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 이슈] 관·정피아 수장은 무조건 나쁠까···금융권 명암 따져보니
[마켓 이슈] 관·정피아 수장은 무조건 나쁠까···금융권 명암 따져보니
  • 송현주 기자
  • 승인 2020.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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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정피아 인사는 오래된 관치금융 폐해"
- "업계 이해관계 대변 및 조직 장악력 장점"
(왼쪽부터) 정지원 손해보헙협회장 내정자, 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내정자, 유광열 SGI서울보증 사장 후보,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왼쪽부터) 정지원 손해보헙협회장 내정자, 김광수 차기 은행연합회장,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 내정자, 유광열 SGI서울보증 사장 후보,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올해도 금융권에선 어김없이 금융 유관기관 수장 선임을 둘러싸고 관피아(관료+마피아), 정피아(정치+마피아) 논란이 불거졌다. 내부 출신이 아닌 정부나 정치권 힘을 등에 업고 선임된다는 싸늘한 시선이 많다.

그렇지만 무턱대고 부정적으로 봐선 안 된다는 의견들도 있다. 당국과 원활히 소통하고, 업계의 목소리를 명확히 내기 위해선 관피아나 정피아 출신 수장이 필요한 게 현실이다. 


어김없이 불거진 관·정피아 낙하산 논란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은행연합회, 손해보험협회, 생명보험협회, 한국거래소, SGI서울보증보험 등의 새 기관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관·정피아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다. 

우선 은행연합회장에는 김광수 회장이 새로 선임됐다. 그는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했으며 금융감독위원회 금융정책과장, 금융위원회 금융서비스국장 등으로 근무했다. 대통령비서실에 파견된 이력도 있다.

지난 2009년에는 한나라당 수석전문위원을 지냈으며, 금융정보분석원장, 법무법인 율촌 고문 등을 거쳐 지난 2018년부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했었다.

차기 손해보험협회장으로 경제관료 출신인 정지원 전 한국거래소 이사장, 생명보험협회장으로 국회의원 3선 출신(전 기재위 위원장)인 정희수 보험연수원장이 내정됐다. 

또 SGI서울보증도 유광열 전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을 신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했다. 최근 공석이 된 한국거래소 차기 이사장 단독 후보로는 손병두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낙점됐다. 


"오래된 관치금융 폐해" 쏟아지는 우려들 


결국 고위 공직자를 위한 자리 만들기인가. 관료 혹은 정치인 출신들의 기관장 선임을 두고 나오는 불만이다. 오랜 관치금융의 폐해란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거센 비판 여론으로 한때 금융권 전반에서 모피아, 관피아 퇴조 현상이 뚜렷했었지만, 다시 부활하는 모양새다. 관료 출신들과 당국의 유착으로 관리 감독이 느슨해질 거란 우려도 나온다. 

이런 경우 금융소비자인 국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갈 수 있다. 특히 오랜 기간 동안 관련 분야에서 일하면서 전문성을 쌓아야만 하는 금융업권의 특성도 감안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즉 관련 정책의 내용, 변화, 이해 관계를 잘 파악하는 민간 출신 인사가 적합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포화된 시장, 신 먹거리 창출 등의 문제도 고민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렇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민간 출신이자 금융 전문가가 기관장을 맡을 필요가 있다"며 "민간 출신이 각종 금융권 현안을 더 정확히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업계 목소리 대변 및 조직 장악력 우세"


하지만 어떤 현상에서든 장점과 단점이 함게 있는 법이다. 관료와 정치인 출신들의 공직 경험과 노하우, 전문성을 외면한 채 무턱대고 '낙하산'으로 몰아가선 안 된다는 지적이다. 

실제 민간 출신보단 관료나 정치권 인사를 원하는 의견도 적지 않다. 인맥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말 그대로 '힘 있는' 기관장이 당국이나 정치권과 더 원활히 소통하고, 업계 목소리를 대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정부와 당국의 규제가 강한 금융업의 특성상 자연스런 현상이란 반응도 있다. 민간 출신의 협회장은 정치권과 금융당국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경험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과거 공적 이력으로 소통 능력은 물론 조직 장악력이 좋을 수 밖에 없다는 장점도 있다. 금융권 또다른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경우 수익을 내는 사기업이지만, 규제산업의 플레이어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즉, 은행은 기관의 성격도 함께 갖고 있다"며 "따라서 정부에 은행권 목소리를 잘 전달할 관 출신 인사들이 계속해서 하마평에 오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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