하면,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개정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등 다양한 반응들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국회 정무위는 어제 설과 추석 등 명절에 주고받는 선물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상정했는데요, 만약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앞으로 명절에 주고받는 농축수산물 선물은 자유롭게 주고 받을 수 있게 됩니다. 

앵커) 그런데 김영란법 개정에 대해 부정적인 목소리도 많더라구요?

최태범 기자) 하지만 정무위 소속 박용진 민주당 의원의 경우 김영란법 개정 논의에 대해 “청렴 사회의 방파제가 무너지는 것”이라며 “굉장히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표시했습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오늘 의원총회에서 “농축수산물에 대해서만 예외를 두면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며 “현행법은 당분간 유지해 시행하고 어느정도 시간이 더 지난 후에 개선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정치권은 물론 정부 내에서도 시행령 개정 문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라 핵심 키를 쥐고 있는 박은정 권익위원장의 고민이 더욱 많아졌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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