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없는 기업집단' 요청한 이해진 전 의장..."네이버는 총수가 없나"
'총수없는 기업집단' 요청한 이해진 전 의장..."네이버는 총수가 없나"
  • 오진석 기자
  • 승인 2017.0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기사를 번역합니다

뉴스&이슈 : 넥스트데일리 황재용 기자

[팍스경제TV 오진석 기자]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전 의장이 다음 달로 예정된 공정거래위원회의 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직접 공정위를 찾았습니다.

네이버를 '총수 없는 집단'으로 지정해 줄 것을 요청했는데요. 

관련해서 전자신문의 경제전문지 넥스트데일리 황재용 기자와 자세히 알아보겠습니다.

 

(앵커) 이해진 전 의장이 이례적으로 공정위를 찾았습니다. 자신이 아닌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 즉 총수로 지정해달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인가요?

(기자) 네,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이 전 의장은 지난 14일 박상진 네이버 최고재무책임자, 정연아 법무담당이사 등과 함께 공정위를 방문했습니다. 이들은 공정위 기업집단과를 찾아 담당 과장은 물론 신동권 사무처장, 김상조 공정위장과 면담을 가졌습니다.

사실 다음 달 공정위는 공시대상기업집단을 지정합니다. 네이버가 이에 해당될 가능성이 크고요. 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동일인을 지정해 공정위에 신고해야 합니다. 동일인은 해당 기업집단을 실질적으로 지배하는 법인이나 자연인을 뜻하는데 일반적으로 기업의 총수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에 이 전 의장 일행은 이 전 의장이 아닌 네이버 법인을 회사의 동일인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네이버의 동일인은 개인이 아닌 네이버 법인으로 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는 판단인데요. 이들은 이 전 의장이 현재 글로벌 투자 책임자 역할만 맡고 있으며 네이버 법인이 70여 개 자회사를 직접 경영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앵커)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높아 이번 일이 벌어진 것 같은데, 공시대상기업집단이 정확히 무엇인가요?  

(기자) 네, 이번 일을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선 먼저 공시대상기업집단과 관련한 내용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정위는 현재 자산 총액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다른 말로 대기업집단으로, 자산 총액 5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을 공시대상기업집단, 다시 말해 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는 재벌 총수 일가의 전횡을 막고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를 막기 위해 마련됐습니다. 그중 공시대상기업집단이 되면 총수 사익편취 규제, 공시 의무 등이 법적으로 적용됩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공정위는 다음 달 1일 자산 5조원 이상의 공시대상기업집단 명단을 처음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중요한 것은 앞서 말했듯이 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법규에 따라 동일인을 함께 지정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공정거래법에서 동일인은 회사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했거나 사내 인사나 신규 투자를 결정하는 등 실질적인 지배력을 가진 사람을 말합니다. 즉 회사의 오너나 총수가 이에 해당되겠죠. 또 동일인은 허위 자료 제출 등 회사가 잘못한 모든 일을 본인이 책임져야 합니다. 

네이버의 경우 동일인이 될 수 있는 인물로 이 전 의장이 가장 유력합니다. 이 전 의장의 네이버 지분은 4%대에 불과하지만 네이버 대주주인 국민연금과 외국인 투자자들이 실제 회사를 지배한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이 전 의장이 네이버의 사업 방향과 인사에 관해 막대한 영향력을 갖고 있는 만큼 동일인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앵커) 네. 그렇군요. 그럼 이전에 네이버의 주장과 같이 동일인으로 총수가 지정되지 않은 기업집단 사례가 있었나요?

(기자) 공기업으로 시작했거나 오너가 없는 경우 동일인으로 총수가 지정되지 않은 사례가 있습니다. 실제로 지난 5월 지정된 31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중 총수가 없는 기업집단은 총 7개였습니다.

그중 KT·포스코·KT&G 등은 민영화된 공기업으로 애초 총수가 없는 집단으로 보면 됩니다. 또 에쓰오일은 해외주주가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농협의 경우 중앙회가 사업을 주도하며 책임을 지는 구조입니다. 대우조선해양·대우건설은 총수가 있었지만 채권단이 주도하는 구조조정 과정에서 지배구조가 바뀐 사례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요구하는 것과 같이 개인이 설립한 민영기업 중 기업집단 지정 시 총수가 동일인이 아니었던 사례는 전무합니다.

(앵커) 이 전 의장의 공정위 방문 후 네이버가 공식 입장을 밝혔다는데요. 네이버의 주장은 어떤가요?

(기자) 네이버와 이 전 의장이 주장하는 내용의 핵심은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 근거로는 국내에서 드문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췄다는 점입니다. 법인을 중심으로 회사가 운영되는 것은 물론 주식이 고도로 분산된 공개 회사인 만큼 동일인을 개인으로 정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또 순환출자 등의 복잡한 지배구조로 특정 개인이나 일가가 그룹을 소유해 문제를 일으켰던 기존 재벌과 다르다는 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는 최대 개인 주주인 이 전 의장이 5% 미만의 지분을 갖고 있고 이 전 의장의 가족이나 친족의 지분 참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여기에 네이버는 주주의 신임을 통해 경영권을 얻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집단 지정이 공정위가 재벌의 소유주 전횡을 막기 위해 만든 제도지만 네이버가 이미 모범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만큼 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야 한다는 근거가 됩니다.

이와 함께 네이버는 네이버를 특정 개인이 지배하는 기업으로 규정하게 되면 다른 IT 업체는 물론 재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재벌 지배구조를 지분 분산 등을 통한 전문경영인 체제로 투명하게 전환하는 국내 기업의 행보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네이버의 요청이 받아들여지면 네이버에게 어떤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는 있을까요?

(기자) 관련 업계에서는 네이버가 이 전 의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데 반대하는 이유를 해외 시장 진출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라인을 미국 증시에 상장할 때 투명한 지배구조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됐고 미국과 유럽 등 외국에서는 재벌에 대한 인식이 상당히 부정적입니다.

또 현재 네이버는 유럽을 중심으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는 중입니다. 즉 우리나라에서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되고 이 전 의장이 동일인이 되면 네이버는 이미지 실추는 물론 글로벌 무대에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죠.

 

(앵커) 앞으로의 전망은 어떨까요. 네이버의 요구가 받아들여질까요?

(기자) 우선 네이버가 공시대상기업집단으로 지정될 것은 당연한 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네이버 측도 계열사를 포함한 네이버의 자산총액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9월 1일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지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고요.

결국 공정위의 판단에 맡겨야 하는데요. 공정위는 다각적인 검토를 통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네이버가 기존 재벌과 명백히 다르기 때문에 네이버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찾기 힘든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체제가 그 이유입니다. 

계열사의 경우도 모기업이 거의 100%의 지분을 소유하고 있어 이 역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일례로 라인은 네이버의 100% 자회사고 글로벌 투자자들에게서 이 점을 높이 평가받고 있습니다.

(앵커) 그렇군요. 하지만 의견이 분분할 것 같은데요. 반대의 입장은 없습니까?

(기자) 네이버의 요청을 공정위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도 많습니다. 우선 네이버가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시작했기에 다른 기업과 마찬가지로 일정정도의 규제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간과할 수는 없습니다. 늘 이슈가 되던 포털의 독과점 문제 등의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도 필요한 상황이고요. 

여기에 이 전 의장의 지분율이 4% 수준으로 낮지만 사실상 네이버의 임원선임이나 사업 확장 등 주요 이사회 의사결정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기업집단 지정을 앞두고 이 전 의장이 공정위를 방문한 점도 특혜를 줬다는 선례를 남길 수 있는 부분이고요. 이 전 의장을 동일인 지정에서 제외하면 향후 다른 기업들과 형평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습니다.

또 김상조 공정위장은 그동안 IT 기업의 시장 지배력에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해왔습니다. 이를 감안하면 네이버 측의 요청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큽니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